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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글라스 비정규노동자들, 자본의 시멘트를 뚫고 전사로 거듭나다서평『들꽃, 공단에 피다』
최윤영 울산본부 교선국장  |  elanvital1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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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8  12:5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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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공단에 피다』(한티재, 2017)는 구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170명이 문자통보 하나로 집단해고 당한 이후, 남아있는 22명의 조합원들이 투쟁 2주기를 맞아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해맑은 햇살과 산들바람을 맞으며 산야에서 꽃피우며 살아가는 들꽃, 하지만 이들은 왜? 자신들을 투박하고 척박한 공단의 시멘트 바닥을 뚫고 피어난 들꽃으로 자처했을까?

이들이 말하는 공단의 시멘트 바닥은 다름 아닌 오로지 자본의 탐욕과 이윤추구만 가득한 자본주의 체제를 의미한다. 이들은 글을 통해 이 공장 저 공장을 전전하며 자신들의 청춘을 바쳐보지만 동일한 자본의 억압과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과 21C에 상상도 하지 못할 비정규노동자들의 지옥 같은 노동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시멘트 바닥에 짓눌려 감히 새싹을 피울 엄두도 내지 못하던 그들이 왜? 투쟁의 길에 나서게 되었으며, 어떻게 단련되어 왔는가를 담담히 서술하고, 궁극적으로 이들이 호전적이어서가 아니라 자본의 탄압이 22명의 노동자들을 시멘트를 뚫고 일어서는 전사로 만들어 가고 있음을 증언하고 있다.

   
▲ 『들꽃, 공단에 피다』(아사히비정규직 지회 지음, 한티재, 2017.5.29)

『들꽃, 공단에 피다』는 노동이론서도 아니고, 투쟁과정을 정리한 백서도 아니다. 2년간 투쟁하면서 갖은 고초를 겪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투쟁을 영웅화하거나 희화화하지도 않는다. 자신들의 실천 속에서 이 사회의 모순을 발견하고, 서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소중한 투쟁경험을 통해 노동자의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의 확장과정을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이들이 2년간의 투쟁 속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에 충실하고, 자신을 희생하며, 동지를 배려하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적인 삶을 만들어 가는 모습은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의 세상이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 지를 잘 가르쳐 주고 있다.

아사히 자본에 저항하며 시멘트를 뚫고 새싹을 틔운 이들은 마침내 노동자계급의 연대를 깨달으면서 진정한 공단의 들꽃으로 피어난다. 22명의 전사들은 구미 공단에 갇히지 않고, 전국적 관점에서 연대를 통해 그들은 세상을 바꾸는 전사로 거듭 태어나게 된다. 실로 짧은 시간에 평범한 노동자에서 세상을 바꾸는 투사로 바뀌어 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파업은 노동자의 정치학교”라는 말을 실감한다. 먼 길과 불편한 잠자리를 마다 않고 전국을 누비며 연대하는 이들의 투쟁은 단위사업장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따가운 질책이며 준엄한 비판이다. 이렇듯 『들꽃, 공단에 피다』는 글로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실천을 통해 우리의 나태함을 질타하고 잠들었던 의식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22명의 노동자들이 자본의 이윤 추구로 점철된 공단의 시멘트를 뚫고 들꽃을 피웠다면 이제 우리가 그 들꽃의 홀씨들이 전국으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함께 해야 한다. 그들은 여전히 외롭고 힘들다. 가장으로서 실질적 경제적 압박에 항상적으로 시달려야 하고, 길 위에서 쪽잠을 자며 연대하고, 외로운 농성장도 사수해야 한다. 지난한 투쟁의 길에 그 누구에게만 십자가를 지울 수는 없다. 작은 실천이라도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한 고민들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들꽃, 공단에 피다』를 통해 더 이상 들꽃이 짓밟히지 않는, 홀씨가 전국으로 널리널리 퍼져 마침내 오고야 말 평등의 세상을 함께 꽃피우는 그런 날을 가슴 벅차게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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