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대한민국 100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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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문제연구소 김민철 책임연구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 민족문제연구소 김민철 책임연구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내년인 2019년은 3.1운동이 일어나고, 그 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민관 공동으로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기념사업의 방향과 방법 등에 대해 연구용역을 공모한 바 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이 연구사업을 맡게 되었고, 필자도 연구책임자로서 참여하게 되었다. 연구팀이 보고서에 담은 기념사업의 방향과 내용을 여기에 짧게 소개하려 한다.

연구팀은 우선 2019년을 ‘대한민국 100년’이라 이름 지었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이름에서 벌써 연구팀이 무얼 말하려는지 알아차렸을 것이다. 연구팀은 1919년을 대한민국이라는 정치공동체의 기원으로 삼은 것이다. 대한민국헌법 전문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밝혔듯이,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이나 가치, 또는 역사적 정통성으로서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2019년을 ‘대한민국 100년’이라 이름 지은 또 하나 이유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억하고 기념할 뿐만 아니라 과거 100년을 정리하고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해로 만들자는 의도를 담았기 때문이다. 3․1운동이 개인이나 국가가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결정한다는 권리(이른바 자기결정권)에 기초하여 제국주의 지배질서를 전면적으로 부정한 것이라면,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은 독립을 꿈꾼 당대의 운동가들과 민중들이 새롭게 만들 국가와 사회의 이념과 비전을 제시하고 합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1919년의 조선 사회가 구질서의 극복과 신질서의 개척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분투했듯이, 2019년의 한국 사회 역시 낡은 질서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것을 시대 과제로 요구받고 있다. 달리 말하면 3·1운동으로 탄생한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이 새로운 국가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당대의 시대정신을 구현시킨 것이듯이,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게는 새로운 대한민국 100년을 열어나갈 시대적 해법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국내의 한 씽크탱크는 대한민국의 위기를 사회의 위기(사회양극화 심화, 가족해체와 공동체 붕괴, 계층이동의 역동성 상실, 변화를 따리가지 못하는 사회적 기반, 세대 간 갈등심화), 기술의 위기(컨트롤 타워의 부재와 획일적인 사업지원정책 등의 구조적인 문제, 정부 R&D 투자의 문제, R&D 정책의 한계 문제), 환경·인구·자원의 위기(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의 증가, 인구증감 불균형·이동 확산·고령화, 자원고갈), 정치의 위기(공동체 신뢰의 위기), 경제의 위기(경제의 기초체력 상실, 구조적 경기침체, 주력산업의 한계와 신성장 산업의 미흡, 악화되는 고용환경, 내수 침체와 저물가의 고착화, 구조조정, 경제적 불평등)로 규정하고 대한민국이 해결해야 할 ‘6대 절대과제’로 저출산·고령화, 사회통합·갈등해결, 평화(통일)과 국제정치, 지속적인 성장과 번영, 지속가능한 민주복지국가, 에너지와 환경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대한민국국가미래전략2017󰡕)

모두 단기적 전망과 해법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는 모두 집단지성을 통해 해법을 찾아나가는 사회·정치문화와 시스템을 만들 때 비로소 해결가능하다. 촛불이 ‘나라를 나라답게’라고 명령한 것도 좁게는 불의를 징벌한 것이지만 넓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칙과 제도를 만들어내라고 한 것이다.

▲ 1944년 3·1절을 맞아 중국 서안에서 공연했던 대형 항일 오페라 〈아리랑〉 기념사진. 삼일혁명절 표기가 선명하다. 1940년 한국청년전지공작대 소속 한유한이 대본을 쓰고 작곡한 〈아리랑〉은 해방 전까지 10여 차례 상연됐다.
▲ 1944년 3·1절을 맞아 중국 서안에서 공연했던 대형 항일 오페라 〈아리랑〉 기념사진. 삼일혁명절 표기가 선명하다. 1940년 한국청년전지공작대 소속 한유한이 대본을 쓰고 작곡한 〈아리랑〉은 해방 전까지 10여 차례 상연됐다.

 

연구팀은 이런 이유로 2019년을 ‘대한민국 100년’으로 이름 짓고 ‘3·1에서 촛불로! 촛불에서 미래로!’라는 구호를 제안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100년’ 기념사업을 추진방향을 시간, 공간, 정신이라는 세 차원으로 나눠 확장할 것을 제안했다.

시간의 확장에서는 식민지와 분단, 전쟁과 냉전체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성취 등 격동의 과거 100년을 정리하는 것에서부터 다가올 100년을 준비하기 위한 계기로 삼는 방향으로 사업을 구성했다. 공간의 확장에서는 3․1운동이 동아시아 각국의 민족운동에 영향을 미쳤듯이 한국의 민주화운동이 주변국의 민주화에도 기여한 점을 주목하여 기념사업을 한국사회 차원에서 국제적 차원으로 확대시켜 연대와 공존․평화의 연결망을 구축하는 사업들을 배치했다. 마지막으로 정신의 확장에서는 자유와 독립, 민주주의를 추구한 3․1운동과 임시정부의 헌법 정신이 근대 이후 제시된 각국의 독립․인권선언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보편성을 강조하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싸워온 인류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런 내용을 담은 전체 그릇으로서 가칭 ‘역사·인권·평화·미래 엑스포’를 구상했다.

연구팀이 제안한 기념사업의 이념과 방향, 내용이 얼마만큼 받아들여질지는 이제 곧 출범할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년 기념추진위원회’가 결정할 일이다. 그러나 내년의 기념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 그리고 촛불의 의미와 명령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외동포를 포함한 국민들의 참여다. 국민들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고 국민들 또한 관심을 갖지 않을 때, 기념사업은 그저 의례적인 정부 행사로만 그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두터운 축적이 있어야만 한다. 격동의 100년을 맞으면서 이제 우리도 새로운 축적을 쌓을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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