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노동자들이 축구를 통해 하나가 됐다. 11일 오후 35℃가 넘었던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은 ‘우리는 하나다’, ‘통일 조국’을 외치는 2만여 관중의 함성과 필드를 누비는 남북 노동자 선수들의 땀방울이 빚은 동포애로 더욱 뜨겁게 달궈졌다.
1999년 평양에서 시작해 2007년 창원, 2015년 평양을 오가다 3년 만에 서울에서 재개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이번 대회는 특히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최초로 치러지는 남북민간교류행사로 그 의미가 깊다.
지난 6월 평양에서 8월 남측 개최를 합의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북측 조선직업총동맹(조선직총)은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과 발전’에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이행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대회 정식 명칭을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로 정했다.
이날 양대노총과 조선직총간 경기에서는 조선직총이 모두 승리를 차지했다. 먼저 치러진 한국노총-조선직총 건설노동자팀 경기에서는 직총 건설노동자팀이 3대1로, 이후 민주노총-조선직총 경공업팀 경기에서도 직총 경공업팀이 2대0으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함께 뛰며 땀 흘린 남과 북의 노동자들과 2만여 관중들에게 승패는 의미가 없었다. 관중들은 남과 북 모두를 아낌없이 응원하며 ‘우리는 하나다’, ‘통일 조국’, ‘힘내라’를 외치고 박수를 보냈다.
남북의 3대 노동단체 대표들은 이날 대회사를 통해 4.27판문점 선언의 중단 없는 이행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조선직총 주영길 중앙위원장은 “4.27선언 이행 선봉에 우리 노동자들이 서 있다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이 땅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평화의 시대, 통일의 시대가 열렸음을 선포한 판문점 선언이 오늘의 성대한 자리를 마련해줬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은 “우리 앞에는 자주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낼 이정표, 판문점 선언이라는 역사적 사명이 놓여져 있다”며 “자주적이고 평화로운 노동자의 삶을 위해 남북노동자의 연대와 단결된 힘을 모아 판문점선언을 이행한다면 비로소 노동자가 존중받는 새로운 통일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도 “판문점선언은 분단체제를 끝내고 평화와 자주통일 시대를 열기위한 역사적 이정표”라며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는 남과 북의 노동자들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통일운동에 주도적으로 나서자는 약속과 다짐의 대회”라고 강조했다.
대회 개막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석해 축사했다. 박 시장은 "유례없는 폭염 속에서도 평화와 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가며 이번 대회를 준비해준 양대노총의 수고와 헌신에 감사드린다"며 "역사적인 날에 함께해 주신 서울시민에게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개막 축하공연을 비롯해 축구 경기 사이 노동자노래패연합과 427합창단의 통일을 염원하는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10일 오전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를 통해 입경한 조선직업총동맹 대표단 및 축구 선수단 64명은 첫날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의 공식 환영식을 시작으로 3단체 공동기자회견, 양대노총 청사방문, 환영만찬과 둘째날 대표자 회의, 산업별 상봉모임, 용산역 강제징용노동자상 추모식, 축구대회, 환송만찬으로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했다. 마지막 날인 12일엔 마석모란공원 전태일 묘역 참배를 끝으로 2박 3일 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서해 육로로 돌아간다.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위해 서울에 모인 세 노동단체는 남북의 노동자들이 민간교류 활성화에 앞장설 것을 다짐하며 각 산업별 남북 교류와 협력을 위한 실천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11일 오전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산업별 상봉 모임에서 공무원노조 김주업 위원장은 “남과 북, 북과 남의 청년들이 만나 민족의 동질성을 만들어가고 4.27판문점 선언의 이행의 강력한 동력으로 세웠으면 한다”며 “남과 북의 20~30대 청년노동자들의 자주교류사업”을 제안했다.
한편 11일 오후 서울시청광장에서는 ‘판문점 선언 실천 8.15 자주통일대행진' 대회가 개최돼 대북제재 해제와 종전선언 이행 등을 촉구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판문점 선언과 북미 정상 선언으로 분단적폐 청산의 기회를 맞이했다"며 "분단의 낡은 틀을 모두 청산하고 평화와 통일의 새 시대를 맞이하자"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