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만 촛불 속 청소년들의 이야기

세상을 바꾼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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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검색하고 자료를 모으다보면 이면에 무엇이 있었을지 상상한다. 청소년 시국선언문이 겉으로 보면 A4용지 한 장짜리 글이다. 근데 그걸 쓰기까지 청소년들이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학생회에서 혹은 동아리에서, 혹은 친구들끼리 “우리도 뭐라도 하자. 시국선언문? 그거 쓰자” 누군가의 제안으로, “우리가 이거 해서 뭐가 바뀔까?”, “선생님들이 반대하실 것 같아.” 토론을 하기도 하고, 누가 쓸지, 무슨 내용을 넣어야 할지 논의하고, 함께 할 친구들을 모은다. 선생님 몰래 했을 수도 있고, 선생님께 허락받기 위해 열심히 설득했을 수도 있겠다.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낭독하고 누구는 촬영을 하고.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 정말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행동했을 모습들이 느껴진다.

11월 12일 지방으로 내려갔던 청소년 하야버스는 총 27대. 청소년 하야버스는 40명이 신청하면 그 지역에 버스를 대절해준다. 청소년 하야버스를 부르기 위해, 더 많은 친구들과 참여하기 위해 참가자를 모았던 청소년들이 있다. 아마 책에 적은 이야기보다 더 많은 청소년들이 친구들을 모았을 것이다. 책에 담지 못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 하야버스를 타기 위해 친구를, 부모님을, 선생님을 설득하고. 어른들의 반대에 부딪힌 경우도 있었다. 그런 걸 보면 청소년이 어른보다 미성숙하다고 할 수 있나, 오히려 나서야 할 순간에 그 진심을 막는 건 어른들이 아닌가. 다칠까봐, 시험점수 떨어질까봐, 왜 하필 내 자식이어야 하나 등등 여러 걱정이 있으실 거다. 하지만 결국 세상을 바꿔 온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했던 청소년들’이었다.

“어떻게 이런 청소년들에게 미성숙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이 행동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똑똑히 알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투표권을 주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 책 편집을 하면서 내내 계속 이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나라가 이 꼴인데 지금 시험공부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뭐라도 하자” 3.1운동을 일으켰던 그 역사 속 청소년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몰라서 적지 못한 역사들이 많을까봐 두려워졌다. 뭐 하나라도 더 적으려고 청소년들, 당시 자원봉사자들의 증언을 수집하기로 했다. 이 이야기들이 훗날 ‘1987(영화)’이 될 수도 있고 ‘택시운전사(영화)’가 될 지도 모른다. 남기지 않으면 날아간다. 그래서 질문지를 만드는데도 백번 생각했다. “이 질문들로 모든 사연을 포괄할 수 있을까? 어떤 질문을 해야 청소년들이 자기의 이야기를 잘 풀어낼 수 있을까” 질문을 잘못해서 이 역사를 남기지 못할까봐, 내내 죄짓는 기분이었다. 증언 써달라고 얼마나 부탁했는지 모른다. 1년 전일 회상하라고 관련 영상, 기사 링크도 같이 보냈다. 하야버스 탑승자, 집회 공동주최자, 자봉, 준비위원들에게 단체문자 보내고. 시국선언 했던 학교의 페북 페이지를 찾아 연락했다. 시국선언 했던 청소년 주최 측 인터뷰도 한 차례 진행했는데도 작업하면 할수록 물어보지 못한 질문들이 생각나서 결국 다시 연락을 돌렸다. 그래서 책 작업을 하면 할수록 할 일이 늘어났다. 늘 설레이면서 초조하고, 설레이면서 두려웠다.

지방에 사는 청소년이 하야버스를 타겠다고 선생님께 쓴 편지를 사진찍어 제보해 온 게 있었다. 청소년들의 마음을 잘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책에 실으려는데, 사진의 화질이 진짜 낮았다. 글자라기 보단 형체에 가까웠다. 포기해야지 했는데, 살짝 보인 몇 글자가 너무 절절했다. “왜 굳이 너희가 가냐고 하신다면, 선생님 ‘내가 아니라도’ 라는 생각은 버려주세요.” 욕심이 났다. 거의 독해하는 수준으로 몇 번을 보고 보면서 타이핑했다. 우리에게 제보 온 편지는 이 한 장이었지만, 전국에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알려지지 않은 시국선언, 대자보는 얼마나 많았을까.

이 책을 청소년 참정권의 근거로 만들고 싶다. 청소년이 얼마나 주체적인 존재인지, 누가 역사를 움직였는지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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