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중 노동시간 5위...외신마저 과로사 문제 지적

주 69시간제 근무 도입 추진하는 정부...과로사 공화국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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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노동자가 일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하는 것이 가능한 노동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난 6일 정부가 발표한 노동시간 제도 개편안은 현재 1주 최대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노사 간 합의할 경우 1개월·3개월·6개월·1년 단위로 확대해 1주일에 최대 69시간(6일 근무 기준)까지 일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만약 주 7일 근무한다면 최대 노동시간은 80.5시간이 된다. 대신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해 저축한 연장 노동을 휴가로 적립한 뒤 기존 연차휴가에 더해 안식월 개념처럼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라는 정부의 주장은 현재 한국 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조치라는 지적이다. 공직사회는 수년 전에 사용하지 못했던 연가를 모아 장기 휴가를 가게 하는 연가저축제가 도입되었지만 실제로는 눈치 보여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 이미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나라 중 하나다. 2021년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OECD 38개 회원국 중에서 5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1716시간)보다 199시간 더 일하고 있으며 독일(1349시간)보다 566시간, 일본(1607시간)보다 308시간이나 더 일하고 있다. 또한 직장인들은 마음대로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19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년간 연차휴가 사용 내역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은 법정 연차휴가(15)를 모두 사용하지 못했다. 6일 미만의 연차를 썼다는 응답은 41.5%에 달했고, 특히 20대 직장인과 비정규직, 5인 미만 사업장, 일반사원의 절반 이상은 연차휴가를 7일도 사용하지 못했다.

노동계는 정부의 개편안에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5일 연속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2시까지 일을 시켜도 합법이 되는 노동시간 제도 개편, 여기에 노동자의 건강과 휴식은 없다. 오직 사업주의 이익만 있다. 만성피로의 기준이 되는 12주 연속 60시간 노동의 문제에 대해 무어라 답하겠는가라며 휴식권을 보장하고 휴일을 늘려 실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고 하지만 만성적인 저임금 구조에서 노동자들이 건강에 치명적인 해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장과 잔업을 거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는 생활과 생존이 어려워 강제노동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에게 수당을 포기하고 휴식하라는 것인데 이는 작은 사업장, 저임금 노동자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규탄했다.

한국노총도 정부 개편안은 시대착오적 초장시간 압축노동 조장법이라고 비판했고, 최근 정부와 비슷한 목소리를 내왔던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마저 국제사회 노동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69시간제 근무에 대한 외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4일 호주 ABC 방송은 한국인들은 지금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오래 일한다. 이런 노동 문화 때문에 ‘Kwarosa’(과로사)란 말이 있는데 극심한 노동으로 인한 심부전이나 뇌졸중으로 돌연사하는 것을 일컫는 단어라고 전했다. 호주는 주당 최대 근무 시간이 38시간이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 20노동자의 정신 건강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동시간 단축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적어도 한 국가는 이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고 보도했고, NBC 방송은 지난 22한국에서 주당 노동시간 상한을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이 젊은 노동자들의 극심한 반발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한국 정부가 주 69시간제 도입 결정을 재검토할 방침이라며 장시간 노동이 저출산 극복 방향과 맞지 않고, 자랑이 아니다라는 전문가의 비판도 전했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생명까지 앗아가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한복판 고층빌딩에서 나흘 동안 퇴근하지 못하고 62시간 연속으로 일한 경비노동자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지난 5일 오후 4시부터 야간근무를 시작한 그는 9일 새벽 4시까지 닷새에 걸쳐 24시간 당직 근무를 해야했다. 지난해 529일에는 공무원노조 전주시지부 조합원 A씨가 6.1 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사무를 위해 34시간 장시간 근무 후 쓰러져 결국 사망했다. 그 이전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긴급 행정지원 업무를 하던 조합원이 과로로 순직했고, 공직을 시작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신규공무원이 업무 과중으로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가 과로사 공화국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면 주 69시간제 도입을 중단하고, 현재 주 52시간도 지키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해 국민의 목숨을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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