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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정부와 노동자의 역할
이의엽 (전 공안탄압대책위 기획홍보위원장)  |  chanumul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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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30  14: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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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공안탄압대책위 기획홍보위원장

촛불대선이 끝났다. 이제 대선 이후 우리 사회의 과제와 문재인 정부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겨레>가 대선 직후인 지난 12~13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격차 해소를 위해 새 정부가 주력해야 할 과제로 ‘정규직·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불평등 해결’이 26.6%로 가장 앞섰다. 4년 전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와 견주면 노동시장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상당히 높아졌다. 당시의 조사에서는 노동시장 불평등 해소가 13.8%였으니 4년 만에 두 배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오늘날 당면하고 있는 경제 불황의 장기화, 실업과 비정규직의 양산, 빈부 격차의 증대와 사회의 양극화 등은 IMF 위기가 초래한 적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현재적 시점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IMF 구조조정프로그램이 어떻게 한국 사회에 관철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계승하는 3기 민주정부를 자임하고 있는 바, 과거 김대중-노무현의 민주 정부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정치적 담당자였기 때문이다.

민생을 살리는 것이 민주 정부의 책무이지만 과거의 민주 정부들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과거의 민주 정부들이 보여 준 모습은 기대에 어긋나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한다고 자임했으나 정책은 그런 방향에서 시행되지 않았다. 집권 초기에는 노동 포섭의 정책과 사회 복지 정책에 일정한 관심을 보이면서 개혁 시늉을 냈지만 곧 성장과 경쟁을 강조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극단적인 자본 중심의 편향에 치우쳤다. 그 결과 되레 중산층이 몰락하고 서민들의 민생을 악화시켰으며, 사회 양극화가 급속도로 심화되었다.

우리 사회의 한편에서는 1% 특권층의 ‘돈 잔치’가, 다른 한편에서는 99% 서민들의 ‘빚 잔치’가 벌어지는 극단적인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대한민국은 ‘헬 조선’일뿐이다. 정치인들과 언론들이 ‘사회 통합’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격차와 차별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현실을 반증한다. 이번 19대 대선에서 어느 후보를 막론하고 사회 통합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컸던 것도 그런 까닭이다.

민주 정부가 들어선다고 하여도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 예컨대 사회 양극화 해소와 사회 통합 실현이라는 과제는 해결이 만만치 않다. 기성 정당들의 정치적 정책적 무능은 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여야 구별 없이 무능하기 짝이 없었다. 오죽했으면 1700만에 이르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섰겠는가.

민주주의의 주체는 다수의 보통 사람들이며, 한국 사회에서 보통 사람들의 절대다수(경제활동인구의 70%)는 노동자이다. 민주주의는 그 주체인 민주 시민의 역할이 있어야 작동이 가능하므로 노동자의 역할 없이 민주주의의 작동을 기대하는 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노동자의 역할이다. 민주 정부의 등장으로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면, ‘노동 없는 민주주의’를 뛰어넘어 내용적 실질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일은 온전히 노동자의 역할에 달려있다.

새로운 미래는 새로운 주체의 등장 없이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노동 배제’가 아닌 ‘노동 존중’은 위정자의 시혜나 온정의 산물이 아니다. ‘노동 존중’은 노동자가 스스로 쟁취해야 할 자존감이다. 노동자가 자주적인 주체로 나서지 않는다면 단지 실현이 요원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노동이 존중받고 노동자의 삶이 바뀌는 새로운 미래는 노동자가 스스로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노동자가 자주적인 주체로 나설 때이다.

자주적 주체로서의 노동자란 누구인가? 정치적으로 각성되고 계급적으로 조직된 노동자이다. 조직된 노동자의 실체는 노동조합과 정당으로 조직된 노동자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자가 자신의 요구를 내걸고 사용자, 사용자단체와 교섭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 지위를 획득한 조직이고, 헌법에 의해 단체행동을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을 유일하게 보장받는 조직이다. 정당은 헌법상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받은 조직이고 민주주의 실현의 핵심 도구이다.

90%에 달하는 미조직 노동자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며, 노동조합으로 단결한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대변하는 진보정당으로 단결하는 것, 이것이 바로 민주 정부 이후 우리 노동자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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