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시인의 "돼지들에게"

강자들의 횡포와 탐욕을 통렬하게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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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돼지들에게>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독자들에게 더 친숙한 최영미 시인이 2005년에 발간했고 2014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이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나 1부<돼지들에게> 연작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미투운동’과 맞물려 새롭게 독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시인은 <돼지들에게> 연작에서 ‘돼지’와 ‘진주’의 비유를 통해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약자에 대한 강자들의 횡포와 탐욕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싶었고, 우리 사회와 문단을 농단한 위선적인 지식인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한다.

<돼지들에게>연작은 한국사회의 허위와 탐욕을 비꼬는 날카롭고 세련된 풍자와 쏜 화살처럼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언어들로 가득 차 있어 독자들에게 통쾌함과 뜨끔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2006년 제5회 이수문학상을 수상한 이 시집은 “한국사회의 위선과 허위, 안일의 급소를 예리하게 찌르며 다시 한 번 시대의 양심으로서 시인의 존재를 구현한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돼지의 본질’ 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돼지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돼지가 아니라고 말한다 / 그는 스스로 훌륭한 양의 모범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 신분이 높고 고상한 돼지일수록 이런 착각을 잘한다 / 그는 진주를 한번 보고 싶었을 뿐 / (중략) / 자신은 오히려 진주를 보호하러 왔다고 / 그러나 결국 그는 돼지가 된다』

시인이 말하는 ‘돼지’는 여성에게 성폭력을 저지르고도 자신이 지은 죄를 교묘히 합리화 하거나 감추고, 또 한편으로는 자기가 믿는 신으로부터 용서받은 것으로 착각하는 남성을 상징한다. 온갖 추잡한 행동을 하면서도 자신은 돼지가 아니라고 믿는 남성들을 향해 탄식의 노래를 부른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수많은 돼지들이 있다. 주류사회를 이끌고 있는 소수의 지배층만이 아니라 비주류사회의 평범한 소시민의 삶속에도 독버섯처럼 자리 잡고 있다.

한국사회에 미투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시간을 기억해내고 그것을 입술을 열어 말하는 ‘미투’는 미어지는 가슴을 터트려 다시 살아나고 싶기 때문이다. 죽음에서 부활로 걸어 나오기 위한 자기 자신과의 처절한 사투가 바로 ‘미투’이다.

이제 우리가 외치는 미투는 남성들의 고착된 남성중심적 성 인식과 비뚤어진 성욕구의 인식전환을 요청한다. 능동적 젠더 혁명이다. 우리 사회가 남성성과 여성성이 평등하게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성난 목소리다. 미투가 개인의 영역을 벗어나 국가가 개입해야 할 공공의 영역이자 법률로 보호받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돼지들에게>를 읽고 이미 13년 전 우리 사회에 미투의 화두를 던진 시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14만 조합원들에게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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