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블루게이트’ 책 펴낸 장진수 전 주무관

“민간인 불법 사찰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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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KB한마음 대표 김종익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광우병 촛불시위 정국에서 정부를 비판한 '쥐코' 동영상(영화 '식코'페러디)을 올렸다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불법 사찰과 조사를 받았다. 공직자와 공기업 임원의 비리를 감시하는 국가기관이 정부 비판 동영상을 올렸다는 이유로 민간인을 감시하고 사찰했다는 사실이 MBC < PD 수첩>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2012년 3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근무하던 장진수 주무관이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인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나와 민간인 불법 사찰 증거인멸의 전모를 폭로했다.

"나의 첫 업무는 돈 봉투 상납이었다. 국무총리실과 청와대를 오가며 돈 심부름을 했다. 불법사찰이 언론에 보도된 뒤에 검찰의 수사망을 피하려고 청와대 등 상관의 증거인멸 지시에 따라 부서 컴퓨터를 깡통으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대포폰도 사용했고, 직원들이 4만5천 장의 문건을 파쇄하는 것도 목격했다. 나도 입막음용으로 5천만 원을 받았다"

▲ 이명박정부 시절 민간인 불법사찰을 폭로했던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5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7층 소회의실에서 공무원U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정재수 기자
▲ 이명박정부 시절 민간인 불법사찰을 폭로했던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5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7층 소회의실에서 공무원U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정재수 기자

핵폭탄급 폭로였다. 그리고 민간인 불법사찰이 큰 파문을 불러오면서 검찰의 수사는 두 차례나 이어져 청와대 이영호 비서관을 비롯 내부고발을 한 장진수 주무관을 포함 9명이 기소됐고,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영준 국무차장까지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여론은 청와대로 향했고, 당시 이영호 고용노동비서관이 스스로 '몸통'이라고 밝히면서 수사는 사건 전말은 밝혀내지 못한채 지지부진 마무리된다. 그 뒤 장진수 주무관은 2013년 11월 대법원의 유죄확정판결을 받아 10년만에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장진수 전 주무관이 부끄러운 자기고백서 불법사찰 증거인멸에 휘말린 장진수의 최후고백 '블루게이트'(오마이 북 펴냄)를 내놨다. 2년만에 그를 다시 만났다. 2년 전에 비해 많이 편안해 보였다.

-책 제목에서 블루라고 한 이유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기록이죠. 그래서 책 제목에 블루(BLUE)라는 단어를 넣었어요. 그 방식이나 불법성으로 따지면 워터게이트에 버금갈 사안이죠. 청와대(블루하우스)의 지시에 따라 저지른 불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블루게이트'입니다"

장 주무관은 책을 쓰게된 이유에 대해 "진실고백은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한 길이었고, 국민에게 봉사할 의무를 지닌 국가공무원으로서 해야 할 마지막 도리였다"라며 "물론 내가 잘못한 일들에 대해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 사건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면서 괴롭혔습니다.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할까요. 절박했습니다. 거기서부터 벗어나야 했습니다.책을 발간하면서 많이 편해졌어요."고 말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2013년 11월 28일 대법원 판결로 당연 퇴직된 뒤 책을 집필하는데 몰두했습니다. 처음에는 책을 쓰려고 한게 아니고 사건을 잊혀지지 않게 인터넷에 '장진수 이야기' 증거인멸 사건에 집중해서 연재를 했습니다.페이스북 등에 조금씩 올리고, 이 것을 오래동안 가지고 가려했으나 기록이 산재해 있는 것보다 책으로 한 군데 모으는 것이 좋겠다는 독자들의 이야기가 있어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공직을 퇴직한 뒤 생활은 어떻게.

"파면형태라 퇴직금을 반밖에 안 주니까... 지금까지 조금식 버텼습니다. 7월이면 거의 통장 잔고가 없을 것 같은데(웃음), 한국일보 법조팀이 쓴 '민간인 사찰과 그의 주인'이라는 책의 인세를 저에게 주시기도 하고 사이사이 도와주신 분들이 있었다. 아내는 속으로 걱정은 하는지 몰라도 저를 믿고 있어서 인지 많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장진수와 함께하는 모임(장함모)가 출범했던데요.

"'장함모' 계기는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참여하신 분들이 한국일보 법조팀의 도움이야기를 듣고 우리도 뜻을 모아보자고 들었어요. 저도 그 모임이 결성된다는 소식을 3월인가 들었는데..출범한 것을 보니 수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셨더라고요. 장항사는 저를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있고, 참여연대,YTN 노동조합이 MB를 고발한 것이 있는데 전혀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것 MB정부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연대, 공익제보자들의 지원을 강화해야한다는 것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간인 사찰 파문이후에도 국정원 댓글사건이 있었다. 이런 과정을 지켜봤는데.

"진실을 거짓으로 누리는 것인데. 국정원 대글사건은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사건과 맥을 같이합니다.MB정부는 태생적인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선을 그어놓고 불순한 세력으로 몰았습니다. 그래서 사찰하고 억압하고 했고... 사찰로도 안되니까 댓글로 국민들을 현혹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MB정부는 4대강사업,정부조직개편 등 실정이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직개편, 쇠고기 수입 과정에서 자기 잘못이 있었고 그 것을 덮기 위한 사찰과 국정원 댓글 사건이 발생한 것 아닌가요?"

-국민들이 정부에 대해 불신이 많은 이유가 민간인 사찰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때문이 아닌가요.

"정부가 하는 거짓말이 얼마나 많았는가 이 책에 기록했다. 거짓말하고 이들은 어떻게 빠져나가는가를 저는 직접 보고 겪어보지 않았는가.(기자:지금은 어떠한가) 세월호 참사에서 사복경찰들이 유가족들을 사찰하는 것을 보면서 이 정부에서도 아직까지 그러한 행태가 남아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 장진수 전 주무관이 최근 펴낸 <블루게이트>. 이 책은 2012년 터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기록과 뒷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오마이북 펴냄. 288쪽. 1만5천원
▲ 장진수 전 주무관이 최근 펴낸 <블루게이트>. 이 책은 2012년 터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기록과 뒷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오마이북 펴냄. 288쪽. 1만5천원

-책을 쓰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나셨을 텐데요?

"사건 처음부터 끝까지 떠올랐고요. 책에 다 표현은 못했는데요. 가족들과의 관계인데요.1심 변호인들과 관계를 끊고, 2심 때 서류를 혼자 만들었어요. 겁이 났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시골집에 서류를 보냈어요. 마땅하게 보관할 장소가 없어서였죠. 그런데 시골에서 농사만 지어온 칠순 노모 그 서류를 읽어보신 거예요. 어머니가 전화했어요. 눈물이 난다고. 억울하다고 저 대신 하소연을 했죠.감정이 북받쳤고.. 5천만원을 받는 이야기를 기록하려니 손발이 오그라들고.. 제가 잘못한 것도 다 기록하면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을 회상하려니 힘들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영혼을 되찾았다. 영혼없는 공무원이 영혼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공무원들이 이 책을 봐야 할 이유라면.

"제2의 장진수가 되면 안되기 때문에... 모든 공직사회가 그런 가능성이 있고, 공무원들이 어떤자세로 근무해야 하는지 이책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장담한다"

-공무원들의 대통령의 지시가 곧 국가를 위해 일한 것이라고 인식하는데.

"상급자의 지시가 곧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관장의 명령이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 동일하게 놓고 생각하면 안된다. 책에 나온 사람들처럼 국가를 위해 일한다면서 속으로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을 보면 국가를 위해 일한다고 보기 어렵다. 당시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 안했습니다. 지시자가 대통령인데.. 그것을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고, 대통령을 절대권자로 보고 일을 하고 있었다. 공무원들은 무슨 일을 할때 판단을 해야합니다" 

-2년전에는 공무원으로 자긍심이 있었고, 다시 공무원으로 가고 싶다고 말하셨는데.

그 당시는 공무원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대법원 판결이후 공무원이 아닌 자유로운 신분으로 있으니까. 지금은 박근혜 MB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이 되면 정치적인 중립이라는 미명하에 자제해야 하지 않은가. 정치적 중립이라는게 옳고 그름의 중립이 아닌데 정치인이든 권력자든 범죄를 저지르는 것에 대해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아무말 못하는게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불법사찰은 범죄인데 공무원들이 아무런 말을 못하는게 답답하다.

-앞으로 계획은?

"경제적인 일을 찾으려고 한다. 특별한 계획은 거창하게 잡힌 것은 없다. 장기적인 계획은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는 책에서 이 부분을 쓰면서 "나는 고해성사를 한 듯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고 밝혔다. 장 주무관은 이 책에 대해 단순히 연대기적으로 정리한 불법사찰의 기록이 아니라고 말한다. 장 주무관은 " 영혼없는 공무원에서 영혼을 되찾아가는 한 인간의 고뇌와 분노, 회한과 다짐의 과정이자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사회적 기록"이라고 말했다.

오는 6월 9일 서울 동교동의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오후 7시 30분에 북콘서트를 연다. 새로 인연을 맺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단다. 김종익씨는 플루트를 연주한다. 장진수씨는 전자 기타를 연주한다. 그는 많은 희생과 바꾼 자유를 느끼기 위함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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