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혁명의 반(反)혁명, 5·16군사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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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눈길을 끈 헌법재판소 1989년에 헌법 전문에는 대한민국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관한 최고 원리가 담겨 있다고 결정한 적이 있다. 그런데 현행 헌법 전문의 첫 마디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니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로 상징되는 독립정신과 ‘4·19민주이념’으로 상징되는 민주주의야말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뿌리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사람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는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을 올바로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3·1운동’은 올바른 이름이 아니기는 하지만 ‘운동’이라고 적혀 있는데 왜 ‘4·19’는 ‘4·19’로만 적혀 있을까? ‘4·19’에 직접 참여했던 사람들은 ‘4·19’를 4·19혁명 또는 4월혁명으로 부른다. 학계에서도 그렇게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헌법 전문에는 혁명이란 표현이 빠져 있다.

4월혁명이 일어난 지 1년 남짓 지난 1961년 5월 16일 박정희를 비롯한 정치군인들은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적 선거를 통해 성립된 민주당 정부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했다. 그리고 박정희는 1962년에 개헌을 추진했다. 개헌의 목적은 분명했다. 5·16 군사쿠데타를 정당화함으로써 다음 해로 예정되어 있는 대통령 선거를 통해 사실상의 군사독재정권을 계속 연장하는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였다. 1962년 개헌을 통해 헌법 전문도 바뀌었다. 제헌헌법 이래 두 차례의 개헌에서 바뀌지 않은 “기미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했다는 문구가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4·19의거와 5·16혁명의 이념에 입각하여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해야 한다는 문구로 바뀐 것이다.

여기서 ‘4·19’를 의거로, 5·16 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규정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정희정권에 따르면 5·16군사쿠데타는 혁명이다. 그런데 ‘4·19’마저 혁명으로 규정하면 군사쿠데타는 논리적으로 혁명을 부정하는 반(反)혁명이 되고 만다. 박정희정권은 자신들이 마치 ‘4·19의거’를 계승해 의거를 혁명으로 완수하려는 존재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굳이 ‘5·16혁명’ 앞에 ‘4·19의거’를 집어넣은 것이다. 그러나 5·16 군사쿠데타는 4월혁명을 통해 이루려고 했던 민주주의에의 꿈을 통째로 부정한 반혁명이었다.

박정희는 4월혁명 이후 한국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던 민주주의의 실험상황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을 드러냈다. 박정희에게 민주주의는 부정과 극복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박정희가 말하는 ‘혁명’은 처음부터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데서 출발한 셈이었다.

1963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뒤 1979년 10월 26일 부하인 김재규의 총알에 맞아 죽을 때까지 박정희는 1인 영구집권을 꿈꾸었다. 1972년에는 유신헌법을 통해 아예 민주주의의 틀을 모두 파괴했다. 유신체제에서 국민의 기본권은 완전히 부정되었고 민주주의도 압살되었다.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 된 것은 4월혁명을 부정한 5·16 군사쿠데타였다.

전두환 정권 당시 이루어진 1980년 개헌에서는 ‘4·19의거와 5·16혁명’이 모두 삭제되었다. 그리고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결과 이루어진 1987년 개헌에서 지금과 같이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이라는 구절이 들어갔다. 이제 4월혁명은 ‘4·19의거’를 벗어났지만 아직은 전두환 정권의 영향력이 남아 있던 상황에서 ‘4·19’라는 두리뭉실한 표현으로 표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017년 5월 우리는 새로운 정부를 출현시켰다. 개헌 이야기도 나온다. 개헌이 된다면 헌법 전문의 ‘4·19’가 4월혁명 또는 4·19혁명으로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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