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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9번 – 합창(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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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9번 – 합창(1824)

백만의 사람들이여 포옹하라!

차경완(공무원노조 조직실장·북구지부 조합원)

북한이 핵실험과 연이은 대륙간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2일 북한과 전제 조건없이 대화 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입장을 내놓았으며, 아미 베라 미 하원의원도 조건 없이 북미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미간의 조속한 대화가 이루어져 연말에 한반도가 평화의 기운으로 가득차길 간절히 기원하면서 ‘백만의 사람들이여 포옹하라! 라고 하는 실러의 시가 실려 있는 교향곡을 소개할까 한다.

연말이면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d단조 op.125)‘합창’이다.

이 곡은 프리드리히 폰 실러의 시를 4악장에 가사로 활용하여서 '환희의 송가'라고도 불린다. 이 곡은 인류애와 평화염원이 담긴 곡으로 고전주의의 완성이자 낭만주의의 문을 연 위대한 작품이다.

20대 초반 1792년 무렵에 시작하여, 1817년 최초의 스케치가 보이고 1824년 완성 되었는데 무려 31년 만에 완성된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이 시기 베토벤 주변 환경은 지속적인 가난과 가정 내의 복잡한 소송, 그리고 지지했던 공화주의는 위축되고 빈 음악계와 청중들은 지나치게 심오하고 무거웠던 베토벤의 음악을 외면하였던 시기였다.

그리고 작곡자에게는 치명적인 장애인 귀가 완전히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작곡되었다. 그래서 초연 시 본인이 지휘봉을 들지 못하고 ‘미하일 움라우프’의 지휘봉에 따라 연주되었으며 연주가 끝나고 객석의 열광을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돌려세워지고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처럼 주변이 힘들고 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작곡된 곡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역동적이며 조화롭고 초연하여 경이롭기까지 하다.

‘합창’ 교향곡은 총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제3악장이 스케르초 형식인데 제2악장에 스케르초, 제3악장에 아다지오를 둔 구성은 이색적이다.

개인적으로 연령대에 비유하여 표현하자면 제1악장(2/4 소나타 형식)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20대의 질풍노도와 같은 역동적인 질주가 느껴지며, 제2악장(스케르초)은 세워진 목표에 열심히 달려가는 30대의 시절의 열정과 익살이 느껴지고, 제3악장(아다지오)은 40대의 삶에 초연하고 원숙한 여유가 느껴진다.

제4악장은 지천명의 50대로 열심히 달려 온 생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고 바르게 살아왔는지 물음을 던지는 듯한 악장이다. 제1악장부터 제3악장이 부분적으로 회고되면서 다시 등장하게 되고 어느 것이나 레치타티보풍의 선율에 의해 부정적으로 중단된다. 그리고 베이스(bass)의 독창으로 ‘오 벗이여, 이와 같은 음은 아니다. 더욱 기쁘고 즐거운 노래를 부르지 않으려는가’하면서 새로운 주제로 등장하는 것이 실러의‘환희의 송가’이다.

그리고 독창, 4중창과 합창으로 ‘백만의 사람들이여 포옹하라!’라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합창과 전관현악의 열광 속에 장대하게 마친다. 이 곡이 70여 분에 이르는 방대한 곡이면서도 일체감이 느껴지고 긴장감이 지속되는 건, 관현악과 인간의 목소리가 서로 어울리면서 조화롭게 진행되고, 전체 악장의 주제를 되뇌이게 구성된 제4악장 때문이지 않나 싶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변화무쌍한 교향곡을 ‘백만의 사람들이여 포옹하라! 이 입맞춤을 전 세계에게!’ 이 매력적인 문구를 되뇌이면서 저물어 가는 한 해와 다가올 새해에 인생을 다시 한 번 반추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지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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