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구 김진 지부장, 신종 TRS 공부하며 탈루 밝혀

공무원노동자, 대기업 조세회피 '찾아' 지방세 지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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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세금 탈루로 국민에게 전가될 뻔한 수백억 원의 세금을 기초지자체 공무원의 끈질긴 노력이 지켜냈다.

지난달 5일 조세심판원은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인천광역시 계양구가 부과한 과점주주 취득세 처분 취소 심판 청구를 기각하고 계양구의 취득세 처분이 정당하다고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지난 2017년 10월 계양구가 롯데계열사에서 이미 징수한 지방세 세무조사 사상 최대금액인 319억 원에 더해 전국 65개 자치단체가 118억 원을 추가로 징수할 수 있게 됐다. 자칫 잃어버릴 뻔한 총 437억 원의 지방세가 확보된 셈이다. 또한 이번 결정은 대기업집단이 신종 금융파생 기법을 조세회피수단으로 삼는 행태에 철퇴를 내려 향후 유사사례를 통한 탈세시도에 사회적 경각심을 심어줬다.

계양구가 이번 조세심판원 청구 사건에서 승리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계양구 세무 공무원의 2년여 간의 끈기와 열정이 작용했다. 대기업의 신종 세금 탈세 수법을 밝혀내기 위해 매일 자료를 읽고 주말에도 연구하면서 매달린 결과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천본부 계양구지부장이기도 한 계양구청 세무1과의 김 진 주무관은 지난 2016년 취득세 담당팀장으로 발령받은 직후 롯데그룹의 세금 탈루 의혹을 포착했다.

▲ 인천시 계양구에서 세무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진 계양구지부장
▲ 인천시 계양구에서 세무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진 계양구지부장

롯데그룹이 KT렌탈(현 롯데렌탈)을 기업인수(M&A)하면서 특수목적회사(SPC)와 맺은 총수익스왑(이하 TRS) 거래에서 수상한 낌새를 느낀 그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이 건을 파고들었다. 김 지부장은 두 기업 간 계약서를 징구해 TRS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TRS는 증권업계와 대기업 등에서 M&A와 계열 간 지분 취득, 자금 조달 등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신종금융상품으로 세무직 공무원들 사이에서 조차 낯선 개념이다. 그는 관련 논문까지 찾아 읽어가며 수백 페이지의 계약서를 분석, 대기업의 세금 탈루를 찾아냈다.

롯데가 50%이상의 주식을 취득했을 때 부과되는 ‘과점주주 취득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롯데계열사들이 롯데렌탈의 주식을 정확히 50%만 취득하고 나머지 주식은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인 SPC를 명의로 하는 TRS를 악용한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롯데그룹이 형식상으로는 50% 이하의 주식을 보유했지만 TRS를 통해 주주권 등 권리를 양도받아 롯데렌탈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과점주주였던 것이다.

김 지부장은 “TRS의 문제점이 이슈화되어야 한다”면서 “TRS는 원래 경제적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됐지만 그 속성상 경영권 방어와 의결 관련 규제 회피 수단 및 대형 기업인수에 따른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이용되고 있고 인수대상 회사가 비상장법인인 경우 이번 롯데렌탈 건처럼 과점주주 취득세를 회피할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세심판원의 결정은 지난 2년 동안 취득세 업무를 비롯해 이번 롯데 건과 노동조합 지부장 역할까지 ‘1인 3역할’을 해야 했던 김 지부장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김 지부장은 “만약 437억 원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그 부담이 성실한 납세의무자들인 대다수 국민들에게 전가됐을 텐데 그 경로를 차단해 조세정의를 실현해냈다”며 “향후 예상되는 행정소송에 대비해 인천시, 정부법률공단과 함께 대응하겠다”고 담담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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