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몰이 청산은 시대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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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한국사회를 강타했던 ‘최순실 사건’은 우연이 아니라 사대매국세력의 장기집권이 낳은 필연이었다. 일제 식민지 시기의 친일파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한국의 사대극우세력은 사대와 매국, 반민주성과 반민중성, 무능과 무지, 탐욕과 부정부패, 야만성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21세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정치집단이다. 일본에서 미국으로 주인을 바꾼 것을 제외하고는, 사대극우세력은 해방 이후부터 21세기가 될 때까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더 퇴보했다고 말해야 옳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그들이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장장 70여 년 넘게 한국사회를 지배할 수 있었을까? 진즉에 퇴출되었어야 했던 시대착오적 정치집단이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종북몰이(여기에서는 이 말을 색깔공격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하겠다)였다.

종북몰이가 한국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범임은 1950년대에 발생했던 조봉암의 진보당 사건에서부터 명확히 드러났다. 조봉암의 진보당은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정당과 유사한 진보정당이었다. 만일 한국이 상식이 통하는 정상적인 사회였다면 일찍이 조봉암이 대통령에 선출되고 진보당이 집권당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까지 되지 않더라도 선거에서 패배할 것을 두려워 한 이승만 정권의 대폭 양보로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했을 것이므로 오늘날의 한국은 북유럽을 능가하는 행복국가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유럽의 보수세력과는 달리 한국의 극우세력은 선거에서 질까봐 걱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파이를 나누거나 양보를 할 필요도, 자기혁신을 할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종북몰이라는 절대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승만 정권은 조봉암 선생을 간첩으로 몰아 처형하고 진보당을 해산하는 파쇼 폭거를 자행했다. 이러한 폭거는 21세기에 발생한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이 보여주듯이 한국역사에서 계속 되풀이되었다. 즉 정권을 위협하는 정치세력이 등장하거나 민중의 저항이 거세질 때마다 사대극우세력은 종북몰이로 반대파를 제거하고 민중의 저항을 진압했으며, 그 덕에 그들은 70여년 동안 한국을 장기지배 할 수 있었던 것이다.

1980년의 광주민중항쟁이나 2016~2017년의 촛불항쟁이 말해주듯, 한국 국민은 지구상에서 가장 민중항쟁을 잘 하는 민족이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이 사대극우세력에게 장기간 지배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종북몰이의 위력이 워낙 강해서였다. 그렇다면 2017년에 한국인들이 정권교체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종북몰이의 위력이 저하된 것과 관련이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한국에서 종북몰이가 맹위를 떨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한국인들이 색깔 공포증을 갖고 있어서다. ‘색깔 공포증’이란 간단히 말해 빨갱이나 종북으로 몰리는 것을 과도하게 두려워하는 정신장애이다. 한국인들은 다른 공격은 그럭저럭 이겨내지만 색깔 공포증 때문에 빨갱이나 종북으로 몰리는 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대극우세력이 작심하고 종북몰이를 시작하면 항쟁의 불길이 번번이 꺼지곤 했던 것이다.

과거 한국사회에서 색깔공격이 색깔 공포증을 유발했던 것은 물리적 폭력에 의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까지 사대극우세력은 좌익으로 낙인찍혔던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살해했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도 좌익, 친북으로 낙인찍힌 이들은 살해당하거나 사회에서 철저히 매장되었다. 한국사회에서 권력에 의해 빨갱이나 종북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곧 살인예고장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색깔공격이 단순한 언어적 공격에 그치지 않고 죽음에 대한 공포와 연결되었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색깔 공포증의 포로가 된 것이다.

한국사회가 민주화됨에 따라 색깔 공포증은 약화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종북몰이의 위력도 저하되었다. 민중항쟁으로 군부독재가 역사무대에서 퇴장당한 이후부터 사대극우세력은 색깔공격을 물리적 폭력으로 뒷받침하지 못하게 되었다. 단순하게 말하면, 종북으로 낙인찍은 사람들을 더 이상 살해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종북몰이의 위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상당 기간 동안 체험해왔다. 민주정부가 탄생한 이후부터는 야만적인 고문이나 살해 등이 불가능해졌으므로, 짧게 잡더라도 한국인들은 20여 년간 종북몰이가 물리적 폭력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현실을 경험하면서 살아왔다. 이것은 한국인들이 종북몰이를 예전만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그에 따라 종북몰이의 약발이 저하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박근혜정권 하에서 두드러졌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정권은 종북몰이를 시도했지만, 국민들은 세월호를 잊지 않는 것이 종북이라면 기꺼이 종북이 되겠다며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총선에서 정권은 북의 여종업원들을 집단으로 입국시키는 일종의 북풍공작을 시도했지만 총선 결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반미투쟁인 사드 반대운동이 벌어지자 정권은 종북몰이를 시도했지만 성주 군민들한테서 ‘우리는 종북이 아니라 경북이다’라는 식의 조롱만 받았다. 2017년의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는 종북몰이를 마구 남발했지만 극소수 지지층만 결집시켰을 뿐 절대다수의 국민에게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이런 일련의 현상은 이미 한국인들이 종북몰이에 대한 두려움, 색깔 공포증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촛불항쟁으로 새 시대를 향한 진군을 시작한 민중은 필히 사대극우세력부터 청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들의 생명선인 종북몰이를 결정적으로 끝장내야 한다. 한국이 종북몰이가 통하지 않는 진정한 민주국가가 되면 사대극우세력은 영원한 재기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고 비로소 새 시대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다. 종북몰이를 완전히 끝장내려면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하고 사상의 자유와 관련된 민주의식을 확산시켜야 하며, 남북 화해와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 한국이 사상의 자유를 비롯한 민주적인 자유와 권리를 완전무결하게 보장하는 진정한 민주주의사회로 탈바꿈할 수 있는가가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정권교체에 성공했음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고 했던 이유를 깊이 되새겨야 한다. 또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한 것이 이후에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심리학자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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