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효율을 보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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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어리라고 불리는 등 푸른 생선이 있다. 특히 북유럽에서 많이 잡힌다. 이 생선이 무척 맛이 있는데, 문제는 운반이 어렵다는 점이다. 정어리들이 환경 변화에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수조에 넣고 몇 시간 달리다보면 다 죽어버린다.

이때 노르웨이의 한 어부가 아이디어를 냈다. 정어리 수백 마리가 들어있는 수조 안에 천적인 메기(실제로는 작은 상어를 집어넣었다는 게 정설)를 한 마리 집어넣은 것이다. 그랬더니 정어리들이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미친 듯이 도망을 다녔다는 거다. 남들보다 더 빨리 헤엄을 쳐야 살아남을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다보니 정어리 대부분이 살아있었다고 한다. 원래는 환경 변화 때문에 죽었어야 할 정어리들이었는데, 도망을 다니느라 너무 바빠서(!) 죽을 틈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경제학자들이 메기 효과(Catfish effect)라는 이론을 만들어낸다. 조직이 효율적으로 움직이려면 적절한 공포와 긴장을 심어줘야 한다는 게 이 이론의 요지다. ‘늦게 헤엄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생겨야 남들보다 빨리 헤엄을 치려하고, 그래야 경쟁심이 생겨 더 열심히 일을 하고, 그래서 효율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이 이론을 받아들여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인물이 경영의 신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잭 웰치(Jack Welch, 1935~2020)라는 인물이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 1847~1931)이 만든 미국의 거대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을 무려 20년 동안 이끈 전설적인 경영자로 평가 받는 사람이기도 하다.

웰치의 경영방침 중 가장 도드라졌던 것은 이른바 ‘10% 이라고 불리는 노동자 관리 기법이었다. 10% 룰이란 매년 인사평가에서 노동자들을 무조건 3등급으로 나눈 뒤 상위 1등급(20%)에게는 막대한 성과급과 승진 기회를 주고, 중위 2등급(70%)에게는 더 잘 하라.”는 독려를 해준다. 그리고 이게 핵심인데, 하위 3등급(10%)은 바로 해고시켜 버렸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을 통해 메기 효과를 모든 조직에 적용한 것이다.

 

신상필벌은 효율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과연 신상필벌과 경쟁이 일의 효율을 높여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행동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Dan Ariely) 듀크 대학교 교수가 실험에 나섰다.

애리얼리는 이스라엘의 한 반도체 공장을 찾아 직원 207명을 3개 그룹으로 나눈 뒤 그룹에게는 평소보다 생산 실적이 좋으면 30달러의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전했고, 그룹에게는 평소보다 생산 실적이 좋으면 피자 한 판을 주겠다.”고 알렸다. 그룹에게는 평소보다 생산 실적이 좋으면 직속 상사로부터 격려 메시지를 받게 해 주겠다.”고 통보했다.

과연 누구의 실적이 더 좋아졌을까? 신상필벌을 최고의 무기로 생각하는 웰치의 시각으로는 당연히 그룹 > 그룹 > 그룹 순으로 실적이 나왔어야 한다. 그룹은 돈을 거머쥐고 그룹은 그나마 피자 한 판이라도 건지니까. 반면 그룹은 손에 들어오는 게 아무 것도 없으니 열심히 일을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5주 동안 실험을 해보니 그룹의 생산성은 평소에 비해 되레 6.5%나 하락했다. 그룹의 생산성도 평소에 비해 2.1% 떨어졌다. 두 그룹 모두 돈만 쓰고 생산성은 나빠지는 바보짓을 한 셈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들 중 유일하게 생산성이 높아진 그룹이 그룹이었다는 점이다. 그룹의 생산성은 아주 조금이지만 평소에 비해 0.64%나 향상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애리얼리는 이렇게 설명한다.

대부분 기업들은 성과급을 내걸면 생산성이 높아질 거라고 착각을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물론 돈으로 보상해 주겠다.’는 말이 동기를 부여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된다.”

 

인간은 경쟁보다 동료를 먼저 생각하는 존재

애리얼리의 실험을 하나 더 확인해보자. 애리얼리는 벨기에의 한 대형 제약회사를 찾아 이 회사에서 일하는 영업사원들에게 하루 15유로의 성과급을 내걸고 그들의 변화를 살폈다.

그런데 이런 성과급 제안을 받은 영업사원들이 새로 벌어들인 돈이 1인 당 5유로에 불과했다. 이러면 완전 망한 거다. 번 돈은 고작 5유로인데 성과급은 15유로나 지불한 셈이니 말이다.

애리얼리는 다른 영업사원들에게 색다른 제안을 했다. 업무 실적이 향상되면 15유로의 성과급을 주는데, 그 돈은 좋아하는 동료에게 선물을 사 주는 데에만 쓸 수 있도록 한정한 것이다. 이 제안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자신은 한 푼도 챙길 수 없다. 친한 동료에게 15유로어치 선물을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영업사원들의 생산성은 1인당 무려 17유로로 뛰었다. 15유로의 성과급을 지불하고도 2달러의 초과 이윤을 남긴 셈이다. 이런 일은 왜 벌어졌을까? 다시 애리얼리의 설명을 들어보자.

기업은 동료애나 책임감, 헌신 같은 사회적 가치를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사람은 자기의 이익보다 동료들에게 혜택을 나누는 연대의 기쁨을 더 크게 생각한다. 동료에 대한 사랑, 믿음, 책임감, 헌신, 칭찬, 이런 것들이 사람들의 노동을 훨씬 가치 있게 만든다.”

실제로 웰치가 오랫동안 이끌었던 GE20158, 30년 넘게 고수했던 10% 룰을 공식적으로 포기하기에 이른다.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겨 아이디어 공유와 협업을 막고, 단기성과주의와 숫자에 집착하는 문화 등을 만들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리는 경쟁 사회를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윤석열 정권이 공직 사회에도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는 멍멍이 소리를 하고 다니는 이유도 이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바꿔야 한다. 경쟁보다 공유화 협업이야말로 창의성이 필요한 이 시대에 훨씬 더 필요한 요소라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있다. 경쟁이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미신을 버리고, 지금부터라도 이 사회가 어떻게 하면 보다 협력적인 공생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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