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전 공안탄압대책위 기획홍보위원장
▲ 전 공안탄압대책위 기획홍보위원장

2017년은 미국과 북한 간 강대강 대치가 최고조에 이른 해였다. 미국이 주도하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작년 한 해에만 무려 4차례의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냉전 시기에 미국이 소련과 중국에 대해 펼쳤던 봉쇄 정책보다 더 강한 압박과 제재가 북한을 대상으로 가해졌다. 미국이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총집결하면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자 북한은 그런 미국을 지도에서 지워버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위업을 성취하였다”고 공식 선언하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이 “핵무기를 가졌고”, “잠재적 적국 영토의 어느 곳이라도 도달할 수 있는 사거리 13,000km에 이르는 미사일도 가졌다”고, 북의 핵무장을 인정하였다.

 

북한이 핵 보유국가가 되면서 동북아시아는 이른바 ‘핵전략 시대’로 바뀌었다. 북한이 미국의 군사적 옵션까지 억지할 수 있는 핵 무력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이제 동북아시아는 핵을 가진 국가들 사이에서 핵으로 자신의 생존보장을 담보하는 핵 억지력의 문법이 작동하는 지역으로 되었다. 이전과는 전혀 달라진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핵 억지력의 문법은 일반 군사안보의 문법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다. 핵보유국들 사이에서는 ‘상호확증파괴’가 확인되면 공격이 공멸의 자살행위임을 인정하고 서로 공격을 안 한다는 약속이 작동한다. 냉전 이후 핵보유국들은 이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핵무기에 대해 서로 방어를 하지 않는다는 신뢰구조를 유지해 왔다.

 

북한의 핵 무장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정전(停戰) 상태가 종전(終戰) 상황으로 바뀐 것이나 다름없다. 북이 핵 무장을 함으로써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곧 핵전쟁을 의미하고, 전역(戰域)이 한반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구상의 그 어느 곳으로도 확전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핵 억지력의 문법이 작동하게 되면 이제 한반도에서 전면전은 불가능한 구조가 성립된 것이다. 물론 우발적 군사충돌이나 국지전과 같은 사태가 일체 벌어지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으므로 정전에서 종전으로 구도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이후 ‘트럼프 포비아(공포증)’에 걸린 게 아니냐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한·미 공조에 매달렸다.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동맹 강화와 긴밀한 대북공조를 다짐했고, 7월에는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이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9월 한·러 정상회담에서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기도 했다.

 

작년에 문 대통령은 “우리에게 (현 위기를)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 낼 힘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토로한 바 있다. 한국은 국제정치상 미국과 중국 사이의 피벗(pivot) 국가다. 미국에 의한 지정학적 요소가 부각될수록 한국은 작아지고 북한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에서는 한·미 동맹이 유일하고 절대적인 가치인양 치부되지만, 거기에 매달릴수록 한국 정부는 그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한국은 핵보유국의 핵에 대처하여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전략을 채택해 왔다. 하지만 한·미동맹을 축으로 했던 국가안보 패러다임이 이제는 변해야 한다. 북의 핵 무장 이전에 만들어진 동맹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북의 핵 무장은 기정사실이고, 미국은 미사일 방어무기를 들여놓으려 할 것이며, 중국은 핵심이익 때문에 한국에 압력을 가할 것이다.

 

핵전략 시대로 바뀐 동북아 정세에 맞게 한국 정부의 안보 전략이 변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신자주국방’을 표방한 것이 그 변화의 일환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박정희 시대-자주국방을 최초로 내걸었던 정권이 박 정권임을 상기하자-로 역행하는 퇴행이다. 신자주국방이란 미국과 동맹하여 북과 대결하는 전략에서 한국이 자주국방으로 북과 맞서는 전략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일말의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점은 국가 안보의 패러다임이 대북 대결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세와 공조하여 동족과 대결하는 것이 옳지 않듯이 동족끼리 대결하는 것 역시 옳지 못하다. 동족끼리 단합하여 외세의 지배와 간섭, 침략에 맞서는 것이 안보에 대한 민족적 관점이다. 국가 안보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남북 관계를 대결이 아니라 단합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변화된 한반도 정세에 잘못 대처하면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핵 국가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면서 동네북으로 전락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공언한 것처럼 한반도의 운전석에 앉기는커녕 여기저기 눈치만 살피다가 임기가 끝날 수 있다. 하지만 패러다임을 전환하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2018년은 1948년 단선단정 수립으로 분단의 장벽이 세워진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분단의 장벽을 허물고 평화와 통일의 문을 열기 위하여 올해 남북 관계에서 새로운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공무원U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주요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