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주목받는 소방관들...“이제 정부와 국회가 책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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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 화재현장 순직 소방관 영결식에서 소방관들이 오열하고 있다.
문경시 화재현장 순직 소방관 영결식에서 소방관들이 오열하고 있다.

지난 1일 경북 문경시에서 발생한 육가공업체 공장 화재 현장에서 김수광 소방교와 박수훈 소방사가 인명 수색 중 고립되어 순직했다. 지난해 3월에는 전북 김제, 12월에는 제주 서귀포시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정치권은 순직한 소방관들의 영웅적인 면모에만 주목하고 있을 뿐 정작 필요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은 소홀히 하고 있다. 이에 현장의 소방관들이 “우리의 염원은 죽어서 영웅이 아니라 끝까지 국민과 함께 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방본부 간부들이 영결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소방본부 간부들이 영결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지난 3일 경북도청에서 문경 화재 순직 소방관들의 영결식이 진행되었다. 이자리에 참석한 소방본부 간부들은 무책임·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모습에 울분을 토했다. 윤명구 대구소방수석부지부장은 “구조대가 구조자가 없는 화재 현장에 진입했다가 죽을 뻔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화재현장에서 현장지휘관이 소방관의 진입을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명주 부산소방지부장은 “동료가 희생한 대가로 위험수당을 올려준다고 하는데. 말도 안된다. 죽으면 무슨 소용이냐. 생색내기 대책 대신 소방관이 원하는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원창연 경남소방사무국장은 “소방관이 국가직이 맞다면 영결식에 각 지역 소방본부에서 조문단을 꾸려서 와야하는 것 아닌가. 순직한 소방관에게 최소한의 예우를 다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김태용 경북소방지부장은 “소방관에게 현장 업무가 중요한데 불필요한 내근 업무가 많다. 미국처럼 비번인 날 훈련에 집중할 수 있게 근무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방본부가 국회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소방본부가 국회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정치권에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순직에 대한 해결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소방본부는 ▲연이은 순직을 막지 못한 소방청장의 즉각 교체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인사와 예산이 독립된 지방 소방청 설립, 대규모 인력 충원 등 소방관들의 요구사항에 대한 책임있는 답변 ▲모든 정당의 소방‧안전 공약 및 신속 이행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권영각 3기 소방본부장 당선자는 “현장 조직인 소방이 본연의 업무를 안전하게 더 잘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그 출발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지휘관을 양성하는 것이다. 안전과 퇴로가 확보되지 않은 현장에서 진입 금지를 명령할 수 있는 지휘관들이 동료의 순직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방관의 역할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지만 그들의 희생이 당연한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인력 충원과 처우 개선 등 소방관의 안전을 위한 입법·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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