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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세이] 8월 15일과 9월 9일, 경축일일까
김갑수(소설가)  |  gnews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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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25  13: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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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김갑수

우리 민족의 역사에는 왕조 교체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5,000년의 유구한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왕조 교체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이것은 우리 왕조들의 수명이 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진 중국의 왕조 수명은 길어야 300년이었다. 일본은 중앙집권제가 아닌 봉건제였으므로 왕조 수명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우리 역사에서 왕조 교체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대부분의 왕조 교체는 국가 통합적으로 이루어졌다. 우리 역사는 고조선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고조선은 당시 우리 민족이 세운 여러 국가 중 중심 국가였을 따름이지 통합국가는 아니었다. 동시대에 부여, 고구려, 옥저, 예맥, 마한, 진한, 변한 등의 여러 국가가 중국의 동북과 한반도 곳곳에 기립해 있었다. 이런 점에서 고조선시대는 열국시대라고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열국 중에서 가장 수명이 길었던 고구려는 백제, 신라, 가야 등과 함께 4국시대를 형성하며 약 500년 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던 중 가야가 신라에 병합되어 3국이 정립하여 약 150년 동안 이어졌고 이후 백제, 고구려를 패망시킨 신라가 새로 건국된 발해와 대동강을 경계로 하여 2국시대를 형성하면서 약 200년 동안 이어졌다.

10세기 초 고려는 후삼국의 분열을 평정하면서 거란에 패망한 발해 유민까지 흡수하여 우리 민족 최초의 단일통합국가를 이루었다. 그리고 14세기 말인 1392년에는 조선이 건국되었다. 조선왕조는 무려 519년의 장수를 누렸다. 결국 고려 475년과 조선 519년을 합하여 우리 민족은 무려 1,000년 동안이나 단일통합국가를 지속시킨 셈인데, 이런 역사는 세계사를 통틀어 보아도 희귀한 사례에 속한다.

조선 통합은 고려 통합보다 우월한 가치를 만들어 낸 통합이었다. 물론 조선은 대외적으로 명(明)을 중심으로 하는 중화질서에 편입되어 건국되었다. 명은 자국을 ‘천하의 중심(중화)’이라고 자부했고, 조선은 그 천하에 속한 국가 중에서 단연 모범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조선은 세종 때 영토를 북으로 확장하여 고려보다 30% 이상을 더 늘렸다. 고려의 국가 통합은 고구려, 백제, 신라 3국 유민의 통합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이것은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한다고 천명한 것과도 관련된다. 고구려를 계승한다고 했으니 백제와 신라의 유민은 소외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조선이 국호를 (고)조선과 같은 조선으로 한 것은 이런 연유 때문이기도 했다. 조선의 창업자들은 고구려, 백제, 신라 3국이 모두 (고)조선이라는 동일한 뿌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인식한 것이다. 그리고 조선은 실제로 고구려, 백제, 신라를 대등하게 인식하는 역사서를 기술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성종 때 출간된 『동국통감』이다.

또한 조선은 단군조선만을 특별히 강조하지도 않았다. 기자조선이나 위만조선도 조선의 범주에 포함시킨 것이다. 참고로 우리가 모두 단군의 후예로서 단일민족이라는 인식은 일제 강점기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일제의 황국사관에 결연히 대응하기 위해서 민족 혈통의 단일성을 강조한 취지는 나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는 역사적 사실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1910년 8월 29일은 조선이 결딴난 날로서 말 그대로 ‘망국의 국치일’이다. 우리는 36년 후인 1945년에 8.15를 맞이했고 다시 3년 후인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을 건국했다. 하지만 이것은 남쪽만의 불완전한 건국이었다. 이로부터 불과 25일 후인 9월 9일에는 북쪽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건국되었기 때문이다.

남북분단은 민족사적 관점에서 고려와 조선시대 내내 지속되었던 단일통합국가시대가 다시 2국시대로 돌아갔음을 의미한다. 남북분단은 가히 1,000년 전으로 물러선 민족사적 퇴행이다. 따라서 1948년은 1910년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우리 민족사에 부끄러운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므로 8월 15일과 9월 9일을 각기 남과 북에서 뭐 대단한 건국의 경축일이라도 되는 양 기념하는 것은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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