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준 칼럼] 법과 상식 <3>

위헌정당해산심판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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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들어 우리 국민들은 많은 일들이 경찰과 검찰을 통해서 처리되는 경향이 많아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NLL 문제, 정상회담 녹취록이 국가기록물인지, 대통령기록물인지, 이를 노 전 대통령이 은폐지시를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이 녹취록을 현 집권세력이 유출해서 이를 선거에 이용했는지,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했는지, 국가정보원직원들을 기소유예하는 것이 정당한지, 재정신청을 통해 법원이 기소명령을 내렸다는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법률 전문가인 나도 복잡해서 이해가 힘들 지경인데 정말 국민들은 어리둥절하고, 뭐가 뭔지 알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들이 사정기관과 사법부를 통해서 해결하려는 경향들이 높아지다 보니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도 자주 언론에 등장하고 있고 그 개념조차 잡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사실은 정치적 방법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사법기관이 해결하도록 떠 넘겨버리고 있고, 사법기관은 정치화되어 자신의 이해관계를 그 문제해결에 반영해버리고 있으니 문제가 풀리기는 커녕 오히려 점점 더 꼬이고 만다. 전형적인 정치의 사법화현상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백미’는 지난 5일 법무부가 통합진보당을 상대로 제기한 ‘위헌정당해산심판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일 대한민국 국무회의는 법무부가 긴급안건으로 상정한 위헌정당해산심판청구의 건을 의결했다. 정부가 정당에 대한 해산심판을 청구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유럽출장 중이었는데 대통령이 없는 상태에서 국무회의에서 별다른 의논도 거치지 않고 결정하였고, 대통령은 전자결재를 하였다한다.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이 참석도 하지 않은채 헌정사상 처음으로 위헌정당해산심판청구건이 결정된 것이다. 사건번호가 2013 헌다 1로 정해졌다. 가처분까지 신청하고, 의원의 자격상실도 청구했다고 한다. 선례가 없기 때문에 처음으로 사건번호가 부여된 ‘헌다’사건이 된 것이다.

헌법 제8조 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한다’고 규정하여 위헌정당해산심판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위헌정당해산제도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려는 비민주적 정당의 조직적 활동으로부터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키기위한 헌법보장제도다.

이론적으로는 방어적민주주의에 기반하여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를 파괴하거나 민주주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것을 막는 제도다. 이 제도는 제1공화국정권에서 진보당이 정부의 처분으로 해산되는 경험을 겪고 난 후 정당제도의 헌법적보장을 위해 제2공화국헌법에서 처음으로 정당해산제도를 도입하여 헌법재판으로만 해산되도록 한 것이다. 이후 제3공화국헌법에서는 대법원이, 제 4,5공화국헌법에서는 헌법위원회, 그 이후는 헌법재판소에서 심판하게 하고 있다.

이번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부의 위헌정당해산심판제도는 어떻게 봐야할까?

역사적으로 위헌정당해산심판에 의해 정당이 해산된 예는 세 번 있다고 한다. 두 번은 독일에서, 한번은 터키에서의 일이다. 세 번의 정당해산 중 독일의 공산당해산심판과, 터키의 정당해산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현대 민주주의는 가치상대주의에 기초한 다원적 정치과정으로 이해되는데, 이러한 상대적민주주의가 극단화되면 국가는 정치적 중립을 하여야하고, 다수의 지지만 받기만 하면 누구라도 집권하고, 어떠한 정치적 방향이 정해질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위험성이 현실화된 대표적인 예가 독일의 나찌다. 다수의 지지를 얻어 수권법을 제정한후 민주주의를 붕괴시킨 역사적 경험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에 대한 반성으로 지나친 가치상대주의적 관용을 지양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한다는 이론이 제기되었는데 이것이 방어적민주주의다. 그러나 방어적민주주의가 극단화될 경우 민주주의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특정세력이 방어적민주주의라는 명분으로 반대세력을 탄압하는 도구로 위헌정당해산심판제도를 이용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민주적 기본질서는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그때그때 다수의 의사와 자유 및 평등에 의거한 국민의 자기결정을 토대로 하는 법치국가적 통치질서’로 이해되고 있다.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 정의에 비추어 볼 때 이번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청구가 방어적민주주의의 발동요건이 되는지, 진정으로 민주적기본질서를 지키기위한 관점에서 제기된 것이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통합진보당의 강령과 활동이 민주적기본질서에 위배되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현재까지는 없다. 통합진보당의 강령내용인 진보적민주주의가 민주적 기본질서와 충돌한다는 것도 명백하지 않다. 다른 야당과 강령 내용이 명백하게 차이나는 부분도 없다고 보인다. 이석기 등 통합진보당의 일부 세력으로 보이는 속칭 ‘RO’의 행위도 아직 사법적으로 처벌받은 것도 아니고, RO가 통합진보당의 공식조직이라는 증거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살펴보면 정부는 실제로 통합진보당이 위헌정당으로서 해산되어야한다는 법리적 관점보다는 사회전체에 대해서 종북몰이를 함으로써 사회를 보수일색으로 재편하고, 공안통치를 강화하고자하는 정치적 목적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청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비법적인 목적’으로 제기된 본 위헌정당해산심판청구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법적인 판단’이 내려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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