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 소방본부 제주소방지부

소방관들의 건강, 노조가 앞장서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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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소방지부 고인홍 지부장
제주소방지부 고인홍 지부장

고인홍 소방본부 제주소방지부장은 ‘어쩌다 끌려와’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 것 치고는 꽤 많은 일을 해왔다. 지난 2021년 조합원 150명으로 겨우 첫발을 뗄 때 만 해도 목표는 단순했다. “조직의 논리가 우선시되는 현실에 맞서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자”. 초점을 맞추자 자연스럽게 할 일이 눈 앞에서 펼쳐졌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조직문화 문제였다. ‘직장갑질 119’와 협업해 조직문화 진단 조사에 나섰다. 객관적인 지수로 정리된 조사 결과가 전 직원들에게 공유되자 균열이 시작됐다. “결과적으로 갑질 문제가 굉장히 많이 해소된 거 같아요. 조사 이후 직원들 분위기가 달라진 덕이죠. 때 마침 의지를 갖고 함께해준 조합의 도움도 컸어요”

마땅히 해야 하지만 소홀한 것도 눈에 들어왔다. “지부장이 되고 보건안전분야를 꼭 다루고 싶었어요. 임금 투쟁 만큼 중요한 노조 활동의 큰 축인데 유독 공무원노조에서는 소홀한 느낌이었거든요” 민주노총에서 주최한 노동안전활동가 대회에 참여한 뒤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보건안전분야가 탄탄한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의 사례는 밑그림을 그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소방공무원 근골격계질환 실태조사를 진행중인 제주소방지부의 모습

때마침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11일 제주소방지부를 중심으로 소방공무원 근골격계질환 실태조사가 시작됐다. 노동자 건강권 확보 방안을 연구해온 노동환경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한다. 주목받지 못한 소방공무원 근골격계질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다.

소방공무원 근골격계질환은 말 그대로 사각지대에 놓인 문제다.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다뤄야 하지만 소방공무원은 적용대상이 아니다. 그나마 소방공무원보건법이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소방공무원보건법 제15조는 ‘소방청장이 소방업무환경을 측정하고 소방공무원 건강 보호를 위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근골격계질환 관련 문제 개선을 위해 소방청이 나선 적은 없다. 노조가 먼저 나서 전례를 마련하는 셈이다. “우리가 먼 저 소극적인 소방청에 시범을 보이는 거죠. 앞으로 자체적으로 안전 문제를 발굴해 노사가 동시에 참여해 조사하고 개선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보자는 거에요" 

고 지부장이 이번 조사를 통해 기대하는 점은 두 가지다. “근골격계질환은 공상 신청을 해도 불승인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번 조사를 계기로 체계를 만들면 업무 연관성 입증이 좀 더 쉽지 않을까 하죠. 나아가 조합원들이 주체적으로 나서 열악한 근무 현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기대도 있어요”

‘유해요인조사’ 형식을 빌려 진행 중인 소방공무원 근골격계질환 실태조사는 직종별 초점집단면접 (FGI: Focus Group Interview)과 설문조사, 현장조사, 평가 및 분석 보고서 작성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결과는 12월 중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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