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실종의 대선, 민생은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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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소비자물가가 3.6% 오르면서 4개월째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4개월 연속 물가가 3% 이상 오른 것은 10년 만의 일이다. 통계청이 4일 내놓은 ‘1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월급 빼고 모두 오른다”는 한탄을 실감케 한다. 석유류(16.4%)를 비롯한 공업제품을 필두로 축산물(11.5%)과 농산물(4.6%), 외식(5.5%) 등 오르지 않은 품목을 찾기 힘들다.

전반적인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석유류의 경우 16.4%나 오르면서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휘발유(12.8%), 경유(16.5%), 자동차용 LPG(34.5%) 모두 올랐다. 품목별로는 국수(27.8%), 식용유(14.4%), 간장(13.9%), 부침가루(13.5%), 밀가루(12.1%), 당면(12.0%) 등이 두자릿수나 올랐다.

1월 외식 물가지수 상승률은 5.5%로, 2009년 2월(5.6%) 이후 가장 높았다. 갈비탕(11.0%), 생선회(9.4%), 소고기(8.0%), 죽(7.7%) 등을 비롯한 39개 외식 품목 물가가 일제히 올랐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김밥(7.7%), 햄버거(7.6%), 설렁탕(7.5%), 라면(7.0%), 짜장면(6.9%), 치킨(6.3%), 피자(6.0%), 삼겹살(5.9%), 돈가스(5.7%)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물가 상승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조짐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10년 만의 최고치인 3.0% 올랐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는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상승률을 말한다. 근원물가의 기조적 상승은 물가가 일시적인 상승이 아니라 장기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 식량 가격도 오르는 중이다. 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FA0)는 1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19.6% 상승한 135.7포인트라고 밝혔다. 이는 2011년 4월 이후 최고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 전망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주요 곡물 수입단가가 밀을 중심으로 작년보다 상승할 전망이다. 밀(식용) 수입단가는 톤당 415달러로 29.6% 뛸 것이라는 예상이다. 기상 이변으로 곡물 생산이 줄고, 오미크론 확산으로 운송·유통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 주요 곡창지대로 세계 5위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감도는 것도 국제 곡물 가격에 악재다.

물가 상승세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관측되는 요인은 국제 유가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찍으면서 소비자물가 오름세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내에 들여오는 원유 기준인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2월 4일 배럴당 90.22달러로, 지난해 12월 2일 단기 저점인 69.13달러보다 21.09달러나 올랐다. 국제 유가는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된다. 지난 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3월 9일 대선 이후 공공요금의 인상 압박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전기 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대선 이후로 미뤄져 있다. 전기 요금은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10.6%, 도시가스 요금은 올해 말까지 16.2% 인상하기로 예고돼 있다. 그런데, 수입 원가가 뛰고 있어서 전기·가스 요금이 이보다 더 인상될 수도 있다. 공공요금을 비롯하여 물가가 줄줄이 인상되면 물가 상승률이 4%대로 상승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고물가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은 6.6%로, 1991년 7월 이후 3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간 상승률도 4.0%로 2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유럽연합 통계국은 지난 2일(현지시각) 지난달 유로 사용 19개국의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1%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1997년 유로존 통계를 작성한 이래 역대 최고치로, 지난해 11월(4.9%)과 12월(5.0%)에 이어 3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미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5%를 기록했다. 1982년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다. 시장 예상치였던 7.3%를 상회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5월 5%를 넘어섰고, 작년 10월에 6%를 돌파하더니 12월에 7%까지 높아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목표치(2%)를 3배 이상 넘어선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의 부채 경제가 낳은 후유증이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각국은 과감하게 돈을 푸는 재정 및 통화 정책을 폈다.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리고 양적 완화를 통해 대규모로 돈을 찍어냈다. 그 결과 부채가 급격히 증가했다. 부채로 부풀어 오른 거품은 꺼지게 마련이며, 거품이 터지면 피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부채 급증 다음에는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가 닥쳤다. 1970~1989년에 남미 국가에서 정부 부채가 증가했고 이들 국가가 위기를 겪었다. 1990년대 동아시아는 기업부채가 증가한 결과 경제위기가 왔고 우리나라도 이때 외환위기를 겪은 바 있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는 전 세계로 번져서 2009년에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은 거품 경제의 후유증이고 경제위기의 신호이다. 물가 상승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의 살림살이가 더 쪼그라들게 생겼다. 그런데 대선 정국의 정치권은 완전히 딴 세상이다.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면서 돈 풀기 경쟁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돈을 풀면 물가가 더 오른다는 건 상식이고, 부채가 늘면 거품 경제의 후폭풍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건 당연지사다. 20대 대선은 민생 실종의 비호감 대선이다. 대선이 아니라 대선 이후가 걱정이다. 민생은 누가 책임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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