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날은 '광복군 창군의 날'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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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식 근현대사기념관 관장
▲ 이준식 근현대사기념관 관장

법령으로 정해지는 기념일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국가가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국경일은 법률로 정해진다. 현재는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이 국경일이다. 다른 하나는 정부부처 차원에서 기념하는 ‘각종 기념일’이다. 각종 기념일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진다. 현충일, 어린이날 등 모두 47개의 각종 기념일이 지정되어 있다. 국군의 날은 각종 기념일에 속한다. 각종 기념일에는 주관 정부부처가 기념행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국군의 날도 각종 기념일에 속한다.

현재 국군의 날은 10월 1일로 정해져 있다. 이보다 2주일 앞인 9월 17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이하 임시정부)의 한국광복군(이하 광복군) 창군일이다. 광복군 창군일은 국군의 날과는 달리 각종 기념일이 아니다.

지난 8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부를 방문했을 때 “광복군을 우리 군의 역사로 편입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뒤 현행 국군의 날을 광복군 창군일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전국 각지에서 박근혜 퇴진과 적폐청산을 외친 촛불시민혁명의 한 부분이자 결과다. 문재인정부에게는 적폐청산의 시대적 과제가 주어져 있다. 실제로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여러 부문에서 적폐청산이 추진되고 있다. 국방부와 군도 적폐청산에서 예외가 아니다.

1940년 9월 17일 중국 사천성 중경의 가릉빈관에서는 임시정부의 정규군 곧 ‘국군’인 광복군 성립전례식이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김구 주석을 비롯한 대한민국임시정부(이하 임시정부) 관계자들, 그리고 중국의 여러 인사들과 중경에 와 있던 각국 외교사절들이 참석했다. 임시정부는 성황리에 열린 성립전례식을 통해 광복군 창군과 임시정부의 건재를 내외에 널리 알렸다. 일제와의 독립전쟁을 통해 조국광복을 실현하는 것이 광복군의 창군 목표였다. 광복군은 강제병합 이전부터 전개되던 의병전쟁에 뿌리를 둔 독립군의 오랜 무장투쟁이 결실을 맺은 것이기도 했다.

제국주의의 식민통치를 경험한 나라에서 나타난 반제운동의 정점은 무장투쟁이다. 민족 스스로의 힘에 의해 독립을 쟁취했는가의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무장투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제병합 이전부터 싹이 트기 시작한 무장투쟁은 1945년 8월 15일 해방이 이루어질 때까지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지속되었다. 많은 선열이 독립군에 들어가 목숨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일본군에 맞서 싸웠고 더 많은 선열이 독립군을 양성하기 위한 활동에 헌신했다.

해방 이후 정식으로 국군을 만드는 과정은 독립운동가들에 의해 이루어져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였다. 독립군과 광복군 출신은 국군 창군에서 배제되거나 주변부로 내몰렸다. 대신에 해방 이후 군을 주도한 것은 친일군인들이었다. 예컨대 초창기 육군참모총장만 하더라도 초대 이응준(일본군 대좌), 2대·4대 채병덕(일본군 소좌), 3대 신태영(일본군 중좌), 5대·8대 정일권(만주군 헌병대위), 6대 이종찬(일본군 소좌), 7대·10대 백선엽(만주군 중위) 등이 모두 친일군인 출신이었다. 일본군과 만주군 출신이 독립군이나 광복군 출신은 배제한 채 육군의 최고지도부를 장악한 것이다. 그러니 군 안에 조국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운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는 아예 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

헌법 전문에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적혀 있다. 대한민국은 독립운동의 토대 위에 세워진 것이다. 그리고 독립운동의 정점은 무장투쟁이다. 헌법정신에 비추어 볼 때 국군의 날은 독립군과 광복군을 기리는 날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광복군 창군일이 가장 적합하다. 대통령령만 고치면 국군의 날을 바꾸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재인정부의 출범은 독립운동의 역사를 군의 뿌리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임시정부 출범 100주년을 1년 앞둔 내년에는 국군의 날이 광복군 창군일로 바뀌기를 간절히 바란다.      

 

▲ 광복군 성립전례식 사진 = 민족문제연구소
▲ 광복군 성립전례식 사진 =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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