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문

왜 이석기의원을 석방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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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준 호(이석기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 기획팀장)

진정한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첫 시험대

적폐청산 마지막 매듭 풀기·평화시대의 첫 단추

 

"21세기에 천동설을 목격한 느낌입니다"

그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고개를 연거푸 도리질하며 가까스로 말문을 열었다. "말을 한 것이 죄가 된다는 그 자체가 놀랍습니다. 내란죄로 9년형을 선고하였다는 것은 더 큰 충격입니다. 이건 마치 천동설을 목격한 느낌입니다." 유엔인권위원회 활동을 하는 미국 변호사 오마르씨가 이석기 의원 접견 후에 보인 반응이었다.

영화 '택시 운전사'의 주인공인 힌츠 페터 기자를 광주로 보내서 학살의 진실을 최초로 세계에 알리도록 한 사람이 있다. 동아시아선교회 소속의 폴 슈나이스 목사이다.

“참으로 이상한 사건”이라며 그는 내란사건 자체를 꼬집었다. "그와 나는 똑같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갈망하고 있다." 팔순을 내다보는 그는 결국 내한하여 이 의원을 접견한 후 이렇게 말했다.

‘잊어서는 안 되는 이름' 그래서 많은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말하고 또 행동하고 있다. 같은 땅에 발딛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그의 석방이 갖는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이석기 의원 석방은 적폐 청산의 못다푼 매듭 푸는것

문재인 정부의 시작은 ‘국정원 개혁'이었다. 박근혜 정권은 애초에 '공작정치'에 기대어 탄생한 정권이었다. 정권을 유지해온 수단도 '공작정치'였다. 박근혜 정부의 시작도 끝도 '공작정치'와는 떼어 놓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의 첫단추로 이른바 '국정원 개혁'을 선택한 것은 자연스러웠다.

국정원 적폐 청산 TF는 국정원과 관련된 그간의 모든 의혹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논두렁 시계'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도, 심지어 어느 스님에 대한 사찰사건까지도 조사하여 그 진상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조사 착수 자체를 끝내 거부한 사건이 2가지 있다. '북한식당 탈북 여종업원 사건' 그리고 '내란음모사건'이다.

전자에 대해서는 '진상이 공개되면 한국 정부가 국제적으로 곤란해진다'는 비공식 해명이 뒤따랐다. 후자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 설명도 없었다. 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해명조차 못하는 걸까.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나아가 헌재, 언론까지 망라된 최대의 정치공작. 내란 조작에서 출발하여 정당 해산으로 이어진 최악의 정치공작. 그래서 차마 내보이지 못하는건 아닐까.

‘법원행정처 PC 문건'에서 BH 국정운영 뒷받침한 사례 첫번째 줄에 ‘내란사건'이 적혀 있다. 항소심 재판장은 양승태의 최측근이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내란사건과 정당해산 관련한 김기춘 지시사항이 군데군데 적혀 있다. 하지만 진실의 문은 채 열리지 않고 있다. 오늘 그의 석방이 정의를 실현하는 문제인 이유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반복된다.

이석기 의원 석방은 '새로운 시대'의 진정한 관문

‘정조준'. 한 정치인에 대한 조준 사격이 이토록 집중된 적이 과연 언제였을까. 19대 의원으로 국회에 들어간 첫날부터 내란음모조작으로 체포된 날까지는 1년 2개월. 그 기간 내내 그는 공안검찰과 청와대, 여당과 보수언론 등으로부터 집요하게 공격당했다. 하지만 얼마나 탄압받았나 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건 진보정치인으로 어떤 의정활동을 펼쳤는가 하는 대목이다.

‘연내에 종전선언 추진’ 판문점선언은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실은 남북이 주도하는 종전선언을 5년 앞서 제안한 정치인이 이석기 의원이다. 북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므로 한반도에서 평화의 시대가 열리는 건 필연이라고 당시에 그는 말했다. 그가 내다본 전망 대로 한반도 정세는 흘러갔고 그가 제시한 해법 대로 남북 정상도 북미 정상도 행보하였다.

박근혜 정권과 임기가 겹쳐지는 19대 국회·검찰과 국정원을 앞세운 공작정치 아래 종편이 활개를 치던 그 시절에 제1야당은 참으로 무기력했다. 미 본토에서 발진한 핵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을 날아다니던 2013년 당시에도 숨죽여 엎드리기에 급급하였다.

국회본회의장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며 용기있게 나섰던 사람이 바로 이 의원이다. 그는 CIA 출신 장관 후보자 경력을 폭로하며 입각을 저지시켰다. 5·18 진실을 왜곡하는 종편에 대한 특혜 환수에 앞장서기도 하였다.

마침 ‘사월 혁명회’는 그의 의정활동을 재조명하며 올해 ‘사월혁명상’ 수상자로 그를 선정하였다. 자주와 평화, 통일을 가장 뚜렷이 상징하는 현역 정치인, 가장 진보적인 현역 정치인으로서 그를 꼽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새로운 시대’를 한발 먼저 내다본 사람, 그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몸을 던진 사람. 그의 용기만큼이나 그의 지혜가 소중한 시기이다. 가장 선구적 정치인을 감옥에 묶어두고 있다는 점이 한국정치의 가장 큰 손실이다.

새로운 시대의 문턱, 그가 가장 필요한 순간이다. 이석기 의원 석방이란 빗장을 열어야 진정한 자주와 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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