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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과 우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불평등하다
이완배 민중의 소리 기자  |  yju82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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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10  10: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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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추진 과정에서 온갖 불법 행위를 저지른 혐의다. 온갖 방해 공작에도 마침내 이재용을 기소한 검찰의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 내가 검찰 조직에 별로 우호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이 일은 정말 잘 처리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이 있다. 명백한 범죄 행위인데도 구속은커녕 기소조차 이토록 어려웠던 이유가 무엇인가? 이 과정에서 나는 이 사회가 얼마나 불평등한지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우리는 알고 있었다고 착각했다. 이재용과 우리가 얼마나 불평등한지를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로 알고 있었을까? 아니다. 이재용의 기소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은 이재용과 우리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불평등하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인식 속 불평등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Dan Ariely) 듀크 대학교 교수와 마이클 노턴(Michel Norton) 하버드 대학교 교수는 경제 불평등에 관한 인식에 대한 연구를 한 적이 있었다.

경제학에서 소득 불평등을 연구할 때 ‘소득 5분위 분류’라는 것을 사용한다. 전체 국민을 소득 수준에 따라 한 줄로 쭉 세운 뒤 20%씩 다섯 그룹으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최상위 20%가 5분위, 그 다음 중상위 20%가 4분위, 그 다음 중위 20%가 3분위, 그 다음 중하위 20%가 2분위, 최하위 20%는 1분위로 분류된다.

애리얼리와 노턴은 사람들에게 “당신이 가지고 있는 부(富)의 크기가 국가 전체 자산에서 얼마를 차지할 것 같은가?”라고 묻는다.

이때 최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부자들은 자신들의 자산이 미국 전체 자산 중 58.5%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위 20%가 무려 60%에 가까운 부를 독점한다니, 벌써 매우 불평등해 보인다.

그 다음 4분위 중상위층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면 이들은 자신의 부가 국가 전체 자산 중 20%쯤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가운데인 3분위 사람들은 20%에 크게 못 미치는 12%라고 짐작했다. 중하위층인 2분위 사람들은 고작 6.4%밖에 안 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최하위층 1분위 사람들은 겨우 2.9%에 머물 것이라며 낙담했다.

이 설문 결과를 보더라도 사람들은 이 세상이 매우 불평등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최상위 20%가 60%의 부를 독점하고, 최하위 20%는 고작 2.9% 재산만 갖는다니 말이다.

 

세상은 상상 이상으로 불평등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인식조차도 진실과 크게 동떨어졌다는 데 있다. 실제 통계는 이렇다. 가장 잘 사는 5분위 사람들은 자신들이 58.5%의 부를 차지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무려 84.4%를 갖고 있었다.

중상층 4분위 사람들은 대략 20% 정도의 부를 갖고 있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고작 11.3%에 머물렀다. 정 가운데 3분위는 12% 정도를 갖고 있다고 착각했지만 실제는 전체의 3.9%였다. 하위층 2분위는 ‘우리가 그래도 한 6.4% 정도는 갖고 있겠지?’라고 믿었는데, 그의 30분의 1 수준인 0.2%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최하위층은 자신들이 얼마나 가난한지 짐작이나 제대로 하고 있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1분위는 0.1%에 불과했다.

조금만 더 나아가보자. 애리얼리와 노턴은 이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최하위 그룹과 최상위 그룹의 재산이 국가 자산 중 몇 %여야 적당할까?”를 물었다. 가장 이상적인 부의 분배 정도를 투표한 것이다. 그 결과 미국 국민들은 “최상위 그룹의 재산은 32%, 최하위 그룹의 재산은 10%면 적당하다”고 답을 했다. 즉 미국 국민들은 최상위 그룹의 재산이 최하위 그룹 재산의 세 배 정도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황당한 생각인지는 현실에서 바로 드러난다. 진실은 최상위 그룹의 재산이 최하위 그룹의 재산보다 무려 845배나 많았다. 3배가 아니고!

이 연구가 말해주는 사실은 분명하다. 우리의 인식과 실제 현실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불평등한 세상에서 산다. 그런데 우리의 이상(理想)과 현실은 그 보다 더 큰 격차가 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우리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세상에 비해 훨~~~~~씬 더 불평등하다.

 

불평등의 개선은 진실을 아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불평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애리얼리는 답한다. “천만에요. 당신들은 아직 진실을 몰라요!”라고 말이다.

이재용의 기소 과정에서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 이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사법체계가 불평등하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진실의 뚜껑을 열어보니, 그 불평등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이재용이 박근혜에게 바친 뇌물은 90억 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이재용은 여전히 집행유예 상태로 버젓이 활동을 한다.

반면 2012년 방송통신위원회 국장에게 3477만 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윤 모 씨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3500만 원 뇌물이 실형인데 90억 원 뇌물은 집행유예인 이 개떡 같은 기준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대법원 양형 기준 역시 3,000만~5,000만 원의 뇌물공여에 대해서는 10개월~1년 6개월 형을, 1억 원 이상의 뇌물 공여자에게는 2년 6개월~3년 6개월 형을 권고한다. 이재용은 대법원이 정한 양형 기준조차 초월하는 존재다.

애리얼리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진실을 정확히 아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한국 사법체계의 불평등을 개선하려면 우리가 도대체 얼마나 불평등한 세상에 사는지 진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은, 3,500만 원을 뇌물로 주면 실형을 사는데 90억 원을 뇌물로 주면 집행유예로 풀려난다는 사실이다. 이게 바로 상상을 초월하는 한국 사법체계의 불평등한 민낯이다.

우리가 새로 만드는 세상은 이 불평등함을 정의로운 평등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그래서 이재용은 반드시 다시 구속돼야 한다. 이재용 구속이야말로 상상보다 훨씬 더 불평등한 한국의 사법체계를 바꾸는 첫걸음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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