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에 의한 공무원 폭행 제도적 근절대책 마련해야

“공무원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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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야, 죽여 버리겠어.”
욕설과 모욕, 협박과 행패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있다. 바로 공무원노동자들이다.

▲ 지난 26일, 남원시지부는 민원인에 의한 공무원폭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지난 26일, 남원시지부는 민원인에 의한 공무원폭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2019년 9월 경기도 화성시 공무원(40대 여성)은 행정처분에 격분한 민원인에 의해 뺨을 맞고 고막파열, 뇌출혈 등을 진단받아 치료를 받았다. 지난 달 2일 창원시 마산합포구청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 문제로 항의하던 민원인에게 공무원(50대 여성)이 폭행당해 실신하는 일이 벌어졌고, 그 민원인은 공무원이 실신한 상황에서도 태연히 아이스크림을 먹어 여론의 공분을 산 바 있다.
15일 경남 거제시에서는 자동차세 미납 차량에 번호판 압수 예고장을 통보하던 과정에서 철재로 된 공무원의 수첩이 자신의 차량 보닛을 훼손했다며 ‘죽이겠다’,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성 전화를 한 후, 시청을 찾아와 보상을 요구하면서 담당 공무원(50대 여성)의 뺨을 후려쳤다.
17일에는 전북 남원에서 술에 취한 주민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흥업소 단속에 나선 공무원(20대 남성)의 배를 가격하고 폭언을 일삼아 불구속 입건되는 일도 있었다.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였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민원인의 공무원에 대한 폭언과 폭행 사례는 3만 8천여 건으로 전년과 비교하면 10%이상 늘었다. 공무원노동자들에 대한 안전망 구축이 매우 시급하다.
민원인에 의한 공무원 폭행이 있을 때마다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고통을 참아낼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매 맞기’ 위해 출근하는 것이 아니며, 어느 누구도 우리의 노동을 훼손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선량한 대다수의 지역주민에게 차질 없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복지수요 확대에 따른 과중한 업무를 발 빠르게 처리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우선 보장되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언론에 등장하는 공무원 폭행사건이 경남도에 몰리자, 경남도와 해당 시군에서는 일제히 악성 민원인에 대한 대응절차를 숙지하는 훈련까지 진행했다. 차분히 응대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과정까지 매뉴얼화 한 것이다. 
경남 사천시와 진주시는 민원실에 코로나19 확산 방지용으로 사용하던 투명 가림막을 공무원 보호용으로 설치하고, 경남지방경찰청도 ‘공무집행 방해 시 무관용 원칙에 따라 3년 동안 2차례 이상 폭행을 행사하는 민원인에 대해 구속 수사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각 지자체와 경찰이 내놓은 대책들은 지체 없이 지금 당장 시행되어야 한다.
2018년에도 행정안전부는 ‘제복 공무원 폭행 근절 담화문’을 발표하고, 민원인에 의한 공무원 폭행문제를 공론화했지만, 매년 건수가 늘고 있어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선 공무원의 단속업무 등 공무집행을 방해하거나, 행정처분에 반발하며 담당 공무원에게 폭행을 행사하는 민원인에 대해 형사입건, 구속수사 등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 또한 각 지자체는 폭행을 당한 공무원에 대한 심리치료와 휴가지원 등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 주어야 한다.

▲ 진주시는 공무원의 안전을 위해 투명가림막을 설치했다.
▲ 진주시는 공무원의 안전을 위해 투명가림막을 설치했다.

민원인의 공무원 폭행과 폭언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요원 배치가 필요하다.
은행의 무장한 청원경찰처럼 공직사회에도 공무원의 안전을 지키고 각종 민원을 한번 걸러내 줄 수 있는 안전요원의 상시배치가 절실하다.
현재 전국 지자체 민원실에 청원경찰이 제대로 배치되어 있는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청원경찰이 배치되어 있다고 해도 안전업무가 아닌 소속 부서의 업무를 나눠서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력난으로 읍, 면, 동 단위 민원실은 아예 청원경찰이나 안전요원 배치는 꿈도 꾸지 못하는 현실이다.

또한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 공무원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상자의 다수가 여성이거나 입직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공무원이다. 악성민원인이 나름대로 ‘약한’ 상대를 고르는 셈인데, 사실 악성민원의 근절은 성숙한 시민의식, 자기 성찰로부터 비롯된다. ‘이 사람이 누군가의 어머니, 나의 친구이며 이웃’이라는 생각이 우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자체별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교육을 진행하여 공무원과 시민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호일 위원장은 “공무원이 국민의 봉사자가 아닌 정권의 봉사자로 존재했던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지금은 국민들이 공무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공무원노조가 보다 더 국민 속으로 들어가 공직사회 개혁과 민중행정을 실천하고, ‘공무원도 여러분의 가족이다’는 대국민 캠페인 등을 적극 벌여 서로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매 맞는 공무원’, 이런 관용어가 국어사전에 등재될까 두렵다.
하루 빨리 공직사회의 안전망을 구축하고 공무원노동자들이 안심하고 국민을 위한 행정서비스를 추진해 나갈 수 있는 풍토가 확립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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