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서 "성폭력 사건 처리 절차 규정 정비도 시급"

공무원노조 성평등위, "노조 간부 성평등 교육 의무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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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성평등위원회가 내년도 사업계획에 조직 내 성평등 교육 강화를 위한 사업을 대폭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성평등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노조 간부에 대한 성평등 교육 강화가 절실하다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성평등위는 이날 오후. 공무원노조 대회의실에서 ‘성폭력 사건을 통해 본 공무원노조 조직 내 과제’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 공무원노조 성평등위원회가 22일 오후 공무원노조 대회의실에서 '성폭력 사건을 통해 본 공무원노조 조직 내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 공무원노조 성평등위원회가 22일 오후 공무원노조 대회의실에서 '성폭력 사건을 통해 본 공무원노조 조직 내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6월 발생한 성폭력 사건의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김희경 인천지역본부장이 ‘조직 내 성폭력 예방과 사건처리 개선방안’에 대해 발제했다. 김 본부장은 “진상조사과정에서 사건 처리를 위한 매뉴얼이나 기준이 없어 너무 고민이 많았다”며 “성희롱을 비롯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절차나 규정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무원노조 내 성폭력 사건 처리 과정이 최소 4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걸리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신원노출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2차 피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처리 절차의 간소화와 관련자 노출 최소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성폭력 진상조사위원회의 상설체화를 통한 전문성 및 일관성 확보도 제안했다.

김 본부장을 비롯한 토론 참가자들은 무엇보다 “조직의 성평등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성평등, 성폭력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토론자로는 충북본부 장성유 수석부본부장, 박이은희 전 부위원장, 서정숙 부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김 본부장은 “성폭력 가해자가 노조원이거나 간부인 경우 오히려 조직이 가해자를 옹호하며 처리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경향도 있다”며 노조 임원의 경우 민주노총 수준으로 의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임원, 실장 및 위원회 위원장은 당선 또는 인준받는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민주노총에서 주관하는 성평등 교육을 이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 왼쪽부터 장성유 충북본부 수석부본부장, 김희경 인천본부장, 박이은희 전 부위원장, 서정숙 부위원장
▲ 왼쪽부터 장성유 충북본부 수석부본부장, 김희경 인천본부장, 박이은희 전 부위원장, 서정숙 부위원장

토론에서는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 강화,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 ‘양성평등’이라는 용어의 문제점 등에 관해서도 논의됐다.

토론자들은 성폭력 사건 처리에 있어 피해자의 권리 보호와 치유 회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공감하면서도 이 원칙의 맹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여성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이은희 전 부위원장은 “‘성폭력 사건은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성에 대한 보수적 관점을 강화시키듯 피해자 중심주의는 ‘남성’ 가해자와 이로 인해 고통받는 무기력한 ‘여성’ 피해자 구도를 고착화시킬 위험이 있다”며 성평등 감수성에 대한 인식이 좀더 다양한 관점에서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 2014년 개정된 ‘양성평등기본법’이 “‘양성’은 성소수자를 제외한 용어로 현 정부 하의 후퇴된 성평등 정책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서정숙 부위원장은 “민주노총 사업장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성폭력 문제는 단순히 남성 가해자, 여성 피해자가 아니라 상급자와 하급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위계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며 “구체적 실태를 분석해 성평등 감수성을 강화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성유 부본부장도 “세계 경제 포럼 발표에 의하면 2015년 한국의 성평등 지수가 조사대상 145개국 중 115위다. 최근 칠레 외교관과 전 청와대 대변인, 전 국회의장 등 고위 공무원들의 성추행에서도 드러난다”며 성평등 문화 향상을 위한 교육 강화를 주장했다.

공무원노조 박찬미 성평등위원장은 "성평등이나 인권 감수성에서 핵심적인 3요소가 '공감' 능력과 타인에 대한 '존중', 그리고 '예민함'"이라며 "이번 토론을 계기로 조직 내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고 공론화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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