어리목에서 윗세오름을 향했다. 눈 덮인 숲은 드러내지 않았던 아름다움을 뽐내기라도 하려는 듯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늘어진 가지들도 아름다웠다.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저만의 아름다움으로 빛나고 있었다. 슬프고 설레고 황홀했다. 땅에 닿을 듯 늘어진 가지들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어 땅 속 깊이 묻어 두었던 슬픔들에 닿아 있는 듯했고,
올해 또다시 3.8 ‘세계 여성의 날’이 돌아왔다.세계 여성의 날은 지난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섬유 노동자 1만5천여 명이 노동환경 개선, 참정권 등을 요구하며 대대적인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여 제정됐다. 당시 여성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 열악한 노동 환경, 극심한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를 견디다 못한 여성 노동자들이
최근 타계한 움베르코 에코의 에는 중세시대 한 시인의 시가 인용되어 있다. “이 세상 만물은 책이며 그림이며 또 거울이거니” 또 윌리엄 수도사는 “자연이라는 위대한 책을 읽어내는 방법에 정통했다”고도 한다.그렇다. ‘스스로 그러한’ 존재인 자연(自然)으로서의 우주는 엄청난 양의 메시지를 간직하고 있는 책이다. 갈릴레오는 이렇게 표현했다. “철
미디어운동장에 발을 들여, 그 동안 문화연대와 공공미디어연구소를 거쳤다. 이제는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직을 수년째 맡고 있는데, 돌아보니 제법 긴 기간이구나. 꽤 일이 많았던 시간이다. 그 동안 여러 활동가들을 겪었다. 부덕의 소치로 재미없이 헤어진 드문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우열 없는 동무로서 함께 움직이고 또한 동지로서 뜻을 이루려는 관계였다. 서로
연초 사상 초유의 ‘수하물 대란’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인천국제공항이 ‘중국인 환승객 부부 밀입국 사건’에 이어 베트남인 한명이 또 태연히 인천공항 출입국 문을 열고 나간 사건이 발생하여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재발 방지대책이 별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최고보안등급인 '가'급 국가중요시설로 분류되는 인천국제공항의 허술한 보안실태가 이번 사건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악화되는 정도가 아니라 냉전으로의 회귀 또는 신냉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 계기는 북한의 수소탄 실험(1. 4)과 위성 발사(2. 7)지만 냉전시대의 대결을 능가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쪽은 한국이다.사드 한국배치 검토와 개성공단 중단 조치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동북아, 대북 전략 변화를 상징한다. 한중
육십년 가까이 살아온 육지를 버리고 섬에 들어 온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제작년 2월에 방 한 칸 얻어 살기 시작 할 때 주소를 이전하였으니 설 지나면 정확히 2년이다. 그 해 4월 말에는 섬의 동쪽에 자리를 잡고 낯선 땅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다. 제주의 동쪽은 바람 타는 섬 제주에서도 가장 바람이 많은 곳이다. 눈 닿는 곳마다 거대한 풍력발전기
나락으로 떨어진 허울뿐인 공영방송 MBC의 ‘막장 드라마’가 갈수록 가관이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녹취록이 MBC의 치부를 드러낸 것이다.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서울 종로에 있는 한 식당에서 김재철 전 MBC 사장의 변호사와 일부 사내 인사 등과 함께 극우 성향의 인터넷 매체 폴리뷰의 편집국장 등을 만나 했다는 얘기다.“박성제
22일 오후 3시, 고용노동부 이기권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지침’을 확정·발표했다. 이 날 오전에 예정되어 있던 울산지역 노사 간담회를 취소하고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지침(가이드라인)' 으로 논란이 되어오던 것을 '공정
동검은이오름을 향했다. 다섯 번째 걸음이었다. 봄과 가을, 여름과 겨울을 지나는 동안 걸음을 하였고 작년 여름인가 한 번 더 들었었다. 동검은이오름과 나는 기묘한 인연으로 엮여 있는 듯했다. 알려지지 않은 오름을 찾아 갈 때는 길을 찾지 못해 서성이기도 하고 어렵게 찾아 들었다가도 숲 우거진 산 속에서는 돌아 나오는 길을 놓쳐 왕왕 헤매기도 한다. 하지만
삼성그룹 출신의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보수적인 공직사회에 ‘민간DNA’를 도입하겠다고 하면서 호봉제에서 성과연봉제로 전환, ‘민간출신 공무원’ 채용의 확대, 저성과자 퇴출 등의 인사혁신조치를 내놓았다.언론에서는 눈치를 보지 않는 자율적인 연차 사용, 공무원 인사기록카드에서 학벌, 신체사항 등 직무와 무관한 항목 삭제 등을 부각시키면서 ‘이근면표 실험’에 찬
“주님의 은총으로 오늘 튼튼한 노예가 태어났습니다. 감사 기도를 드리나이다”흑인 노예가 아들을 낳았을 때 백인들이 했다는 이 기도는 알렉스 헤일리의 소설 에 등장하는 기도문이다. 뿌리의 출간은 미국이란 나라에, 또 전 세계에 이 기도문 만큼이나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를 쓰기 위한 알렉스 헤일리의 여정은 책만큼이나 극적이고 험난했다. 19
미디어의 사전적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의사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다. 언론학에서는 ‘메시지를 주고받는 수단(means)’ 정도로 정의하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의미를 전달하고 공유하는 매개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커뮤니케이션이 꼭 상대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사유(思惟) 활동도 엄연히 커뮤니케이션이다. 따라서 자아와의
이명박정권 때 추진하려다 포기한 철도민영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코레일 이사회가 기습적으로 코레일의 자회사설립을 의결하였고, 이에 대해 코레일 노동조합은 이를 막기 위한 법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중이다.현 정권은 코레일의 자회사를 설립함으로써 철도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코레일의 만성적자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 자회사 설립의 주 목적이고, 또
사람은 ‘사이의 존재’이다.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다른 생명들 사이, 사람과 자연 사이에서 존재하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사람을 의미하는 한자는 ‘인(人)’이란 글자 하나로 되어 있지 않고, ‘사이 간(間)’자를 더하여 ‘인간(人間)’이라는 두 글자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인간이란
흔한 말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저작물이 정치인들의 저서이다. 개중에 좋은 저작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는 선거용으로 급조한 저서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자기 손으로 완성한 글도 많지 않아서 내용이란 게 허접하기 짝이 없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정치인들의 저작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벌써 출판기념회란 이름의 초청장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아
그림(회화)을 포함하여 미술은 원래 미디어였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 역사를 기록한 미술사가들은 미술의 역사를 주로 예술의 관점에서 기록했고, 언론사(言論史) 연구자들은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의 역사에서 미술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차차 얘기하기로 하고, 우선 피카소에게 미술이 표현과 기록의 미디어로서 수행하는 방식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벌써 한 십 년은 된 듯하다.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친구가 여행을 청했다. 몸도 아프고 가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차마 거절할 수 없어 함께 길을 떠났다. 오대산도 걷고 설악산에도 들어갔다. 비선대에서 동동주 한 잔 나누었다. 별 내용 없는 이런 저런 말을 나누었던 것 같다. 나는 비선대의 암벽에서 위태하게 살아가고 있는 소나무들에 마음을 건네고 있었다. 그
요즘은 놀랍고 비상식적인 일을 많이 목격한다. 국가정보원, 군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경찰청 등의 국가기관들이 중립의무를 위반하여 대선에 개입하고, 그 결과 지난 대통령선거가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리면서 앞으로의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여기에 또 부정선거문제로 국가정보원의 수장을 선거법위반으로 기소한 검찰총장을 생뚱맞게 혼외자 공방
‘자연’(自然)이란 그대로 풀이를 하면 ‘스스로 이루어진 그러한 세계’라 말할 수 있다. 자연이란 무궁한 시간을 거치며 스스로 이루어진 조화로운 세계이다. 모든 생명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다른 생명을 살리는 조화로운 세계이다. 진정한 상생공동체라 말할 수 있다.나무의 삶은 이러한 관계를 잘 보여준다. 나무는 자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