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정치적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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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국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일본의 기시다 총리
한미일 3국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일본의 기시다 총리

한국 시각으로 19일 새벽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세 나라의 정상이 만나 정상회담을 열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 ‘캠프 데이비드 원칙’,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등 3개 문건을 채택했다.

3자 합의문의 핵심 내용은 △3국 정상 및 외교·국방 장관 등의 회담 정례화 △위기 시 3국 협의 공약 △3국 연합 군사훈련 연례 실시 등 세 가지다. 한마디로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간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여 3국의 안보 협력을 ‘준 군사동맹’ 수준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한미일 세 나라는 각국의 공통 이익과 안전보장에 위협을 주는 사태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협의한다고 공약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의무는 없다. 공약은 어떠한 새로운 국제법적 의무도 부과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미국의 설명은 다르다.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정상회의 전날 브리핑에서 “위협에 대해 서로 신속하게 협의한다는 공약”은 ‘의무’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대목이다. 우리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이 맞는다면 가령 대만 위기 사태가 벌어지는 경우 한국은 3자 협의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당국자의 주장대로라면 신속하게 3자 협의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대만 유사시 이 사태에 개입하게 되고, 이 연루로 인해 중국과는 긴장이 고조되고 우리나라엔 안보 위협이 발생하게 된다.

한미일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3자 훈련을 연 단위로, 훈련 명칭을 부여하여, 다영역에서 정례 실시”한다고 명시했다. 일본 자위대까지 참여하는 3자 연합훈련을 기존 한미 연합훈련처럼 매년 정례적으로 실시한다는 뜻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한미일 연합훈련 연례 실시가 “3국의 방위 협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이를 정상회담의 첫 번째 성과로 꼽았다.

기시다 일 총리도 ‘연례 연합훈련 실시 합의와 북한 미사일 정보공유 강화 합의’를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꼽으면서 “3자 안보 협력이 새로운 고점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미동맹, 한미동맹 간 연계를 강화해 한미일의 안보 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높여나가고자 한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3국 연합 군사훈련의 연례 실시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공중·지상·해양·수중·사이버·기타 모든 영역에서 다년간의 군사훈련 계획을 약속”했다며 “이는 단지 1년 또는 3년간이 아니라 매우 광범위한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일 한미일 3국이 지상 연합훈련을 한국에서 실시하게 되면 일본 육상자위대가 한반도에 전개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과연 우리 국민이 이걸 용납할 수 있을까?

‘3자 안보 협력의 새로운 차원’이란 한일 군사협력을 ‘준 군사동맹’ 수준으로 차원을 격상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은 이미 한국 및 일본과 각각 군사동맹을 맺고 있으며, 단지 한일 간의 관계가 군사동맹이 아니었을 뿐이다. 미국은 그간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하나로 통합한 3각 군사동맹을 끊임없이 추진해 왔다. 3각 동맹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동북아시아 전략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한미일 3각 군사동맹 추진을 가로막고 있던 문제는 한일 간의 갈등이었다. 한일 간에 식민지 지배 청산의 역사 문제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따른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걸려있었고, 이런 불편한 관계에서 한일 군사협력 추진은 어불성설이었다. 한일 군사협력 문제는 과거 군사독재 정부들도 감히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만큼 한국 사회의 금기 사항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안보와 경제 협력의 파트너”로 규정하며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한반도 유사시 주일 미군기지의 역할을 부각하면서 한일 군사협력의 당위성을 강조한 발언이었다. 일본을 우리의 안보 파트너라고 규정하고 군사협력 강화를 주장한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게다가 광복절 경축사에서 ‘친일’ 발언이라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친일 행보에 가속 페달을 밟아왔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서 일본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도 문제 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급기야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자 안보 협력 강화라는 틀을 빌어 한일 군사협력을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 전범국가 일본의 재무장을 용인해주고 그 밑에 하위 파트너로 들어가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20일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자료에서 “주요 외신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정치적 용기’를 여러 차례 평가했다는 점을 보도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한일관계 개선을 이뤄낸 윤 대통령의 “정치적 용기”에 거듭 사의를 표한 건 사실이다. 윤 대통령이 일본의 입맛대로 다 양보해 한미일 3각 군사동맹 합의라는 미국의 오랜 외교적 숙원을 풀어줬으니 오죽 고맙지 않을 손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용기’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한일 군사협력 강화는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인가?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 매국노 이완용도 과단성 있게 ‘정치적 용기’를 발휘한 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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