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생산적 공직사회를 위해서는 공무원 표현의 자유 회복이 우선

불신, 불만, 불능, 불화, 불안, 불통의 성과상여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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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정훈 변호사
▲ 정정훈 변호사

불신. 불만. 공무원 성과상여금제 논란의 근본 원인은 성과평가에 대한 불신에 있다. 성과상여금 등급은 일반적으로 근무성적평정과 부서장 평가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근무성적평정도 부서장 평가도 “능력과 성과에 따른”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와는 거리가 멀다.

개인적으로는 부당한 근무성적평정과 관련하여 승진제외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진행한 바 있고, 기관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에 대한 고소장을 작성한 경험이 있다. 내가 경험한 사례는 평정자나 확인자가 근무성적평장에 관여하지 않고, 제3자가 승진자를 정해 놓고 그 순서대로 작성된 근무평정순위명부를 가지고 서명을 받아 관련 서류를 거꾸로 맞추어 나가는 위법하고 부당한 것이었다. 근무성적평정은 부서별 나눠 먹기식의 겉치레에 불과했고, 허위공문서작성, 공문서 위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지방공무원법 위반 등 범죄의 전시장과 다름없었다. 이런 경우가 일부의 사례라고 하더라도, 대개의 근무성적평정은 연공서열을 확인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부서장 평가도 다르지 않다. 객관적으로 계량화된 평가지표도 없고, 부서장과의 친소관계에 따른 평가를 통제할 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성과평가가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면, 이에 따른 성과상여금의 차등 분배는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노동조합이 관여해 성과상여금을 다시 균등 분배하는 것은 이러한 불신과 불만의 표현이다.

불능. 공공부문의 성격상 업무성과를 계량화하기 힘들다. 지역과 업무 등의 특징을 정교하게 반영해 객관적인 평가모형을 만들려는 노력은 없었다. 평가를 받는 공무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평가지표가 개발되어야 하지만, 성과상여금제 도입 이후 15년간 보여준 정부의 무능은 이러한 노력이 불능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하나 지적해야 할 것은 성과상여금이 그 본래 의미대로 성과에 따른 상여금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무원들의 낮은 보수를 보전하는 차원으로 총액인건비에 포함되어 있는 수당을 지급하면서, 이를 성과상여금이라는 방식으로 포장한 것이라면, 성과상여금의 차등 분배라는 기획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불화. 성과상여금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결과는 불화다. 부당한 성과평가에 대한 공무원 조직 내부의 불화와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 나아가 성과상여금 제도는 공직사회와 국민간의 불화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효율성을 위주로 하는 성과평가와 공공성을 근본으로 하는 공무원의 업무는 갈등관계에 놓일 수 있다. 공직 업무가 효율성과 공공성의 갈등관계에 놓일 경우, 국민의 공무원 직무에 대한 불신은 공직사회와 국민간의 불화로 이어질 수 있다. 

불안. 공무원 노동조합에서는 성과상여금제가 공직사회에서의 더 쉬운 해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과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008년 대규모 퇴출제를 시행한 농진청의 사례를 보면 그 실상이 명확해진다.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근무평정, 통합 성과관리 시스템 등 기존의 평가제도마저 무시되었다. 직원들 간의 다면평가는 1인당 평가 소요시간이 짧게는 2분으로 평가 대상자가 제출한 자료조차 제대로 읽을 수 없는 제한된 시간에 이루어졌다. 더욱이 ‘살생부’를 작성하라는 암묵적인 의미를 읽었을 공무원들이 고뇌하며 동료들의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하였을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선정된 퇴출 대상자는 평가의 구체적인 근거를 알 수도 없고, 그 결과 이의신청을 하기도 어렵다. 이쯤 되면 ‘네 죄를 네가 알렷다’라고 호통 치는 원님 재판이다. 정당화될 수 없는 절차들이다.

공무원의 신분 보장에 대한 불안은 공무원 개인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민주주의에 대한 불안의 문제이다. 헌법에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직업공무원제도를 규정한 것은 정치와 행정을 분리하여 권력분립이 기능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공무원은 권력 분립의 한 축이다. 성과상여금제도 및 그와 연동되는 퇴출제는 이러한 권력분립에 대한 위협이다. 부당한 성과평가와 이를 기초로 퇴출이 이루어진다면, 기관장(정치)의 의사에 공무원(행정)이 종속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고, 이는 우리사회 민주주의와 권력분립에 중대한 불안이 아닐 수 없다.

불통. 정부는 지난 15년간의 경험을 통해 성과상여금에 대한 공직사회의 불신, 불만, 불능, 불안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상여금제도를 일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정부와 공직사회의 의사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소통 부재가 잘못된 진단과 처방의 원인이다.

또한 경쟁 위주의 성과평가제가 공직 사회 내부의 칸막이를 강화해 부서간 이기주의를 강화하고, 의사소통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공직사회 내부에서의 의사소통 약화된다면, 결과적으로 국민과 공무원의 의사소통을 어렵게 될 것이다.

불신, 불만, 불능, 불화, 불안, 불통의 성과상여금제는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폐지하는 것이 맞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공직사회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공무원들의 표현의 자유가 회복되어야 한다. 공무원들에게 재갈을 물려 침묵을 강요하고서는 창의적 직무 수행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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