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공무원들이 노조에 대해 이해·관심 갖게 해야죠”

[2030 청년 조합원을 만나다]울산본부 북구지부 김혜진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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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노동자의 도시라 불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본부도 과거 어느 본부 못지않게 왕성하게 활동을 했다. 하지만 지난 2004년 공무원노조 총파업으로 1,000여명의 조합원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았고 아직까지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해직 조합원도 13명이나 있다. 이렇듯 엄청난 시련을 겪다보니 14년이 지난 지금도 울산본부는 5개 지부 중에 3개 지부가 정상적으로 노동조합을 구성하지 못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재로 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조직 재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중심에 울산본부의 청년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김혜진 조합원이 있다.

▲ 울산본부 북구지부 김혜진 조합원
▲ 울산본부 북구지부 김혜진 조합원

울산본부 김혜진 교육선전국장은 올해 나이 서른으로 울산광역시 북구청 복지지원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혜진 씨는 지난 2014년에 입직했고 노동조합도 신규 시절에 바로 가입했다.

“아버지도 노동자셨어요.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집회 현장을 많이 다녔어요. ‘이걸 왜 해야 하지’ 라고 의문을 갖기 보다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공무원이 되고나서 바로 노조 가입신청서를 썼어요. 노조활동으로 배우고 경험하는 게 많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생겨서 좋아요.”

혜진 씨의 아버지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90년대에 노동자로 살아가며 민주노조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집회에 참석하던 어린 소녀도 공무원노동자가 되어 노동운동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울산본부는 전임자가 없어 간부들이 현직에서 일하며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일이 많은 복지직이라 조합활동을 하다 보면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본부에 전임자가 생겨서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다.

혜진 씨는 울산 청년공무원들을 이끌고 지난 9월 15일부터 이틀간 ‘울산본부 2030 청년캠프’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용인 에버랜드와 서울 북촌,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청와대 앞 공무원 해직자 농성장을 방문하며 민주주의와 인권의식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조합 2030특별위원회와 함께 준비한 행사에 14명이 참석해 1박 2일을 함께했다.

“번개 불에 콩을 구워 먹은 느낌이에요. 3주 만에 준비한 행사였지만 참가자들이 많이 와줘서 고마워요. 선배들이 참가자 모집을 비롯해 물심양면으로 많이 도와줬어요. 덕분에 조합원이 아닌 청년 공무원들도 캠프에 함께했어요.”

▲ 김혜진 조합원이 울산 청년캠프 참가자들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혜진 조합원이 울산 청년캠프 참가자들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혜진 씨는 맡은 일을 해결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쪼개 청년 사업을 계획부터 집행까지 책임지고 있다. 그녀가 2030특별위원회 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젊은 공무원 중에 조합원 아닌 사람들도 많아서 가입률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때만 해도 남들이 하면 노조에 쉽게 가입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요즘은 신규가 워낙 젊어서 24살도 들어와요. 노조에 대해서 잘 모르고 노조에서 이뤄놓은 것들을 당연한 복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요즘은 20대 30대 공무원들이 많아졌지만 노조활동은 40대 50대들이 책임지고 있어요. 언젠가 청년공무원들이 노조활동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기에 2030위원회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녀의 2030위원회 활동은 노조활동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했다. 20대, 30대 청년 공무원들은 십 년 만 지나도 30대, 40대가 되어 노조활동의 중심이 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혜진 씨는 청년조합원들이 열심히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음이 있어도 여건이 좋지 않으면 용기를 내기가 힘들다. 청년조합원들이 무언가 해본다고 하면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공무원노조가 투쟁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 방식이 조합원 정서와 동떨어진 부분도 있어요. 선전물에서도 조합원들과 거리가 느껴질 때도 있고요. 2030 행사를 준비하면서 노동조합이 주는 경직된 이미지를 불식시키면서 최대한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반영하는 게 제일 어려웠어요. 하지만 우리 문제를 우리가 해결해야 합니다.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노조활동을 할 겁니다. 청년들이 노조에 대해 보다 큰 관심과 이해를 갖도록 하는 게 첫 번째 과제입니다. 그 방법은 항상 고민입니다”

조합 간부들은 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쳐도 어색하지 않겠지만 청년 조합원들은 집회 한번 참석하는 것, 구호 한번 외치는 것,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고민에 열린 마음으로 귀 기울여야 우리 노동조합도 조합원 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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