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 밀양 송전탑 현장, 갈등의 골 여전… 현재도 밀어붙이기 식 공사

76만5천볼트 고압선, 주거지역과 공존은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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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8년째를 맞고 있다. 한전이 밀양에 세우려는 76만5천볼트의 초고압 송전탑 총 69기 중 하나인 95번기 공사가 진행 중인 단장면 동화전 마을 뒷산. 한전은 경찰력까지 동원해 공사를 강행하고 있고 주민들은 이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한전의 ‘밀어붙이기식 공사 강행’이 싸움 더 키워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동화전 마을 주민들은 지난 해 95번기 탑이 예정된 마을 뒷산의 정상에 작은 황토방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마을 주민들은 추위를 피하고 번갈아 숙식을 하며 송전탑 건설 중단 농성을 벌여왔다. 그러나 13일 한전 측은 시공사 직원들을 동원해 황토방에서 마을 주민들을 몰아내고 철책으로 공사현장을 막아버렸다.

▲ 경남 밀양 단장면 동화전 95번 송전탑 공사 강행 중인 현장. 사진=남현정 기자
▲ 경남 밀양 단장면 동화전 95번 송전탑 공사 강행 중인 현장. 사진=남현정 기자

 

▲ 95번 송전탑 건설 현장 앞 바로 앞. 한전측이 주민들이 세운 황토방을 막아놓아 주민들은 한뎃잠을 자며 농성하고 있다. 사진=남현정 기자
▲ 95번 송전탑 건설 현장 앞 바로 앞. 한전측이 주민들이 세운 황토방을 막아놓아 주민들은 한뎃잠을 자며 농성하고 있다. 사진=남현정 기자

황토방에서 쫓겨난 마을 주민은 철책 바로 앞에서 천막을 치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난방도 없이 침낭에서 이틀 째 노숙 중이라는 마을 주민은 “공사 현장으로 헬기가 자재를 나르고 있어 천막과 먹을거리들이 다 날아가 버리는데 예고조차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사일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농사는 손을 놓고 있다.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결연하게 답했다.

산 중턱에 세워진 또다른 농성 천막에서 만난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 곳에서 만난 한 주민이 “언론에서 밀양 주민들의 실제 목소리는 잘 내 주지 않는다. 한전과 정부의 입장만 크게 보도하고 우리를 돈 때문에 반대하는 것으로 몰아간다”고 말하자 함께 있던 다른 주민은 “우리는 보상 필요 없다. 지중화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곳 농성장을 찾은 옆 태룡리 마을 주민은 “송전탑에서 거리가 먼 쪽 주민들은 보상에 합의했다고 하지만 우리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초고압 송전탑 건설로 인해 입게 되는 건강상, 재산상의 손실 등에 대한 예상으로도 반대 이유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지만 마을 주민들이 이토록 강경하게 반대하는 데에는 그동안 한전 측이 보여준 한 치의 양보 없는 태도가 큰 몫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 공동대표인 김준한 신부는 “이 싸움이 이렇게까지 번진 데에는 한전의 대단히 폭력적이고 독선적인 문제 해결 방식, 결국은 그들이 이긴다고 생각하고 밀어붙이는 태도가 한 원인이다”면서 “한전은 지금까지 주민들이 전문적인 검증을 받아 제시한 여러 대안들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사기업보다 더 철저히 한전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며 주민들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한전 편?… 농활 온 중학생들까지도 끌어내

한전이 지난 달 2일부터 공사를 재개한 이후 경찰은 공사장 주변에 15개 중대 1200여 명을 배치했다.
동화전 마을 뒷산으로 오르는 길목 역시 경찰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고 산 속에까지 텐트를 치고 교대로 근무하고 있었다.

▲ 공사장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들. "이 곳이 사유지라는 사실과 출입 통제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경찰은 "답변해 줄 수 없다"고만 되풀이 했다. 사진=남현정 기자
▲ 공사장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들. "이 곳이 사유지라는 사실과 출입 통제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경찰은 "답변해 줄 수 없다"고만 되풀이 했다. 사진=남현정 기자

주민들은 “이곳은 마을 주민의 사유지이므로 경찰이 통제할 근거가 없다”는 항의가 있었지만 경찰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해 줄 수 없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울산의 한 인권단체에서 밀양주민들을 돕기 위해 왔다는 한 활동가는 “한전과 주민들의 충돌을 중재해야 하는 경찰들이 오히려 한전의 공사를 도와주는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합법적인 저항 권리마저 막고 있는 것”이라며 분개했다.

경찰은 이틀 전, 밀양 주민들의 일손을 돕기 위해 농활 활동을 온 간디 학교 학생들을 여경을 동원해 공사 진입로에서 끌어내 과잉 진압과 인권침해라는 항의를 받았다. 학생들을 인솔해 온 교사는 “아이들이 많이 놀라고 무서워했다. 중학생밖에 안 된 어린 학생들을 경찰들이 그렇게 다루는 것을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생각보다 이곳의 사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대책위 “주거밀집지역엔 지중화 해야”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중재안들은 이미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이번 달 5일에도 밀양송전탑 서울대책회의는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정부, 한전, 주민, 시민 사회가 참여하는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발표했다. 대책위는 ‘초고압 송전선의 필요 여부’와 ‘부분지중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 14일 밀양 주민들을 돕기 위해 농활을 온 공무원 노조가 세운 농성 천막 속에 모인 마을 주민들. 사진=남현정 기자
▲ 14일 밀양 주민들을 돕기 위해 농활을 온 공무원 노조가 세운 농성 천막 속에 모인 마을 주민들. 사진=남현정 기자

김준한 신부는 “76만 5천 볼트라는 초고압 송전탑이 일으키는 재산, 건강, 경관에 대한 피해를 예상해 볼 때 주거지역과의 공존은 불가능하다. 노선 자체의 변경이 필요하고 부득이 주거밀집지역을 관통해야 한다면 반드시 지중화 해야 한다. 이것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 시민사회단체에 계속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이번 달에는 부산과 서울에서 탈핵 집회가 예정되어 있고 오는 30일 희망버스가 밀양으로 온다. 그 국면 속에서 돌파구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전은 현재 12개 송전탑 현장에서 공사를 강행하고 있으며 이달 안으로 공사 현장을 2~3곳 더 늘릴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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