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 교육청본부 경기교육청지부

우리는 뭉치는 법을 알았고, 함께 싸우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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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본부 안재성 경기교육청지부장
교육청본부 안재성 경기교육청지부장

짧은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기도 전에 쉼없이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그러면서도 중언부언하지 않았다. 인터뷰 질문지를 통하지 않아도 차근차근 순서를 따져 생생한 정황을 펼쳐놨다. 당시 상황이 눈에 밟힐 듯 드러났다. 지난 몇 년간 얼마나 깊이 있게 투쟁해 왔는지, 그 시간을 얼마나 곱씹으며 지내왔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뭉치는 법을 알았고, 함께 싸우는 법을 알았다. 우리는 그렇게 하면 된다는 걸 배웠다” 지난 8월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 무대에 오른 경기교육청지부 안재성 지부장의 외침이다. 이른바 연금 직권조인으로 인한 조직분열로 '직격탄'을 맞은 지부를 집행부 기관에 맞서 유일하게 목소리 낼 수 있는 힘 있는 조직으로 성장시켜온 시간을 압축한 말이다.

지난 2021년 11월 교원업무 행정실 이관 저지 투쟁이 전환점 었다. 당시 경기교육청은 공무원 노조의 반대와 회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20여 가지 교원 업무를 행정실로 이관하기로 결정했다. “현장의 좌절감이 엄청났죠” 부당한 결정을 막으려 나선 건 경기교육청지부가 유일했다. “사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어요. 근데 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확신은 없지만 붙자고 했죠”

교육청본부 경기교육청지부 간부와 조합원들이 승리보고대회를 마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교육청본부 경기교육청지부 간부와 조합원들이 승리보고대회를 마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2년 2월까지 90여 일간 투쟁이 시작됐다. 걱정과 달리 조합원들의 마음이 모였다. 현장에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달려가 조합원들을 도와온 시간이 쌓인 덕이다. “12월에 확신이 왔어요. 이제 뭘 해도 하겠구나”하고 그는 조합원들과 함께 교육감 관사로 찾아가 압박을 가했다. 한 번도 하기 힘든 연가 파업을 두 차례나 성사시켰다. 결과는 지부의 승리였다. “그때 현장에서 알게 된 거예요. 노조 중심으로 뭉쳐서 싸우니까 되는구나. 이제 현장 조합원들도 무슨 일이 생기면 참지 않아요. 그때 경험이 굉장히 중요했던 거죠”

지부는 단단해졌지만 확실한 표적이 됐다. 이후 취임한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안재성 지부장과 김양희 전 청년위원장에 대한 먼지털기식 사찰을 진행해 중징계를 강행했다. 모든 과정이 불법적이고 강압적이었다. 안 지부장과 함께 근무한 동료들을 겁박해 불리한 증언을 지속해서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청년위원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응급실에 후송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상황에도 경기교육청은 지부장의 동선과 행적, 음주 여부, 참여 행사, 귀가 시간 등을 무려 새벽 3시까지 사찰하기도 했다. 결국, 안 지부장은 해임됐다.

안 지부장은 담담하다. “저 하나 치운다고 지부가 없어지거나 무너지지 않아요.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거죠”. 징계 복직도 중요하지만 중점은 현장투쟁이다. 조합원들이 믿는 것도, 싸울 수 있는 것도 경기교육청지부뿐인 걸 알기 때문이다. 최근 민원대응팀 구성 강행 중단과 학교 교직원 보호대책 마련 투쟁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탄압은 피할 수 없는 상수잖아요. 우리 원칙을 잘 지키면서 가려고 해요. 현장이 있으면 달려간다, 현장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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