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천만 촛불항쟁 이후를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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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엽
▲ 이의엽

2016년 10월부터 이어진 박근혜 퇴진 1천만 촛불시위는 위대한 항쟁이다. 우리 민중의 고결한 품격을 유감없이 과시하였으며 역사를 바꾸는 우리 민중의 거대한 힘을 확인시켜 주었다. 1천만이 참여한 대규모 항쟁이었는데도 단 한 건의 사건사고 없는 평화적 집회 시위를 이어갔으며, 거리와 광장에 쓰레기 하나 남기지 않는 놀라운 시민의식을 온 세계에 시위하였다. 박근혜의 국정농단으로 땅에 떨어진 국가의 품격을 나라의 주인인 민중이 직접 나서서 바로잡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박근혜 탄핵은 현재진행형이고 특검 수사도 끝나지 않았으며 적폐청산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민심의 지향은 조기탄핵으로 모아져 있고 전망 역시 낙관적인 예상이 대세인 듯하다. 하지만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불의한 권력은 심판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반성은커녕 되레 발악적으로 저항하는 법이다. 우리가 강추위 속에서도 여전히 토요 촛불시위를 계속하는 이유다.

정치권은 이미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 탄핵과 적폐청산에는 관심이 시들해졌고 온통 대선 논의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반기문의 귀국 이후 정치권은 사실상 대선 정국으로 진입한 것이나 다름없고 유력 후보자들의 대선 행보가 언론 뉴스의 정치면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기시감(旣視感)이 든다. 30년 전 1987년 항쟁 때도 지금과 다를 바 없었다. 직선제개헌을 골자로 하는 6.29선언이 발표되자 정치권은 대선 국면으로 급격하게 빠져 들어갔다. 야권은 분열돼 갈라섰고 항쟁의 함성은 급속히 잦아들었다. 6월민주항쟁을 이끌었던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또한 대선 방침을 둘러싸고 비판적 지지와 후보단일화, 민중독자후보 노선으로 갈라졌다. (그해 12월 치러진 대선에서 전두환의 후계자 노태우가 당선되었다. 죽 쒀서 개 준 꼴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1987년 6월항쟁의 일면일 뿐이다.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상층 정치권의 동향이 아니라 항쟁의 주역인 기층 민중의 움직임이다. 2016년 1천만 촛불항쟁의 주역이 민중이듯이 30년 전 6월항쟁의 주인공 역시 민중이었다. 항쟁에 참여한 그들은 항쟁 이후 무엇을 했을까? 그들의 삶은 항쟁 이전과 이후에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니면 아무런 변화도 없었던 것일까? 이것이 바로 우리 노동자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상층 정치권의 대선 논의에 한눈 팔다가 정작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6월항쟁 이후 정치권이 온통 대선에 정신을 빼앗겨 권력쟁투에 여념이 없을 때 항쟁에 참여했던 민중은 어디에서 무엇을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항쟁 이후 그들은 삶터와 일터로 돌아가 투쟁을 전개하고 스스로를 조직하였다.

6.29선언 이후 노동자는 일터로 복귀하여 투쟁을 시작하였다. 1987년 7~9월 노동자대투쟁이다. 울산에서 시작된 투쟁은 마산과 창원, 거제를 거쳐 전국을 태풍처럼 휩쓸었다. 대공장에서 중소공장으로, 전 산업에 걸쳐 파업과 농성, 시위가 벌어졌다. 1987년 7~9월 석 달 동안 발생한 쟁의 건수는 3,311건에 이르렀고 쟁의에 참여한 노동자는 1백22만 명이었다. 노동자들은 투쟁을 어용노조 민주화와 민주노조 결성으로 연결시켰다. 쟁의에 참가한 사업장의 55%에서 노조가 결성돼 87년 6월 말 현재 2,742개였던 노동조합이 87년 말 4,104개로 증가했다. 또한 87년 6월 말 현재 약 1백5만 명이었던 조직노동자가 87년 말에는 1백27만 명으로 6개월 사이에 무려 20만 명이 늘어나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노동운동의 거대한 도약이었다.

박근혜 탄핵 이후가 중요하다. 1천만 촛불항쟁 이후를 준비하자. 1987년 6월항쟁의 조직적 결실은 민주노조 건설이었다. 1996년 12월 노동악법 날치기를 원천무효로 만든 민주노총 총파업은 투쟁의 결실로 민주노동당을 건설했다. 그렇다면 2016년 1천만 촛불항쟁의 조직적 결실은 무엇이어야 할까? 이것이 바로 우리 노동자 앞에 놓인 2017년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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