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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에 ‘인사’, ‘혁신’이 있는가?[김철 칼럼] 영혼 없는 공무원 양산, 정권의 사유물로 전락한 ‘인사’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  |  gnews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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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08  17: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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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출신의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보수적인 공직사회에 ‘민간DNA’를 도입하겠다고 하면서 호봉제에서 성과연봉제로 전환, ‘민간출신 공무원’ 채용의 확대, 저성과자 퇴출 등의 인사혁신조치를 내놓았다.

언론에서는 눈치를 보지 않는 자율적인 연차 사용, 공무원 인사기록카드에서 학벌, 신체사항 등 직무와 무관한 항목 삭제 등을 부각시키면서 ‘이근면표 실험’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물론 젊고 의욕 있는 일부 공무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과연 이런 게 인사혁신의 전부일까? 인사혁신처의 인사혁신 방향은 제대로 된 것일까?

개방화, 성과주의 등 논란이 있는 이슈를 차지하고라도, 이러한 인사혁신에 감추어진 이면을 볼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 부설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일 속에서 나름의 보람과 즐거움을 찾고, 생계를 위해 억지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얼마 전 만난 공무원에게 삶의 낙이 있는지 물어봤더니 업무에서는 그런 것을 찾지 못하고, 퇴근 후에야 살맛이 난다고 했다. 국장은 장관 바라기, 장관은 대통령 코드 맞추기 속에서 자신이 “영혼 없는 공무원”임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재직한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모름지기 인사혁신이라면 공무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국민들 앞에 떳떳하게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5급(행정) 국가공무원 공채 최종 면접에서 ‘사상 검증’을 한 것이다. 요새는 공안 한파와 함께 ‘사상 검증’이 워낙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어서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11월 있었던 성균관대 교직원 채용 면접에서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반 입장과 최근 시위에서 있었던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 나왔고, 12월 치러진 한국관광공사의 신입사원 채용 면접에서도 지원자들에게 ‘민중총궐기 집회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떤 신문을 읽느냐’ 등의 질문이 나온 것으로 드러났으니 말이다.

바로 직전 10월말 있었던 인사혁신처 주관의 5급(행정) 국가공무원 공채 최종 면접시험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무원으로서 종북세력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등에 대한 견해를 수험생들에게 질문했어도 별다른 문제제기도 없었고 사회적 논란도 없었으니, 공기업이나 대학에서도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짓을 해도 되는구나 하는 신호를 준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사상 검증을 하는 게 과연 이근면 처장이 역설하는 능력과 실적 위주의 인사제도 개편방안인지 묻고 싶다. 윗분들의 말을 잘 듣고 복종 잘하는, 영혼 없는 기계들을 양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 지나친 걸까. 이런 것이 ‘삼성식’이라면 할 말이 없다.

   
▲ 박근혜 정부는 메르스 사태로 경질됐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임명하며 '오기 인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 뉴스1

그래도 인사혁신처의 인사혁신은 박근혜 정부의 공직 인사에 비하면 양반이다. 그 동안 불통 인사, 밀실 인사의 문제가 꾸준히 거론되었지만, 수업인사에 의존하다 보니 인사시스템이라고 할 만한 게 없고,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공감인사 또한 부재하다. 오히려 ‘오기 인사’가 판치고 인사 참사가 일상화되었다.

공기업 사장직을 집권층의 논공행상 자리쯤으로 여기다 보니 비전문가인 정치인들이 선거 출마를 위한 경력 쌓기용으로 여기게 된다. 그래서 정피아로 대표되는 낙하산 인사들은 지방선거, 총선 등 각종 선거에 출마하면서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사퇴하는 경우가 많다.

2004년부터 3차례 경남 창원시장을 지낸 박완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1년여만에 사퇴한 것이나, 서울경찰청장 시절 용산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도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역시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사퇴할 줄 알았으면서도 임명했다면 공공기관 인사를 정권의 사유물로 전락시킨 것이고, 몰랐다면 인사에 무능함을 내보인 것이나 다름없다.

얼마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입성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떠한가? 그는 공적연금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켰고, 공무원연금 개악 당시 사적연금 활성화를 추종하는 태도가 문제가 되었으며, 메르스 사태 당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여 경질된 바 있는데, 4개월 만에 산하 공공기관장으로 복귀하게 되었다. 메르스 방역 현장을 책임졌던 공무원 10여 명이 감사원 감사에 따른 중징계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 조직의 수장은 오히려 영전한 셈이다. 국민연금 기금의 공사화를 획책하기 위한 오기 인사의 전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였지만, 현실은 위장전임자들이 장관이 되겠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서고 있다. 신임 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비정상’적인 흠집 인물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자리로 전락한 상황이다. 여기에서 상식적인 ‘인사’를 기대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바란다는 자체가 난망한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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