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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노동자들의 죽음을 핸들링하는 법[전규찬 칼럼]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gnews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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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30  13: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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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세월호 참사처럼, 신자유주의 체제에 구조적으로 잠재하는 위험성은 언젠가 파멸적 사건형태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끔찍한 재난으로 현상한다. 전국 각지에 건설된, 재벌이 소유한 조선소와 화학, 반도체 등 대형 사업체들의 경우도 정확히 그러하다. 인명을 손상하고 목숨을 박탈하는 산업재해의 발생이 이들 현장에서 사실상 불가피하다. 노동자들이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자본의 공장에서 재난은 필연적인 사고로 들이닥친다. 주변 환경에 앞서, 현장 인력을 치명적으로 손상시킨다. 우리가 구미와 울산, 평택 등지의 공장에서 지켜본 게 바로 이런 재해의 사건들이다. 직업병이다. 산업재해다. 사고사다.

세월호 당시의 국가처럼, 자본 또한 사고발생 시 이를 긴급하고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위기관리시스템을 가동한다. 미디어 관리, 통제의 체계를 돌린다. 홍보 유혹과 광고 압박, 기사 제공, 인맥 동원 등을 포함한 다양하고 비상한 조치들이 사고 발발 즉시 총 가동된다. 이를 위해 재벌들은 일찌감치 유력 언론사 기자 출신을 홍보실 주요간부로 배치시켜 놓았을 것이다. 보도를 서둘러 덮기. 뉴스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거나 최소화하기. 사고 원인을 개인화하거나 모호하게 만들기. 기업 측의 사과 혹은 유감 발표를 선전하기. 금전적 보상 또는 배상의 의미를 띠우기. 그를 중심으로 조율해 낼 대사회적 효과다.

결과가 즉각적으로, 성공적으로 나타난다. 뉴스에서 해당기사가 신속하게 혹은 은밀하게 사라질 것이다. 사고는 어떻든 처리되었고, 적절한 유감발표 또한 있었다. 새로운 상황이 없는 상태에서, 카메라는 얼마나 현장을 커버해야 하나? 필요한 보상책 마련 등을 통해 합의가 이루어지고 사태가 원만히 해결된 마당에, 문제를 끌어가는 일부 피해자나 외부 집단에게 언제까지 지면을 제공할 것인가? 뉴스가치가 떨어졌다. 더 이상 시의적이지 않다. 독자, 시청자들이 아이템에 피곤해 한다.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하다. 이런 등의 이유를 앞세워 공영방송을 비롯한 보수주류매체들이 경쟁적으로 사건에서 등 돌린다.

안타까운 일이다. 더 이상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 자본과 노동의 모순이 또 그렇게 봉합된다. 죽임당한 인간들은 생환하지 못해도, 상처 입은 노동자들은 계속 병상에서 고통을 감내해야 해도, 슬픔과 분노의 (유)가족들은 통곡에서 전혀 빠져나오지 못해도, 그래도 이제는 잊어야 한다. 자본이 원하고 매체가 지시하는 대로 노동현장의 참극은 망각되기 시작한다. 대중들이 외면하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조롱도 내뱉는다. 자본이 만든 사이비 기사, 거짓된 보도 자료들이 그런 비인간적 언설을 은밀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유혹한다. 위험한 공장에 평화가 돌아오고, 위기의 자본은 안전을 되찾는다. 산업안전. 자본안보.

막강한 광고 재력과 광폭의 인적 네트워크, 선전용 보도 자료를 통한 대 언론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장 체계적으로 정비한 삼성이 주도하는 공식이다. 이를 실전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시키는 한국 최대 재벌 삼성의 위기관리프로세스다. 사실, 삼성의 여론관리체계는 2005년 이인용 전 MBC 앵커를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 담당 전무로 스카우트하면서 전혀 새로운 차원에 들어선다. ‘X파일사건’이라는 비리, 부정, 유착의 스캔들을 선제적으로 진압하기 위해서다. 삼성그룹의 언론통제술은 그 후 서해 삼성중공업 기름유출사건, 구미 삼성전자 불산 유출 사고 등을 지나면서 더욱 총체적으로 진화할 것이다.

   
▲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 마련된 삼성전자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제에서 조문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삼성의 여론위기 관리 메커니즘은 이렇게 진행된다. 잠복해 있던 사고가 발생 시 신속히 여론동향을 추적한다. 경찰의 공식적인 사고원인 발표 시까지 정보유출을 최대한 막을 것이다. 비판적인 기사들에 대해서는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반박한다. 지속적으로 관리해 오던 우호적인 기자, 매체를 움직인다. 이들을 통해, 회사의 의견 혹은 회사와 코드를 같이하는 ‘전문가’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전달한다. 최대한 삼성의 목소리가 ‘객관적’으로 보도되게끔 하는 게 관건이다. 그렇게 여론을 정지 혹은 물타기한 후, 적당한 때 회사는 유감 혹은 사과의 발표문을 내놓는다. 사태가 종결된다. 사고를 그렇게 틀어막는다.

‘국민경제를 책임진 삼성이다. 삼성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삼성은 가족이다’와 같은 다양한 신화, 강력한 이데올로기들이 수습에 동원된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이를 기반으로 하거나 재생산하는 담론이 급속히 회자된다. 잘못했지만 실수를 인정한 삼성이다. 이제 끝내야 한다. 논란의 사회비용이 너무 크다. 책임지겠다는 삼성이지 않은가? 피해자나 유가족, 시민사회, ‘외부세력’이 더 이상 삼성을 물고 늘어지도록 해서면 안 된다. ‘그들’의 의도가 불순하다. 또 저 ‘좌파’들이 기업을 죽이려고 드는 것 아닌가? 삼성의 여론관리체계는 이런 우호적 대중여론의 조작적 구성, 조직적 동원으로써 위기를 타개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문제 해소의 과정이 이를 실증한다. 여러 어린 노동자들이 백혈병으로 죽어갔다. 난소암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법원에 의해 ‘산업재해’로 판정받았다. 다수의 직업병 환자들이 병상에서 투병 중이며, 많은 시민들이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기에 사태는 더욱 서둘러 봉합되어야 한다.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고, 많은 조사가 남았다. 책임소재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리에게 책임이 없다. 오직 인도적이고 도의적인 차원에서 유감을 표하고 일정 배상액을 내놓는 것이다. 그러하니 모든 걸 원만히 끝내자. 합의하자.

더 이상 문제는 성의를 표한 ‘우리’ 삼성이 아니다. 고집부리는 ‘그들’, ‘일부’ 유가족, ‘외부’ 세력이 문제다. 삼성이 구축한 프레임이다. 삼성의 후원을 받거나 삼성의 외압을 피할 수 없는 매체들이 이런 틀의 기사를 민완하게 공급한다. 유일한 걸림돌만 남았다. 본관 앞을 점거한 ‘반올림’이라는 천막 바리게이트다. 저들의 반론, 대항여론, 대항언론 전술을 어떻게 최종 철거할 것인가? 그럼으로써 소란을 완전히 정리할 것인가? 위험한 노동의 현장, 불안한 현장의 노동을 사회적 감시의 시선으로부터 돌리기. 상성이 초래한 직업병과 산업재해, 백혈병, 노동자 죽음의 문제를 사회적 관심으로부터 빼내기.

이를 위한 삼성의 오래된 투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소수자의 바리게이트 투쟁이 중대고비를 맞고 있다. 모두가 선거에만 관심을 보이고, 정치를 떠들 때, 바로 지금 강남 한 복판에서 펼쳐지는 양상이다. 거의 모든 매체가 외면해 버린 상태에서, 위기관리를 완결시키고자 하는 자본에 맞서 위험현실에 대한 재벌의 책임을 보다 분명히 하려는 약자의 힘든 싸움이 계속 중이다. 거대 골리앗 삼성의 일방주의에 맞서는 약한 다윗들, 노동자와 가족 그리고 시민들의 선한 저항이다. 이 싸움에 노동하는 바로 우리가 아니면 대체 누가 관심을 갖고 귀 기울여 줄 것인가? 함께 연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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