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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이의엽 칼럼  |  chanumul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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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7  16: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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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엽 전 공안탄압대책위 기획홍보위원장

문재인 정부가 결국 사드(THAAD) 배치를 강행하였다. 이른바 북핵 문제와 전쟁 위기를 사드 배치의 핑계로 갖다 댔으나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적 목적에서 배치됐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문 대통령이 공언했던, “미국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 한반도의 운전석에 앉겠다.”던 호언장담은 빈말이 돼 버렸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11일 국무회의에서,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고 토로하였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 시장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했던 말이 상기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로 한반도가 세계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나치게 노골적이라서 미국 안에서는 물론이고 국제 사회에서도 온갖 힐난을 받기도 하지만, 미국의 전략 이익을 확실하게 챙기고 있다.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을 단단히 강화했고, 한·중 관계와 북·중 관계는 미국이 원하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동북아에서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에선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설, 공격적인 대북 옵션 패키지 준비설, 심지어 한·일 핵무장 허용설까지 흘러나온다. 미국은 전쟁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려서 사드 배치를 관철시켰다. 트럼프는 안보 위기를 이용하여 최첨단 무기 판매를 최대한 늘리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 미국의 요구를 강박할 것이다. 국정 농단으로 심판 받고 궁지에 몰린 국내의 적폐 세력들은 ‘지금은 안보가 중요한 때’라고 안보 위기론을 외쳐대면서 미국을 등에 업고 적폐 청산과 사회 개혁에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급기야 북핵 대응책으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SSN) 보유 문제까지 등장했다. 한·미 양국이 핵추진잠수함의 한국 도입을 긴밀히 논의했고, 문 대통령의 뉴욕 방문이 끝나고 관련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나왔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군의 독자적 전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서 핵추진잠수함을 언급한데다, “첨단 무기 보강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과 협조에 사의를 표한다.”고 말한 바 있다.

 

냉철하게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한 나라는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여섯뿐인데,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설령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무려 15조원으로 추정되는 천문학적인 국방비 증가를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안부 논리에 포로가 되어 나라 재정을 온통 무기 개발과 구입에 쏟아 붓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국민의 복지를 아예 내팽개친 채 과도한 국방비로 혈세를 낭비하였던 과거 독재 정권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렇다면 이 정부가 과연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민주 정부가 맞는가?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내내 중국의 경제보복이 지속된다면 한국의 피해 규모는 8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예상되는 중국의 피해는 1조1000억원에 그쳤다. 기업들은 아우성이다. 최대 시장 중국에서 현대차 판매는 반토막이 났고 공장 가동을 중단하였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중국 철수를 결정했다. 한국산 화장품과 유통·서비스업계는 물론 한국 단체관광 금지로 여행업계 및 면세점도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의 80%를 차지했던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인천공항공사 롯데면세점의 경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74억원)이 지난해 상반기(2326억원)보다 97% 급감했다. 이제 사드까지 배치됐으니 앞으로가 더 문제다.

 

주목할 것은, 안보 위기가 경제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경제 위기가 노동자·민중의 삶(민생)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자본은 축적의 위기를 노동자·민중에게 떠넘기려고 하고, 정부는 경제 위기를 핑계로 민생 관련 예산을 줄이려고 할 것이다. 민주 정부 이후 민생이 개선되기는커녕 되레 민생이 악화되는 역설적인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우(杞憂)가 아니다. 이미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공약한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3 수준에 불과한 공공부문 고용 비중을 절반 수준으로 올려 일자리 창출 및 국가의 공공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이 OECD 평균 21.3%인데 비하여 한국은 고작 7.6%에 그치고 있으니, 지당한 정책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일자리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하였다.

 

그런데, 잔뜩 기대만 부풀려 놓고서 정작 결과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가 학교 비정규직 기간제 교원과 7개 강사 직종 5만5천여 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 심의를 한 결과, 단 2%만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전환 대상이었던 유치원 방과후과정 강사와 유치원 돌봄 강사 1천여 명을 제외하면 추가로 정규직 전환을 결정한 것은 ‘0명’이다. 교육부 정규직전환심의위의 결정은 ‘비정규직 제로화’가 아니라 ‘정규직 제로화’에 다름 아니다.

 

한국 민주주의가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민주 정부에 대한 주관적 환상과 즉자적 비난을 뛰어넘어 한국 민주주의의 구조와 조건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필요하다. 민주화에 대한 불철저한 인식과 사상적 한계가 민주 정부 이후의 민주화를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이 아닌지,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친미 사대주의와 한·미 동맹의 틀 안에 갇힌 불철저한 인식이야말로 우리가 뛰어넘어야 할 사상적 금기의 벽이 아닌지,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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