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오디세이] 우주라는 위대한 책을 읽기 위한 인간의 끝없는 노력

중력파, 우주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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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민 단국대커뮤티케이션학부 외래교수
▲ 김동민 단국대커뮤티케이션학부 외래교수

최근 타계한 움베르코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는 중세시대 한 시인의 시가 인용되어 있다. “이 세상 만물은 책이며 그림이며 또 거울이거니” 또 윌리엄 수도사는 “자연이라는 위대한 책을 읽어내는 방법에 정통했다”고도 한다.

그렇다. ‘스스로 그러한’ 존재인 자연(自然)으로서의 우주는 엄청난 양의 메시지를 간직하고 있는 책이다. 갈릴레오는 이렇게 표현했다. “철학은 우주라는 위대한 책에 쓰여 있다. 우주는 항상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그러나 이것을 이해하려면 우주의 언어를 먼저 배워야 한다. 자연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쓰여 있다. 그 글자들은 삼각형, 원, 기타 기하학적 도형들이다. 이것을 모르면, 그 책의 낱말 하나도 이해할 수 없고, 캄캄한 미로 속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다.”

자연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쓰여 있기 때문에 자연의 메시지를 읽어내려면 수학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은 만물의 근원을 수(數)라고 했던 피타고라스가 이미 착안해낸 바 있다. 케플러는 자연의 수학적 패턴에 매료되어 행성의 운동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 결과가 다름 아닌 케플러의 법칙이다. 뉴턴은 미적분 계산법을 개발하여 중력의 법칙으로 행성의 운동을 보다 완벽하게 설명했다.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는 호랑이와 얼룩말의 줄무늬, 표범과 하이에나의 점박이 무늬 등 수많은 자연의 패턴을 수학적으로 설명했다. 하나만 예를 들자면, 꽃잎은 거의 모두 3, 5, 8, 13, 21, 34, 55, 89……식의 순열을 가진 매우 신기한 패턴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 외의 숫자를 갖는 꽃은 없다. 백합의 꽃잎은 3개, 미나리아재비는 5개, 참제비고깔은 대개 8개, 금잔화는 13개, 애스터는 21개, 그리고 데이지는 대개 34, 55, 89개다. 이 수열에서 각 수는 앞의 두 수를 더한 것과 같다. 3+5=8, 5+8=13, 8+13=21 등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는 거대한 도서관에 들어선 아이와 같다. 이 도서관의 벽은 천장까지 책으로 가득하고, 이 책들은 여러 가지 언어로 쓰여 있다. 아이는 누군가가 이 책들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썼는지는 모른다. 아이는 그 책에 쓰여 있는 언어도 이해하지 못한다. 이 아이는 책의 배열에 확고한 계획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이 신비로운 질서를 아이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어렴풋이 짐작한다.”

아인슈타인은 20대 중반이 되었을 때 신이 우주를 만들 때 의도한 것을 알아내고자 했다. 꼭 신을 믿는다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비밀을 알고 싶었다는 얘기다. 우주라는 도서관에 가득 찬 책들을 읽어내겠다는 것이다. 그러한 지적 호기심이 26세에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게 만든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10년 후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물리학은 고전시대를 마감하고 현대시대를 열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뉴턴의 이론을 수정 보완한 중력이론이다.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불리는 중력이론과 운동의 3법칙으로써 행성의 운동법칙을 완성했다. 그러나 먼 거리에 있는 행성들 사이에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못했다. 그것을 아인슈타인이 해낸 것이다. 바로 중력장과 중력파다. 질량을 가진 물체는 자신의 질량만큼의 중력이 미치는 범위에 장(場, field)을 형성하는데, 그 힘은 중력파에 의해 전달된다는 것이다.

▲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LIGO)의 제어실. 사진 = 위키백과
▲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LIGO)의 제어실. 사진 = 위키백과

일반상대성이론이 제기한 것들은 모두 관찰에 의해 증명되었지만 중력파의 존재만은 그 동안 확인하지 못했었다. 물리학자들이 그 중력파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해온 결과 정확하게 100년 만에 드디어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미국의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가 작년 9월 14일 중력파를 검출해냈다고 지난 2월 11일 발표한 것이다. 이 날 발견한 중력파는 13억 년 전 태양 질량의 30배 안밖에 해당하는 질량을 가진 두 개의 블랙홀이 합쳐지면서 발생한 것이다. 시공간을 휘게 만들며 퍼져나간 그 파동이 LIGO의 검출기에 약 0.2초 동안 포착된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책들이 여러 가지 언어로 쓰여 있다고 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책이 빛이다. 상대성이론은 빛의 속도가 초속 30만 km로 일정하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그 전제로부터 중력장 방정식을 만들어냈고, 프리드먼 방정식과 허블 상수의 역산에 의해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빅뱅이론을 성립시켰다.

그러나 빛의 언어를 읽어낼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빛은 빅뱅 이후 약 38만 년이 지나서야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전에 대한 정보가 없다. 그러나 중력파는 빅뱅 직후부터 존재했기 때문에 그 한계를 뛰어넘어 빅뱅 직후의 정보를 추적해볼 수 있는 책이다. 중력파 망원경으로는 빛을 가두어버린 블랙홀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우주라는 위대한 책을 읽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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