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인력 충원이 먼저 검토돼야”

초과근무총량제, 공무원은 반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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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근무하는 공무원 P씨(38세, 여), 그는 요즘 국감 기간이라 정신이 없다. 국회의원실에서 최근 10년간 공문서 제목 목록을 전부 보내라는 등 방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뿐 아니라 수시로 자료를 요구해 국감과 관련해 상시 대기 상태다. P씨의 본 업무인 과학기술전략 업무는 정작, 낮 근무 시간 동안에는 제대로 살펴보지 못해 국감 기간 동안은 거의 야근의 연속이다.

국감 기간이 아닌 시기에도 수시로 찾아오는 민원인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근무 시간 중 업무를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P씨의 경우 한달 평균 30시간이 넘는 초과근무를 한다. 하지만 P씨가 받는 초과근무수당은 한달 20시간뿐이다. 정부가 2016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초과근무총량제 때문이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해 5월부터 ‘자기주도 근무 시간제’라는 이름으로 부처별 초과근무 총량을 설정해 총량 내에서 초과근무를 시행하는 초과근무 총량제를 경찰, 소방 등 현업 공무원이 대부분인 경우는 제외하고 전 부처로 확대 실시했다. 부처별로 최근 3년간 초과근무시간 평균을 기준으로 총량을 설정하고 이 중 10%를 유보한 뒤 부서별로 배분해 부서장이 범위 안에서 직원별 초과근무 사용량을 월별로 승인‧관리하는 방식이다.

인사처는 올 3월, “자기주도 근무시간제 확대 실시 결과 2015년 5월부터 12월 대비해 2016년 5월부터 12월까지 1인 월 평균 초과근무시간이 25시간에서 22시간으로 3시간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사처는 자기주도 근무시간제 실시로 “공직 내 관행적인 야근을 줄이고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무혁신을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자평했지만 공무원들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가족과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을 보내라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하는데 수당도 제대로 못 받는 말이 되냐”며 P씨는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부서별로 차이는 있지만 업무상 야근이 잦은 부처의 경우 대부분 할당된 초과 근무시간을 ‘초과’해 근무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노조 이상국 해양수산부지부장도 “실제 일을 하다 보면 예상했던 시간보다 많이 걸릴 수도 있고 빨리 끝날 수도 있는 것인데 초과근무총량제는 초과 근무를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며 “정부가 예산 절감을 위해 불합리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과근무총량제는 폐지해야 한다”며 “ 초과근무를 편법으로 사용하다 적발되는 경우 제재를 주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초과근무총량제’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정책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지만 공무원들은 ‘무상노동’의 확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일선 공무원들의 이런 불만과 달리 정부는 초과근무 총량제를 더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 8월 청와대가 발표한 ‘정부기관의 초과근무 단축 및 연차휴가 활성화 방안’에도 초과근무총량제 적용 확대와 불필요한 초과근무 축소 방침이 담겨 있다. 행정안전부도 지난 달 각 지자체에 적용할 수 있는 초과근무 총량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간외근무수당의 문제점 초과 근무와 관련해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은 비현업공무원에게 지급되는 시간외근무 수당을 1일 4시간, 1개월 57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평일은 시간외근무시간에서 1시간을 뺀 시간을, 공휴일과 토요일은 하루 종일 근무해도 4시간만 인정받는다.

시간외근무수당을 민간과 비교했을 때도 턱없이 부족하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민간 노동자가 통상임금의 1.5배에 해당하는 시간외근무수당을 받는 것에 비해 공무원은 기준 호봉의 55%에 불과하다. 

공무원노조는 “통상임금의 70% 수준인 기본급에 다시 55%를 감액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민간의 30%에 불과한 시간외수당을 받는 셈”이라며 “노동의 대가로 지급되는 수당에서 과도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1일 1시간 공제와 1일 4시간 한도 등 불합리한 지급 기준을 폐지하고 지급기준 상향과 정액분 인상으로 지급단가를 높여 적정임금을 보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최근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데 예산절감을 주목적으로 하는 통제정책 강화는 노동조건을 크게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관리통제를 강화하기 전에 업무특성이나 기관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효율적 인력배치와 인력 충원이 먼저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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