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준 칼럼] 법과 상식 <4>

RO 내란음모사건, 범죄의 엄격한 증거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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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놀랍고 비상식적인 일을 많이 목격한다. 국가정보원, 군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경찰청 등의 국가기관들이 중립의무를 위반하여 대선에 개입하고, 그 결과 지난 대통령선거가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리면서 앞으로의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또 부정선거문제로 국가정보원의 수장을 선거법위반으로 기소한 검찰총장을 생뚱맞게 혼외자 공방 끝에 낙마시키고, 그 수사 팀장인 검사도 직무배제 시키고 징계를 강행했다. 특히, 혼외자 문제를 꺼집어 내기 위해 불법적으로 청와대에서 전 검찰총장의 개인정보를 캐낸 사건도 발생했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를 청와대행정관의 ‘개인적인 일탈’로 치부하고 있다. 국정원 요원들의 국정원 댓글사건도 ‘개인적인 일탈’로 치부하더니 똑 같은 논리로 꼬리자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공무원들이 할 일이 없어서 댓글을 달고, 남의 사생활을 캐었을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던 가운데 얼마 전 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인 이석기가 총책으로 있다고 하는 RO의 내란음모사건이 국정원에 의하여 발표 진행됐고, 결국 기소까지 됐다.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은 통합진보당경기도당에 속한 이석기 의원과 그가 총책으로 있다고 하는 지하혁명조직(Revoultionary Organization)이 대한민국체제전복을 목적으로 ‘남한사회주의혁명’을 도모한 혐의로 국가정보원 등 공안당국에 적발되어 형법상 내란음모와 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직원 다수가 기소된 사건을 말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내란음모사건에 이어 ‘내란’이라는 거창한 수사를 동원하는 바람에 국민적 충격이 대단한 사건이다. 국회는 지난 9월 4일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 결국 이석기 의원은 구속됐고, 이석기 의원이 속해있는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위헌정당해산심판’까지 청구되기에 이르렀다. 이승만 대통령이 행정처분의 방법으로 ‘진보당’을 해산한데 이어 역사상으로는 두 번째로 시도되고 있는 정당해산청구의 타당성 여부를 놓고 또 다시 정국이 혼미한 상태로 가고 있다.

이런 복잡한 정세는 잠시 접어놓고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사건 수사 및 기소의 타당성에 국한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사실 수사결과 공개 시점이나 기소할 당시 떠들썩함에 비해서 지금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도 언론이 상대적으로 조용해 국민적 관심이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일단 터뜨려 놓고 보면 실제 내용이 어떠하였는지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석기 등 피고인 등이 기소되어 있는 내란음모죄는 내란죄의 실행 및 계획에 관해 두 사람 이상이 서로 통모합의하는 것을 말하고, 내란선동죄는 내란에 대해 고무적 자극을 주는 일체의 언동을 말하며, 국가보안법상 이적동조죄는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반국가단체 등에 대하여 찬양, 고무, 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것을 말한다.

위와 같은 엄청난 죄목으로 기소를 했는데 재판진행을 보면 국정원의 수사가 너무 허술했고, 기본적인 증거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고 있어 애초부터 정치적 목적에 의하여 수사와 기소가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우선 증거능력에서부터 문제가 되고 있다. 증거능력은 검사가 제시하는 증거가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자격을 의미한다. 그런데 제보자가 제시하였다는 증거 중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녹취파일은 국정원직원이 원본파일을 지워버렸다고 진술하여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 사본이고, 그 사본과 녹취한 녹취록의 내용의 중요부분이 일치하지 않고,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왜곡까지 되어있어 증거능력을 갖추었는지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을 증거로 제시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게다가 회합이 있었다는 장소 관리인의 증언 등 관련자들의 증언 내용을 종합하면 RO가 조직적 실체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결정적으로 제보자라는 사람의 증언도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과 일치하지 않고, 오락가락하며, 피고인들의 지위 등에 대해서도 추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런 정도의 입증으로 중대한 내란음모사건 등에 대한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범죄의 증명은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하고,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인정할만한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으면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것은 형사법상의 대원칙이다. 과연 이석기등의 내란음모사건이 국기를 뒤흔든 중대사건으로 판명되어 통합진보당의 해산청구사건에도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태산명동서일필이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 사건 및 통합진보당의 해산심판청구사건은 우리나라 역사상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정당활동의 자유 등 헌법적 가치가 평가받은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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