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서울소방지부 주관 '119구급대 정책포럼' 열려

“구할수 있는 생명을 못 구하는 현실, 한 사람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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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가 구할 수 있는 생명을 못 구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하나라도 더 구할 수 있는 생명을 놓치고 싶지 않다”

7일 오후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열린 ‘시민 생명 지킴이 119구급대 정책포럼’에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관악소방서 이도원 119구급대원의 말이다. 배경에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급차와 구조 인력 문제라는 해묵은 과제가 있다. 해마다 요구가 빗발쳤지만 외면당해온 문제다. 마땅히 있어야 할 예산과 자원의 자리를 구조대원들의 헌신이 대신했다. 애써 가려온 응급의료체계의 민낯은 대형 재난과 참사가 발생하고서야 여과 없이 노출됐다. 하지만 벌어진 틈새를 다시 채우는 것 역시 일선 구조대원들의 몫이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소방지부(지부장 백호상) 주관으로 열린 이번 포럼에선 신속한 응급환자 접근과 이송 방안부터 구급 출동 환경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까지 폭 넓은 논의가 오고갔다. 권영준 서울소방지부 수석부지부장의 사회로 진행됐고, 관악소방서 이도원 119구급대원과 주한미군 의무사령부 유은지 미국응급구조사, 강남소방서 김성현 구급 주무관, 서울연구원 안전인프라연구실 채종길 박사가 주제발표를 맡았다.

공무원노조 백호상  서울소방지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백호상 서울소방지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백호상 서울소방지부장은 인사말에서 “대한민국 소방관들은 시민의 생명을 지킬 의무가 있으며 반드시 이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에는 너무나 높은 벽이 있다. 오늘 포럼이 이 높은 벽이 무엇인지 서로 생각하고 소통해서 공감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용호 서울시의원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김용호 서울시의원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김용호 서울시의원은 “응급상황에 빠르게 대응하고 효율적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건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시민 안전을 확보하려는 고민과 노력 끝에 마련된 정책포럼이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을 위해 좋은 방안이 모색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칠성 서울시의원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박칠성 서울시의원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박칠성 서울시의원은 “서울시만 하더라도 181대 구급차가 40~60만 건에 달하는 출동을 전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은 지켜지기 어렵고 구급대원 업무가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오늘 정책 포럼을 통해 실효성 있는 방안이 논의되어 근본복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박유진 서울시의원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박유진 서울시의원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박유진 서울시의원은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군인과 함께 우리가 가장 의지할 분들이 바로 여기 주황색 옷 입고 있는 분들이다. (정책 포럼은) 오늘의 주인공인 이 분들을 위한 시간이고, 지혜를 모아서 가장 좋은 안을 찾을 수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이다. 최선을 다해 함께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서 포럼이 진행됐다. 발제에 나선 현장 구조 대원들은 응급환자에 대한 신속한 접근과 이송이 지연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사례 제시와 문제 진단은 서울시로 한정했다.

관악소방서 이도원 119 구급대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관악소방서 이도원 119 구급대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관악소방서 이도원 119 구급대원은 “서울시에 충분한 구급차가 없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대원은 “서울시 구급차는 전국 대비 1/10 수준(2023년 기준 전국 1822대, 서울 181대)인데 구급출동건수는 두 배에 달한다”며 “서울시 구급차는 시민 52,000명 당 1대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구급차 대기 시간은 길어지고 환자들이 적절한 처치를 못받아 상태가 악화되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관악구의 상황을 열거하며 “(자료에 제시된) 9월 14일 관내 재해정보 기준 총 11건의 구급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 현 시각에 발생해 출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관악구에 구급차는 7대 뿐이다”며 “심정지 환자의 뇌사를 막기 위한 골든타임은 4분이고 뇌졸중 환자는 3시간이다. 심정지나 뇌졸증 환자가 발생하면 인근에 구급차가 없는데 누가 감당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강남소방서 김성현 구급 주무관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강남소방서 김성현 구급 주무관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강남소방서 김성현 구급 주무관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김 주무관은 “관내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구급차가 없다 보니 다른 관할에서 지원을 가게 되고 또 다시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백이 생긴 관내에서 심정지, 뇌졸중, 중증, 외상 같은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관할과 상관없이 제일 가까운 구급차가 출동한다. 하지만 관내 구급차보다 거리가 가까울 리 없다. 여기에 교통 정체가 더해져 현장 도착 시간이 지연되는 것이다.

문제는 출동 시간 지연만이 아니다. 구급차 부족으로 인해 적극적인 처치를 받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김 주무관은 “심정지 상황에서 구급차가 2대 출동하는 이유는 소생률을 높일 수 있는 처치를 할 수 있어서다. 내부 요인에 의한 심정지 상황에서 빠른 병원 이송보다 적극적인 혈액 처치 후 이송 소생률이 높지만 구급차 한 대의 거리가 너무 먼 경우 현장에 먼저 도착한 구급차는 기다릴 수가 없다. 기본 처치만 하고 어쩔 수 없이 빠른 이송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주제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주제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이어 “관할 구급차 부재로 돌려막기식 출동이 반복되고 있다. 출동 상위 센터에 우선적인 증차가 이뤄졌으면 좋을 듯 하다. 119 구급차의 행사 동원 또한 관내 구급차 부재로 이어지는 원인이다. 행사 개최 측의 안전 교육과 사설 구급차 이용이 권장되어서 이런 상황이 좀 나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의무사령부 유은지 미국 응급구조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주한미군 의무사령부 유은지 미국 응급구조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주한미군 의무사령부 유은지 미국 응급구조사(Paramedic)는 경증 환자가 응급실에 몰리는 문제 해결 방안으로 언급되고 있는 구급 유료화에 대해 이미 시행중인 미국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유 응급구조사는 “미국은 응급의료서비스(EMS) 비용이 비싸니까 출동이 많이 없을거다. 비응급 출동이 많이 없겠다고들 하는데 오해다”고 선을 그으며 “시카고는 미국에서 가장 비싼 EMS 비용을 받음에도 1일 3,500건의 출동을 나간다. 비용이 절반도 되지 않는 뉴욕시는 4,000건이나 나간다. 돈이 없어도 돈이 적어도 어쨌든 출동은 많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이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유 응급구조사는 “의료품질 향상과 출동 시간 감소 등 유료화의 이점은 뚜렷하지만 비용 전가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 환자들은 높은 EMS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보험에 많이 의지한다. 문제는 공공보험이다. 주로 저소득층과 65세 이상 노인층이 대상이다. 이들은 다른 계층보다 건강 문제가 심각하고 응급의료서비스 이용 빈도가 높다. 하지만 EMS 기관이 공공보험에서 환급받는 비율은 평균 9.9%에 불과하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선 소득이 높은 다른 환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응급의료서비스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저소득층 지역일수록 고소득층 지역보다 구급차 출동 건수는 많지만 출동시간은 약 3.75분 늦다. 출동 건수가 많아 구급차가 부족해 타지역에서 구급차가 출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지역의 구급차 부족 문제는 비용 전가 현상으로 인해 더욱 심각해진다. 감소분 보전을 위해 저소득층 지역보다 고소득층 지역에 더 많은 구급차를 배치하기 때문이다.

유 응급구조사는 “국내 119구급대가 유료화를 하고 싶다면 공공자금에만 의존할게 아니라 제공한 서비스만큼 돌려받을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납세자가 더 부담을 하게 되는 비용 전가 현상이 우리나라에도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연구원 안전인프라연구실 채종길 박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연구원 안전인프라연구실 채종길 박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연구원 안전인프라연구실 채종길 박사는 “서울시 구급대 운영 개선을 위해 구급대 증차와 증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단기적으로 굉장히 출동이 잦은 37개소, 장기적으로 일일 평균 출동횟수가 11번 정도 되는 101개소에 차량과 인력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개소별 구급차 2대 배치를 목표로 출동이 잦은 37개소에는 기존 52대에서 22대를 증차, 264명을(추정) 증원하고 101개소에는 기존 141대에서 61대를 증차, 732명을(추정) 증원하자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자유토론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자유토론을 하고 있다. 

채 박사는 “현재 관련 법제도가 출동 차량과 인원 샹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하며 “출동 건 수, 활동시간, 생활인구, 인구밀도 등을 추가 고려해 현행 3급 체제(1급, 2급, 3급)에서 4급 체제(특급, 1급, 2급, 3급)으로 세분화하고 등급에 따라 차량을 3대 이상 운영 가능하도록 상향하며 2인 탑습 규정을 삭제, 반드시 3인 이상 출동할 것을 명시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이 자유토론을 하고 있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는 발표된 주제와 관련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포럼은 서울소방재난본부 안희 구급팀장의 병원수용지침 개정 설명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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