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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법 개정안 저지 투쟁, 전환이 필요하다[김철 칼럼]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  |  gnews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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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29  12: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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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는 지난 6월 22일 「국가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한 데 이어 10월 11일 「지방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1963년 “행정의 민주적인 운영”을 포함하는 개정이 이루어진 이래 50여 년만에 법 목적조항의 내용까지 바꾸는 대폭적인 개정에 나선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개정이유로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직가치를 확립하여 공무원이 책임감을 가지고 직무에 헌신하도록 하기 위하여 국가공무원법의 목적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 결과 ‘행정의 민주적이며 능률적인 운영을 기하게...’하는 목적이 삭제되고, 대신 공직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고, 공적가치를 실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내용은 인사혁신처가 출범 100일을 맞아 2015년 2월26일 발표한 「범정부인사혁신실천계획」에서부터 예견된 것이다. 그 핵심은 공무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공직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한편, 공직자상을 정립하고, 공직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우선 공직자 상 정립의 핵심을 이루는 공적가치(public value)는 일반적으로 공공성(publicness) 또는 공익(public interest)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나, 정부의 공무원법 개정안은 목적에서 공직의 국제적 경쟁력 제고를 포함하고 있어 성과주의가 지향하는 민간의 경영방식을 도입하는 조치 중의 하나로 파악할 수 있다.

   
▲ 집회에서 공무원법 개악 저지를 외치고 있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

민간경력 채용 확대 등의 개방성 확대는 세월호 참사 직후 국가 개조, 관피아 척결의 대안으로 관료 대신 민간전문가로 바꾸고, 민간의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차원에서 제기된 것이다. 이는 민간인재의 유입을 유도해 자연스럽게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는 바, 관료제를 시장으로 대체하는 ‘인적 민영화’의 우려를 제기한다.

그리고 능력·성과중심 인사관리를 대표하는 직무 중심의 개편 또한 계급제 문화와는 다른 영미식 직위분류제를 도입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어 성과주의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근무성적의 평정을 직무성과평가 등으로 바꾸어 이번 법 개정안이 지향하는 바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인사혁신처는 이미 지난 2015년 10월 ‘능력과 성과중심의 인사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여 성과급제를 통해 ‘쉬운 해고’를 공무원 사회에 도입하겠다는 의도를 공식화한 데 이어, 2016년 1월에는 직무 중심 인사관리, 성과관리체계 강화, 공직가치 확립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논의되지 못하고 제19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되었는데, 이번에 다시 제20대 국회에서 거의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다.

공직사회만이 아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발표하고 공기업·준정부기관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제하면서 공공기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어서 5월에는 행정자치부가 지방공기업에의 도입 목적으로 기획재정부 권고안을 본 딴 「지방공기업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발표했는데, 이것들은 모두 과거 GE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실시했던 극단적 상대 서열화 방식의 성과주의 임금체계와 흡사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도 2월 ‘금융공공기관 성과중심 문화 확산 간담회’를 개최하고 2단계 금융개혁 차원에서 금융 공공기관을 상대로 성과중심 문화 확산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 공공기관들은 가장 공격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이 추진되면서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교원에 대한 평가의 경우 2010년 전체 교원을 대상으로 한 ‘교원능력개발평가제도’가 도입되었고, 2015년 10월에는 ‘교원능력개발평가제도 실시에 관한 훈령’이 발표되면서 2016년부터 교사간 경쟁을 부추기는 교원평가가 실시된다. 한마디로 전방위적으로 성과평가제도가 도입·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근로기준법」에 따르지 않은 채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의 지침만으로 일방적으로 강행되어 불법 논란이 제기된다. 정부는 이처럼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선도하고 민간으로 확산시키고자 하지만, 공공부문 총파업으로 인해 주춤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성과주의를 강요하는 정부의 공무원법 개정안은 법령 개정 수준이어서 행정지침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번 공무원법 개정안은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는 공무원법의 근본적인 개정을 통해 공직사회는 물론 한국사회 자체를 뒤흔들고자 하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이미 민간부문에서조차 실패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낡아빠진 성과주의를 시대착오적으로 도입·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 국회에 제출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토론회가 28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에 전국공무원노조는 10월 28일 공직사회의 성과주의 및 퇴출제의 근간이 되는 정부의 공무원법 개정의 문제점을 명백히 드러내고자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실 이미 웬만한 공무원이라면 공무원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다 알고 있으리라. 국민들에게 이를 선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렇다고 해서 정부가 성과주의 드라이브를 멈출까? 지난 4년간 박근혜 정부의 행적을 돌아보면 그렇지 않을 것이 명백하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공무원법 개정안 저지 투쟁은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공무원법 개정안이 문제 있어요”하고 외치는 데서 끝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우리의 대안을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 현재의 근무성적평정제도가 문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직무성과평가도 대체하는 것은 작은 악을 바로잡자고 더 큰 악을 불러오는 것이다.

여소야대 20대 국회는 우리의 대안을 얘기하는 데 어느 때보다 좋은 조건이다. 공직사회의 분열과 부정부패 만연을 가져올 성과주의를 막기 위해 민중행정, 공공행정이 제대로 구현되는 공무원법 개정안을 공무원노조가 주도적으로 제안하자. “인사행정의 근본 기준을 확립”하고 ”공무원에게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행정의 민주적이며 능률적인 운영을 기하게“ 한다는 공무원법의 목적은 공무원노조가 가장 잘 실현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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