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부정한 기자 원직복직에 발끈… 언론 카르텔 씁쓸

"뇌물브로커, 사이비기자 비호하는 동양일보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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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와 비판은 언론의 존재이유다. 비판받아 마땅한 자가 취재 활동에 나서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펜을 쥐어 주는 신문. 언론을 단순히 생계수단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사이비기자와 언론이 활개를 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또 그 사회는 악취가 진동하고 부정과 부패로 얼룩질 수밖에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사회를 물려주는 것은 어른들의 책무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지역본부(아래 충북본부)가 내놓은 기자회견문의 일부다. 충북의 한 신문사가 뇌물 전달 등으로 문제가 불거진 기자를 휴직 6개월여 만에 원대복귀 시키자 이를 규탄하고 나선 것이다.

충북본부는 9일 오전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이비기자를 비호하고 있다’며 충청권 일간지인 <동양일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어 ‘뇌물브로커로 전락한 S기자에 대한 인사발령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동양일보 소속 S기자는 지난해 10월 <충청리뷰>와 인터뷰에서 “(2006년) 건설업자 A씨에게 받은 5천만원의 뇌물을 전 음성군수 B씨에게 건넸다”고 밝혔다. 또 2010년 공갈 협박 혐의가 인정돼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전력도 있으며, 현재 ‘사기와 제3자 뇌물취득 혐의’ 등으로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충북본부는 S기자가 출입처를 가지고 취재활동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올해 1월 동양일보를 항의 방문하는 등 문제를 제기했다. 동양과 두 차례의 간담회를 통해 S기자를 휴직처리하고 인사발령 시 협의를 거치기로 했지만 지난달 25일 일방적으로 원직으로 인사발령하면서 반발을 불렀다.

▲ 9일 오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본부가 사이비기자를 비호한다며 동양일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9일 오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본부가 사이비기자를 비호한다며 동양일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민들이 사이비기자로부터 피해 입는 일이 없도록

첫 번째로 규탄 발언을 한 충북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김태종(목사) 상임대표는 “이 땅의 푸른 깃발이란 슬로건의 동양일보는 긍정적 평가보다 부정적 평가가 더 많다”고 운을 뗀 후 “언론은 기능보다 태도가 중요한데 부적절한 기자를 원대복귀 시킨 것은 잘못”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 대표는 이어 “언론은 사주나 그 신문사의 구성원의 것이 아니다”라며 “언론은 사회의 공기 역할을 하는 공적인 그릇인데 그 그릇에 쓰레기가 담긴다면 수치이고 불편함”이라고 했다. 이어 “동양일보가 바른 목소리를 담는 그릇으로 남을지, 쓰레기를 담는 그릇으로 남을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충북본부는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사이비기자 문제에 대해 동양일보 측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의했지만 이를 어기고 S기자를 원대복귀 시켰다”고 분개했다.

충북본부는 또한 “동양일보는 S기자의 부정이 다른 회사 재직 시 벌어졌으며, 오래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인사권은 회사의 고유 권한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는 궁색한 변명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동양일보는 사람을 잘못 채용한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시간의 흐름으로 부도덕성과 비 윤리를 가릴 순 없다”고 일갈했다.

충북본부는 이어 “언론은 공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인사권 또한 고유 권한이란 포장으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선 안 된다”며 “김영란법에 언론인을 포함시킨 이유를 곱씹어 보라”고 주문했다.

충북본부는 “(S기자가) 2010년 공갈 협박 혐의가 인정돼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전력이 있다”며 “더욱이 그는 현재 ‘사기와 제3자 뇌물취득 혐의’ 등으로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동양일보의 이번 인사는 충북본부 6천 조합원을 철저하게 무시한 행태이며, 자존심을 짓밟고 신뢰를 저버린 처사”라며 “이번 사태를 사이비기자와 이를 비호하는 신문사를 단죄하는 계기가 되도록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해 11월 충북 음성지역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S기자가 소속된 동양일보에 홍보 지원금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 지난해 11월 충북 음성지역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S기자가 소속된 동양일보에 홍보 지원금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충북본부는 “더 이상 국민과 공무원들이 사이비기자와 언론으로부터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공무원노조 충북본부가 앞장서서 싸울 것”이라며 “이번 싸움은 옳고 그름의 대결이고, 상식과 비상식의 충돌”이라고 규정했다.

충북본부는 동양일보 측에 △S기자 인사발령 철회 △잘못된 인사에 대해 독자에게 공개 사과 △재발 방지책 마련하고 공개 등 3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이 요구가 즉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조직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경고했다.

<동양일보> 기자만 취재한 이상한 기자회견

9일 오전 11시, 34도의 기온에 습도는 85%를 가리켰다.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은 충북도청 브리핑룸에 들어서자 숨이 막혔다. 기자회견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입에선 “언론사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니까 충북도청이 눈치 보느라고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 거냐”는 짜증이 터져 나왔다.

이날 기자회견은 특이했다. 취재하는 기자는 7명이 고작이었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는 20명에 달했다. 7명의 기자 중 1명을 제외한 6명은 동양일보 소속이란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고, 언론의 카르텔을 목도하는 순간이었다.

지방일간지 C신문의 한 중견기자 “자기네 신문 규탄하는 기자회견 하니까 바람막이 하러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그 기자들도 오고 싶어 왔겠냐”며 “회사에서 보내니까 왔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복도에서 만나 중앙일간지 한 기자는 “이럴 때 내가 기자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라며 급히 자리를 피했다.

기자회견문 낭독이 끝나고 질의 응답시간에는 한 기자의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에선 궁금증이라기보다 짜증이 묻어났다. 기자는 “언론이지만 사기업체인데 인사권까지 거론하는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기자회견에 참석한 분들 중에 지방언론 발전을 위해 뭘 했으며, 신문 한 가지라도 보느냐”고 따졌다.

▲ 음성지역 주민들이 동양일보 소속 S기자를 비난하며 충북 음성군청 정문 맞은편에 내건 현수막
▲ 음성지역 주민들이 동양일보 소속 S기자를 비난하며 충북 음성군청 정문 맞은편에 내건 현수막

이에 대해 충북본부 측은 인사권에 대해선 기자회견문 일부를 인용해 답했다. 이어 C일보 해직기자들이 만든 신문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3천만원에 달하는 기금을 조성해 주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지역주간지인 <충청리뷰>가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광고가 끊겨 백지 광고를 내보낼 때 기명으로 광고를 싣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방일간신문 또한 보고 있다고 답하자 질문했던 기자는 얼굴이 붉어졌다. 질문했던 기자의 소속은 동양일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독특하게 취재하는 사진기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20년 넘게 사진을 촬영해 온 필자로서는 이해하지 못할 취재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유일하게 DSLR 카메라를 들고 있던 그녀는 채증이라도 하려는 듯 참석자들을 일일이 촬영했고, 기자회견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사진기자들은 빠듯한 일정 때문에 현장을 보여 줄 수 있는 물건하나 건지면 자리를 뜨는 게 보통이다. 이날은 시위 현장처럼 돌발사고가 예측되는 자리가 아니었고 유명인사가 출연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녀는 왜 그리 열심히 셔터를 눌렀을까. 나중에 알고 보니 동양일보 소속 사진기자였다.

동종업계에서 일하고 지역에서 매일 마주치는 얼굴이다 보니 취재가 껄끄러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침묵의 카르텔은 또 다른 사이비기자를 낳을 뿐이다. 누군가 그 침묵을 깨지 않으면 작은 종양은 암 덩어리도 굳어져 그 사회는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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