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본부, 갑질 간부 퇴출 투쟁으로 중징계 받게 해

공직사회 '직장내 갑질', 솜방망이 처벌로는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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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한국 사회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갑질’이라는 용어가 이제는 뉴스에서 거의 매일 찾아볼 수 있다시피 한 일상어가 됐다. 용어는 신조어지만 그 현상은 한국 사회의 오랜 병폐 중 하나다. 권력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갑’이 약자인 ‘을’에게 행하는 부당행위인 갑질은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직급에 따른 상하관계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직사회의 경우 특히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7월 정부는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해 공관병 갑질과 공공기관 채용비리 등이 여론의 뭇매를 받자 공공분야에서부터 선도적으로 갑질을 근절하겠다며 나선 것이다. 정부는 예방부터 피해자 보호‧지원까지 단계별 종합대책을 마련했다며 ‘갑질 개념 공무원 행동강령 명문화’, 범정부 신고센터, 기관별 신고‧지원센터 구축, 가해자 형사처벌‧징계 등 인사상 불이익 강화, 갑질 특별단속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국무총리까지 나서 거창하게 ‘갑질 근절’ 대책을 발표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 지난 달 행정안전부 감사관이 경기도 고양시청 7급 주무관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감사관 차량에 갇혀 폭언을 듣고 취조를 당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공직사회는 크게 반발했다.

정부는 23일 공공기관의 각종 갑질 행태를 뿌리 뽑겠다며 중앙정부 산하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갑질 근절대책 추진실적을 점검하는 한편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대응책을 다시 선포했다. 하지만 뿌리 깊게 내린 적폐 ‘갑질’을 뿌리 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을’들의 결사체인 노동조합이 ‘투쟁’을 통해 공직 내부의 ‘갑질’에 대항, 가해자가 중징계를 받게 한 사례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 지난 10일 광주시청에서 광주 서구 보건소장의 징계 관련 인사위원회가 열리자 광부본부 간부들이 배제 징계를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 지난 10일 광주시청에서 광주 서구 보건소장의 징계 관련 인사위원회가 열리자 광부본부 간부들이 배제 징계를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지난 10일 광주시 인사위원회는 직장 내 갑질 논란을 일으킨 광주광역시 서구 보건소장에게 강등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강등’ 처분이 확정되면 4급인 보건소장은 5급 사무관으로 낮아진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본부에 따르면 서구 보건소장은 수년 전부터 소속 직원 다수에게 폭언과 모욕적 발언 등을 일삼아 반발을 사왔다고 한다.

광주 서구뿐 아니라 광주시립도서관 간부도 직원들에게 지속적 욕설과 막말 등 비인격적 언행으로 직위해제 되어 곧 징계위가 열린 예정이다.

광주본부는 “시립도서관 해당 간부는 2013년과 2014년 근무지에서도 비인견적 폭언과 욕설 등으로 더 이상 한 사무실에서 근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10여 명의 직원들로부터 인사 조치를 요구받았다”며 “노동조합에서도 수차례 강력한 인사 조치를 요구해 해당 간부가 직원들과 접촉이 없는 부서에서 몇 년씩 근무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광주본부는 위 두 사건이 공무원조직 내에서 오랫동안 반복돼 온 갑질과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본부는 지난 달 16일 “광주시 시립도서관 모 과장과 서구 보건소장이 저지른 고질적이고 지능적인 갑질을 인격살인 범죄행위로 규정한다”며 “두 간부를 즉시 직위해제하고 피해자들로 부터 격리”할 것을 요구했다.

광주 서구지부 간부들(좌)과 광주시지부 간부(우)가 갑질간부 퇴출을 요구하며 청사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광주 서구지부 간부들(좌)과 광주시지부 간부(우)가 갑질간부 퇴출을 요구하며 청사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또한 두 간부에 대한 신속한 감사와 강력한 징계를 통해 더 이상 공직사회 내 갑질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더불어 매일 아침 이들의 갑질 횡포를 규탄하는 선전전을 벌이는 한편 민주노총 광주본부와 연대해 지역의 여론을 모아나가는 활동을 펼쳤다.

갑질 두 간부에 대해 파면과 해임 등 배제 징계를 요구했던  광주본부는 서구 보건소장에 대한 강등 처분은 솜방망이 징계로, 이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갑질 행위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적용, 강력한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는 이상 공직에 깊게 뿌리내린 갑질 문화를 청산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광주본부 이종욱 본부장은 “본부에서는 국가인권위에서 자치단체장이 가해자를 형사고발 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이어 “이번 사태가 서구 보건소와 광주시 도서관만의 문제가 아닐 것으로 본다. 실제 광주 광산이나 남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며 “갑질 관련 조합원들의 제보와 의견을 받아 본부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지부의 경우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태파악에 나섰으며 관련 내용을 취합해 시장에게 상시적으로 갑질을 신고하고 그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 본부장은 공직 내부 갑질 행위에 대한 구체적 판단과 처벌 기준이 마련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음주운전 같은 경우는 양형 기준이 마련돼 있고 성희롱‧성폭행 등 성범죄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엄중한 처벌이 가해지지만 직장 갑질에 대해서는 양형이나 징계에 대한 어떤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며 “공무원노조 중앙에서 행안부나 관련 부처에 갑질 행위에 대한 구체적 판단과 처벌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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