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함께 기고문

우리는 왜 파업에 나설 수 밖에 없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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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광주MBC노조위원장)
▲ 이재원(광주MBC노조위원장)

광주와 목포, 여수 MBC 노조원들이 9월 4일 자정을 기해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2012년 지역사 130일, 본사 170일 파업 이후 5년만에 ‘공영 방송 정상화’를 요구하고 총파업에 나선 것입니다. 저희들이 파업을 접고 소극적인 내부 투쟁을 벌이고 있던 지난 5년 동안 MBC에는 참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본사에서만 10명이 해고되고, 200명이 넘는 기자와 PD, 아나운서들이 현업에서 쫓겨나 교육과 영업직 등으로 재배치됐습니다.

언론사에서 사상 유래 없는 부당 노동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났지만, 정권과 그 하수인들이 자리 잡은 MBC 내부에서는 어디다 하소연할 곳도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뉴스와 프로그램에서는 정권에 비판적인 내용은 사라지고, MBC 뉴스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친위대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이었지만, 정권이 주인 행세를 하면서 보도를 통제했고, 언론 적폐 세력들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왔던 것입니다. 지금 차츰 드러나고 있는 국정원의 공영 방송 장악 문건과 블랙리스트에 따라 정권은 일사분란하게 MBC 장악 작전을 펼쳤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MBC의 자랑이었던 지역 네트워크 체제도 철저히 붕괴됐습니다.

인사권을 쥐어 쥔 언론 적폐 세력들이 지역사 사장들의 자리를 좌지우지했기 때문입니다. 김재철이 본사 사장이었던 시절(2010년), 노조의 행사가 회사 안에서 열렸다는 이유로 광주MBC의 사장이 1년만에 쫓겨난 사례는 본사의 사장이 쥐고 있는 인사권이 얼마나 지역사 사장들을 옥죄는 수단으로 작용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지역사 사장들은 자신들의 자리보전을 위해 지역사의 현실과 사정을 외면한 채 본사 사장과 임원들에게 충성 경쟁에 나서게 됐습니다.

춘천의 송재우 사장은 피켓팅 중인 조합원들에게 ‘메롱’을 날려 유명 인사가 됐고, 대전의 이진숙 사장은 조합원들에게 부당 징계를 남발했습니다. 제대로 검증된 인사를 선임하지 못하고, 오로지 본사 사장과 정치권에만 충성하는 인사를 지역사 사장으로 내려 보내다 보니 지역사까지 망가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파업은 저희들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이 바로 설 수 있느냐, 없느냐의 싸움인 것이고 MBC를 국민들께 다시 돌려드리고자 하는 파업인 것입니다.

저희들은 MBC 김장겸 사장과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고영주 이사장이 물러날 때까지 이 싸움을 계속할 것입니다.

반드시 승리해 MBC를 국민의 품으로 되돌릴 것입니다. 그리고 광주.목포.여수 MBC등 지역 MBC를 지역민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해 서울 사장이 일방적으로 지역사 사장을 임명하는 선임 구조도 개편하겠습니다.

지역민이 참여하는 사장추천위원회를 방송문화진흥회 안에 구축해 지역민의 의사가 반영된 인사가 지역MBC 사장으로 선출될 수 있도록 바꾸겠습니다. 이 싸움 승리할 수 있도록 많은 지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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