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협’자도 모르는 아둔한 윤석열 정권의 친일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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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4월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부부가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이때 미국 측에서 이명박 대통령 내외분이 고기를 좋아하시면 저녁 메뉴로 소고기 스테이크는 어떠냐. 30개월 미만 소고기로 준비하겠다고 제안했다.

당시는 한미 양국에서 소고기 수입 여부를 놓고 협상을 벌일 때. 협상의 최대 쟁점은 생후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 여부였다. 30개월 이상 소고기의 광우병 발병 위험이 크게 높다는 연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 대통령에게 소고기를 저녁 메뉴로 제안하며 협상의 실타래를 풀려고 했다. 다만 그들도 염치는 있었는지 차마 “30개월 이상 소고기를 먹자고 말은 못하고, 30개월 미만 소고기를 준비하겠다고 제안했다.

외교를 잘 모르면 그냥 음식이라도 주는 대로 잘 받아()먹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러지 말고 32개월 된 소고기, 그것도 몬태나 산으로 먹자고 역제안을 했다. 몬태나는 당시 소고기 시장 개방 압력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곳이다. 그러니까 협상을 앞두고 우리 대통령이 미국형님께서 왜 우리 비위를 왜 맞추십니까. 우리가 형님 비위 맞춰드리겠습니다라며 아양을 떤 셈이다. 이런 미친 협상력을 봤나?

 

협상 경제학

이명박 전 대통령이 친미(親美) 성향이 있건 말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30개월 이상 소고기의 광우병 발병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도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적어도 한 나라를 대표해 협상 테이블에 오르려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 버티는 게 상식이다.

설혹 그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32개월 산, 몬태나 소고기를 들이기로 마음먹었다 해도 대통령이라면 국내의 반대가 너무 심해서 생각을 좀 해봐야겠습니다라고 버텨야 했다. 그래야 이후 진행된 스크린쿼터 등 다른 분야 협상에서 최대한 뭔가를 얻어내는 것이다.

경제학에는 협상 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이 분야의 세계적 거장은 카터와 레이건 대통령 시절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협상 자문을 맡았던 허브 코헨이다. 협상 경제학 분야의 최고 거장 코헨은 협상에서 승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힘, 시간, 정보 등 세 가지를 꼽는다.

양측의 힘은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기 전부터 이미 결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실전 협상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시간과 정보를 누가 더 잘 활용하느냐이다. 코헨은 급한 쪽이 진다고 단언한다. 유리한 협상을 위해서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이야기다.

또 코헨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패(정보)를 최대한 비밀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대방의 패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모른다면 최소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라도 숨겨야 협상을 대등하게 이끌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주도했던 2008년 쇠고기 협상은 그야말로 최악의 협상이었다. 왜냐하면 당시 협상에서 시간은 분명히 한국 편이었기 때문이다. 부시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던 민주당 의회를 설득했어야 했고, 그에게 남은 임기는 고작 7개월뿐이었다. 노출된 정보 측면에서도 한국은 월등히 유리했다. 미국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한국에 수출하고 싶어 했지만, 한국은 원하는 카드를 아직 꺼내지도 않았다.

그래서 만의 하나 우리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할 의지가 있다고 해도 이명박 대통령은 그 따위 말을 함부로 뱉어서는 안 됐다. 그냥 아무 말 안하고 조용히 비빔밥만 ()먹고 왔어도 다급한 쪽은 미국이었을 것이다.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막을 수도 있었고, 설혹 못 막았더라도 한미FTA에서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뻘짓

이런 의미에서 36일 윤석열 정권이 내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동원 해법안은 그야말로 최악의 협상안이었다. 이명박의 소고기 협상과 도긴개긴을 다룰 정도의 개판 외교였다는 뜻이다.

나는 한국과 일본이 미래의 동반자가 되네 어쩌네 하는 이야기에 신뢰를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과거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는 자와 어찌 미래를 논한단 말인가?

그런데 이런 감정적인 문제를 다 걷어내더라도 한국과 일본은 경제 분야에서 겹치는 산업이 많은 국가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처럼 양국이 미래를 내다보는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치더라도, 그 발판은 당연히 누가 유리한 출발점을 점하느냐를 겨루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렇다면 출발 협상을 잘 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협상은 시간과 정보의 문제다. 도대체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이처럼 서둘 시간적 압박이 하나라도 있었던가?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기다리기만 해도 똥줄이 따는 건 일본이었다. 그런데 왜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우리가 먼저 삼일절을 친일절로 만들고, “일본 형님 하라는 대로 다 해드려야죠이러고 자빠졌느냔 말이다.

한 가지 더, 정보 면에서도 일본은 노출됐고 우리는 노출되지 않았다. 일본이 원하는 것은 과거사 정리, 그리고 그들이 다시 군국주의적 면모를 갖출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걸 모르는 미친 인간이 세계에 어디 있나?

그러면, 그런 정보를 알고 있는 우리는 우리의 패를 절대 까지 말고 버티는 게 상식 아닌가? 그래야 그쪽에서 도대체 원하는 게 뭡니까?”라고 달라붙을 것 아닌가? 그런데 이놈의 정권은 우리는 원하는 게 없어요~” 이러면서 패를 다 까고 일본에 알랑방귀를 뀌고 앉아 있다. 이게 국익을 위한 외교냐?

제발 외교를 모르면 그냥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입이나 좀 닥치고 있어라. 지금 윤석열 정권 때문에 국익의 한 축이 그냥 무너져 버릴 참이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려고 이따위 대통령에게 나라를 맡겼단 말인가? 실로 참담하기 그지없는 나날들이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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