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본부가 충청북도의 시·군 부단체장 낙하산 인사를 규탄하며 충북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 123조에 따르면 시의 부시장, 군의 부군수, 자치구의 부구청장은 시장·군수·구청장이 임명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광역단체장들이 법적 근거 없이 기초단체 부단체장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해당 지자체 공무원이 부단체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아니라 광역단체에서 전출 온 공무원이 부단체장이 되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1월 7일 인구 10만명 미만 시군구 부단체장 직급을 현 4급에서 3급으로 상향 등을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이에 충북본부는 이번 입법예고의 취지에 맞게 그동안 도·시·군 간 불평등하게 이뤄졌던 인사 교류 개선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충북본부는 지난 26일부터 충북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해 도청 앞에서 출근·점심·퇴근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투쟁은 공노총 소속인 충주시 노조도 참여해 충북도 내 11개 시군 공무원들이 함께하고 있다.
최상규 공무원노조 충북본부장은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목적은 지방자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충북도가 부단체장을 정하지 말고 법을 지키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며 “광역단체들은 지자체에서 부단체장 문제로 항의하면 인사나 재정적으로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한다. 부단체장 임명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초자치단체를 지원해주고 역량 강화를 도와줘야 할 광역단체가 위에 군림하며 갑질하고 있다.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이번 투쟁을 공무원노조와 도 내 전체 기초자치단체가 함께하는 투쟁으로 나아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농성장은 지부 간부들이 교대로 지키고 있는데 이날은 증평,영동,보은군지부 간부들이 농성 투쟁에 참여했다. 2023년의 마지막을 농성장에서 지내고 있지만 간부들의 표정은 밝았다. 농성에 참여한 간부들은 “2023년을 투쟁으로 마무리 하니 2024년도 투쟁 결의가 샘솟고 자신감이 생긴다”, “투쟁을 하며 단결력이 높아졌다. 낙하산 부단체장 거부 투쟁이 전국으로 확산하여 다함께 승리하면 좋겠다”, “새해에는 다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투쟁하자”며 각자의 소회를 밝혔다.
쉽지 않고 새해부터 이어질 투쟁이지만 간부들의 투쟁 결의는 뜨거웠다. 이날 김춘원 전북본부장이 전북지역 공무원노조 간부들과 농성장을 찾아 격려금을 전달했고, 충북도청을 방문하러 온 공무원들도 농성장을 찾아와 간식을 전하며 격려했다.
충북본부는 지난 28일 김영환 충북도지사를 면담하며 노조의 요구를 전했다. 하지만 충북도는 면담이 끝나고 한 시간 뒤에 부단체장 인사를 발표했다. 이에 충북본부 오는 1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부단체장 인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전 지부가 부단체장 출근 저지에 나서는 등 투쟁을 강화할 예정이다. 한편, 공무원노조 전남본부도 낙하산 부단체장 거부와 더불어 전남도와 시·군간 1:1 인사교류를 요구하며 투쟁 중이고, 전북본부도 투쟁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