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민혁명이 요구하는 개헌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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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 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위한 개헌안 마련이 자유한국당의 어깃장으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헌법특위)를 출범시켰다. 국회에서 합의된 개헌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대통령 개헌안을 마련, 6.13 지방선거에서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반드시 치르겠다는 의지의 포석으로 해석된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들은 6월 지방 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에 대한 찬성 여론이 우세함을 보여준다. 헌법특위는 19일 국민 의견을 받기 위한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각계각층 토론회와 여론조사 실시 등 3월 13일 시한인 최종 개헌자문안 마련에 착수했다.
지난 해 출범한 국회 개헌 특위가 초안을 마련한데 이어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도 초안이 일부 공개되며 개헌 쟁점의 주요 사안들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도 개헌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헌 쟁점

1948년 7월 17일 제헌 국회에서 제정된 헌법은 지금까지 총 9차례 개정됐다. 현행 제9차 헌법은 1987년 6.10 민주항쟁을 통해 역사상 처음으로 여야 합의에 의해 개정돼 한국 민주주의에 한 획을 그었지만 30년 넘게 유지돼 새로운 시대 흐름을 반영하기 위한 개헌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개헌과 관련해서는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둘러싼 권력구조 개편이 주요 이슈로 부상되고 있지만 인권존중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기본권 향상과 지방분권 강화 등도 중요한 쟁점이다. 특히 이번 개헌 작업의 동력이 지난 해 촛불시민혁명을 기반으로 한 만큼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이들의 열망을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논의되고 개헌의 핵심 쟁점을 살펴보자.


▷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 운동, 촛불시민혁명 들어갈까?

현행 헌법 전문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헌법의 역사성을 확인하기 위해 헌법이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있었던 헌정사적 사실을 추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5.18 민주화 운동과 6월 민주화 항쟁, 부마민주항쟁 등이 헌법 전문에 추가돼야 할 역사적 사건으로 거론 중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개헌안에는 촛불시민혁명도 포함됐다. 하지만 국회 개헌 특위 자문위가 지난 해 말 마련한 개헌특위 초안에는 ‘6.10 항쟁의 민주이념 계승’만 명시됐다.

시민사회는 새로운 헌법적 가치와 관련해 복지국가, 분권국가, 생명존중, 생태보전, 세계평화, 자유평등연대 등의 가치가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헌특위안에는 인류애, 생명존중,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사회, 자연환경 보호 등의 내용이 들어갔다.


▷ 기본권 주체는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

현행 헌법은 기본권과 관련된 조항에서 기본권의 주체를 모두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상의 기본권 주체를 현행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자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정치권을 비롯해 민주노총과 공무원노조, 참여연대 등 130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민주도헌법개정전국네트워크(국민개헌넷)도 같은 의견이다. 개헌특위는 “특정 기본권은 사람이 보편적으로 누리는 권리이고 현행 헌법 해석상 국민을 포함한 사람의 권리로서의 기본권은 외국인 등에게도 인정되고 있으므로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기 위해 기본권 주체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참정권과 교육권, 직업의 자유 등 국민을 전제로 하는 기본권은 주체가 현행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 유신 잔재, ‘군인‧경찰공무원 등에 대한 이중배상금지’ 삭제

현행 헌법 29조 2항은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자가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받은 손해에 대하여는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고 되어있다. 베트남전 파병 군인의 국가 배상 청구를 막기 위해 유신헌법이 남긴 ‘독소 조항’이다. 이 이중배상금지 조항의 삭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일치됐다. 개헌특위는 “많은 군인과 경찰관들이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자신을 희생하여 왔음에도 국가는 충분한 지원과 보상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가배상을 가로막고 있다”며 “포상은 고사하고 오히려 차별하는 것으로 심히 부당하므로 삭제”한다고 밝혔다.
 

▷ 국가주의 색채 강한 ‘근로’ 대신 ‘노동’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도 명시하자

‘근로’가 근대국가의 동원체제를 반영하는 의미가 있으며 일제 강점기에 도입된 식민잔재 용어이므로 이를 ‘노동’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진보진영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노동계는 노동가치 존중 헌법 개정을 요구하며 근로의 의무 삭제와 동일노동 동일임금 보장,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 정당하지 않은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을 헌법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헌법에 명시되면 비정규직과 여성 노동자에 대한 임금 차별에 대한 강력한 금지 근거가 된다. 국회 개헌특위 토론에서 자유한국당은 이들 노동권 강화 내용에 반대했으나 자문위 초안에는 노동계 요구가 대부분 반영됐다.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 강화

현행 헌법은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해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되어있다. 공무원법과 공무원노조법 등 관련 법률은 공무원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제한’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66조는 “공무원은 노동이나 그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고 공무원노조법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인정하지만 형식적인 규정에 그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도 노동자다”, “공무원노동자의 온전한 노동3권이 보장될 때 공직사회 내부에서 건전한 비판이 가능하고 공공성도 강화된다”며 줄기차게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해왔다.

개헌 특위 초안은 공무원의 노동 3권을 원칙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나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은 “헌법재판소에서 ‘제한’에 대해 합헌 결정이 났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은 아직 한국 사회에서 이르다. 해당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한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현행 헌법 7조는 개헌 특위 초안에 그대로 유지됐다.


▷ 지방분권 강화에는 공감, 그 수준은?

지방분권 강화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구체적 분권 수준에서는 의견이 나뉜다. 준연방제 수준이나 최소 광역지방정부형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부터 지방분권은 바람직하나 점진적으로 접근하자, 헌법보다 법률을 개정하자는 의견 등이 논쟁 중이다. 개헌 특위 자문위안은 연방제 주 정부 수준이라는 평가다. 공무원노조 정책연구원 이희우 원장은 “자문위 안에는 연방제 국가 주정부 수준의 권한과 책임을 지방정부에 부여하고 있다”며 “지방분권국가 선언, 중앙-지방 정부간 사무배분원칙으로 ‘보충성 원칙’ 명시, 지방의회의 법률제정권·조세제정권 확대, 국회에 지역대표 상원 의원 신설, 지방법원에 대한 선출 및 소환 등 직접통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5년 단임 대통령제 → 4년 대통령 중임제 ∨ 이원정부제?

여야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의 대안으로 4년 대통령 중임제, 내각제, 이원정부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는 방안’을 개헌 당론으로 확정했으나 당내 다수 의견인 ‘4년 중임제’를 못 박지는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대통령과 총리가 각각 외치(통일·외교·안보)와 내치를 맡아 권력을 나누는 이원정부제를 선호하고 있다. 정의당 개헌안은 정부형태 변경을 따로 제한하지 않았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정부형태가 어떻게 변화하든 국민의 기본권 및 지방분권의 확대 등 사회의 실제 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권력구조 개편을 개헌 논의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며 정부형태에 대한 합의 없이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개헌특위 자문위는 분권형 정부제(이원정부제)와 4년 중임 대통령제 두 안을 복수로 개헌 시안에 제시했다.


▷경제민주화·토지공개념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안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국가의 규제와 조정 의무화를 명시했다. 또한 “국가는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집중과 남용의 피해자들에게 징벌적, 집단적 사법구제수단을 보장한다”는 조문을 신설했으며 “토지 투기로 인한 경제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하기 위해” 법률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하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강화하는 내용을 헌법에 넣기로 당론을 모았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수구 언론들은 ‘사회주의 개헌’이라며 공격 중이다.
 

그밖에 진보적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해온 생명권 및 사형제 폐지, 국가의 재난 및 폭력 예방의무와 국가의 인권보장 헌법 체제 확립·강화, 성평등 실현조항, ‘아동·노인·장애를 가진 사람의 권리’, 사상의 자유 명문화, 대체복무제 도입, 난민 및 망명권, 정보기본권 등이 헌법에 포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한 대의제 강화와 직접민주제와 관련해 선거제도에 비례성 원칙 명시, 국민투표 확대, 국민발안 도입과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도 논쟁 중이다. 또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폐지, 대법원장 및 사법행정 권한 분산 등도 주요 쟁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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