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는 국제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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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일본 도쿄전력이 운영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설비가 시운전에 들어갔다. 오염수가 아닌 물과 바닷물을 섞어 바다로 흘려보내는 이른바 리허설을 한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의 오염수 투기 시운전 개시 이후 일주일 새 온라인 소금 거래량이 전주 대비 800% 이상 급증했다. 시민 불안이 커지면서 시중에서 소금이 동나고 있다. 천일염을 미리 사두려는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대형마트 등 매장에서 품절 사태가 빚어지고 온라인 구매도 쉽지 않다. 수요 폭증으로 가격도 치솟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는 사재기 징후는 없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오염수는 녹아내린 원자로 노심에 직접 닿았기 때문에 수십의 방사성 핵종을 함유했고, 이들 핵종 상당수는 아직 효과적인 처리 기술이 없다고 지적한다. 핵발전 사고로 발생한 원전 오염수를 인위적으로 해양에 투기하는 일은 인류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선례가 없으며, 투기 결과에 관한 데이터가 전혀 없다. 따라서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로 인한 위험은 예측 불가능하며, 아무도 그 결과를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사전예방원칙은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위험정책이다. 위험의 파급효과가 매우 높고 비가역적일 가능성이 있을 경우 위험의 증거가 부족하고 명확한 증거가 없더라도 선제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다른 대형 재난도 그렇지만 특히 환경오염 사고는 일단 일어나면 수습과 회복이 매우 어렵다. 환경 문제는 위험이 조금 불확실하더라도 적극적으로 규제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원전 오염수 투기 위험이야 더 말할 것도 없을 터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려는 이유는 단 하나, 그것이 가장 값싼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6월 오염수 처리 관련 전문가 회의 결과, 해양 투기 대기로 증발 전기분해 방출 지층 주입 지하 매설 등 5가지 방안 가운데 해양 투기 비용이 가장 저렴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일본은 가장 안전한 오염수 처리 방안을 마련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처리 비용만을 고려해 해양 투기를 결정했다. 돈을 아끼려고 이웃 나라는 물론 전 인류에게 원전 오염수로 인한 위험과 피해를 떠넘기려는 속셈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는 런던협약 의정서 위반이다. 199611월에 열린 런던협약 당사국회의에서는 저준위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모든 방사성폐기물의 해양 투기를 금지했다. 해양에서 인공구조물로부터 폐기물을 투기하는 것도 금지 대상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는 바다 밑으로 지하 1km 길이의 해저터널을 파 바다의 배출구로 방출한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는 해저터널(해양 인공구조물)에서 오염수(폐기물)를 투기하는 것으로서, 명백한 런던협약 의정서 위반이다.

또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는 유엔해양법협정 위반이다. 이 협정 제194조는 해양환경 오염의 방지, 경감 및 통제를 위한 조치를 규정한 조항이다. 1942항은 자국의 관할권이나 통제하의 활동이 다른 국가와 자국의 환경에 대하여 오염으로 인한 손해를 주지 않게 수행되도록 보장하고, 또한 자국의 관할권이나 통제하의 사고나 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오염이 이 협약에 따라 자국이 주권적 권리를 행사하는 지역 밖으로 확산되지 아니하도록 보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 3(a)육상오염원으로부터, 대기로부터, 대기를 통해 또는 투기에 의해 특히 지속성 있는 유독·유해하거나 해로운 물질의 배출을 가장 극소화시키기 위한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는 명백한 유엔협정 위반이다.

일본 <교도통신>6일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 세슘이 기준치의 180배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같은 장소에서 잡은 쥐노래미에서도 기준치의 12배에 달하는 세슘이 검출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도쿄전력은 물고기가 항만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여러 개의 그물을 설치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사능 오염 물고기들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그물로 가둔다고? 기가 막힌 대책이다. 그물코보다 작은 물고기는 얼마든지 빠져나갈 텐데, 그게 무슨 대책인가. 또한, 바닷물은 해류를 따라서 어디든 흘러가는데, 그물로 바닷물도 가둘 수 있다는 말인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보겠다는 꼼수가 아닐 수 없다.

바다는 하나로 연결돼 있다. 일본 바다와 한국 바다가 따로 있지 않다. 후쿠시마 앞바다가 방사능으로 오염되면 우리나라와 세계의 바다도 오염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1년 만에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2012529일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해역의 참치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으로 표본 참치보다 10배나 많은 방사능이 검출되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인류를 위협하는 국제법 위반의 범죄행위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대응이 가관이다. 후쿠시마 우럭에서 기준치의 180배 세슘이 검출된 사실이 보도되자,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그런 정주성 어류는 우리 바다에 올 가능성은 없다라고 강변했다. 성 의원은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해수부는 근거 없는 불안감이 없도록 가까운 바다부터 먼 바다까지 방사능을 꼼꼼하고 촘촘히 감시하겠다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에 반대하지 않으면서 되레 일본 정부를 변호하기에 바쁘다. 일본의 국제 범죄에 동조하는 이유가 대체 뭔가. 윤 정부와 국민의힘은 어느 나라 정부이고 여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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