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노래]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지금은 고통 속에 있을지라도 어둠은 반드시 걷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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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리가 만나서’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봄직한 노래일 것으로 생각된다. 나름대로 90년대에 많이 울려퍼진 노래이기도 하고, 의식있는 다큐 프로그램 같은 것에 배경음악으로도 많이 쓰였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여의도에서 집회를 할 때 공무원노조를 격려하기 위해 민주노총 위원장이 이 노래로 인사를 대신하기도 했던 나름 공무원노조의 역사와 함께 한 노래이기도 하다.

공무원노조가 많은 어려움과 시련을 거듭해 왔지만 언제나 미래에 함께 할 우리의 밝은 빛을 위해 서로에게 의지하며 한 길을 걸어 왔다. 지금은 우리가 고통 속에 있을지라도 반드시 어둠은 걷치고 밝은 빛을 우리에게 올 것을 믿기 때문이다.

‘헌법 제1조’,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이게 나라냐’ 등 최근에도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작곡가 윤민석 씨의 노래다. 이 노래는 윤민석씨가 1988년 한양대 재학시절 총학생회 문화부장을 하던 시절에 문득 읽게 된 시 한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총학생회실에서 아무 생각없이 집어든 책에서 발견한 글, 마치 문건을 보듯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글이 바로 김진경 선생님의 시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였다고 한다.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서로에게 고통뿐일지라도 

김진경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서로에게 
고통뿐일지라도  벗이여, 형제여, 사랑하는 사람이여 어서 오게나  
지금은 우리가 고통으로 서로를 아는 때  
지금은 우리가 상처로 서로를 확인하는 때  
지금은 우리가  
가슴에 박힌 가시철조망으로 서로를 부르고  
흐르는 피로 끈끈하게 하나가 되는 때  
형제여,  그러니 어서 오게나  
이제 밤은 너무도 깊어  
우리 살아 있음의 표지조차 어둠 깊이 사라져가고  
이제 고통만이 살아있음의 유일한 척도이어라 
오게나 
이밤엔 고통도 성스러워라 
그것이 이 어둠을 건너  
우리를 부활케 하리니   
첫 새벽에 그것이  
우리의 빛나는 보석임을 알게 되리니  
사랑하는 사람이여 
형제여 어서 오게나 
그대 움푹파인 수갑자국 그대로 
그대 고통에 패인 주름살 그대로 
우리 어떠한 것에도 고개 숙이지 않고  
오직 서로에게 고개 숙여 서로의 상처에 입 맞추느니  
이밤엔 고통만이 성스러워라 어서오게나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서로에게 고통뿐일지라도  
그것이 이 어둠을 건너  우리를 부활케 하리니
 

그 이후 윤민석 씨는 한창 젊음을 꽃피우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 마음껏 사랑도 하고, 우정도 나눌 그런 나이에 구속과 고문, 그리고 죽음이라는 단어를 더 먼저 떠올려야 하는 삶을 기꺼이 살아가던 사람들의 80년대와 90년대를 징역살이의 경험에서 오는 가슴 찡함을 느끼고 있었고, 89년 한양대에서 있었던 전교조 결성대회 때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며 이 노래를 완성했다. 고 문호근 선생님의 제안으로 전교조 노래 tape을 통해 정식으로 발표했으며, 문호근 선생님의 부인이자 세종대 성악과 교수인 정은숙 선생님이 노래를 불렀다.

윤민석 씨는 이 노래를 두고 “열악한 여건 속에 제작되어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어려웠던 시절, 그래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았던 동지들의 얼굴을 떠오르기 때문이라고.

오늘 우리도 한번쯤 주변을 돌아보며 함께 하고 있는 많은 벗들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지금 우리의 삶이 팍팍하고 힘들더라도 서로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면 반드시 좋은 결실이 있음을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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