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권과 불체포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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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이제 이 장관 탄핵 파면 여부는 헌법재판소 심판만을 남겨두게 됐다.

이 장관의 탄핵은 늦은 감이 있다. 수도 한복판에서 159명이 숨졌는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킬 헌법적 책무를 지닌 주무장관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상식적인 정부라면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진작 해임을 했어야 마땅하고, 아니라면 장관 스스로 물러났어야 하는 것이 도리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고교·대학 후배인 이 장관을 감싸기 바빴고 국회 해임건의안마저 거부했다. 이 장관은 사퇴를 회피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고 유족들을 우롱하는 망언을 연발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국회의 탄핵소추는 전적으로 윤 대통령과 이 장관 본인이 자초한 결과다.

대통령실은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의회주의 포기라며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마치 야당의 잘못된 정치 공세인 양 비난한 것이다. 우리 헌법에 삼권분립을 명시한 것은 견제와 균형을 통하여 권력의 독점을 방지하자는 목적이며, 입법부에 탄핵소추권을 부여한 것은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대통령실이 국회의 고유 권한에 대하여 시비를 거는 것은 입법부를 무시하고 지배하려는 반헌법적 행태이다. 대통령은 국가 위에 군림하는 제왕이 아니다.

검찰이 216일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사업과 성남FC 후원금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헌정사상 최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24일 본회의에서 보고되고 27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44조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1948년 제헌헌법에 이미 불체포특권을 명시했다. 권력의 압력에 굴하지 말고 소신껏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에게 특별한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방탄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 검찰이 무소불위의 특권을 휘두르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이 입법부를 깔아뭉개고 제왕적 권력을 마구 휘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은 잘못이다.

현 정부 들어 검찰의 정치권 수사는 지극히 편파적이다. 이 대표 외에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어민 북송 사건 등 오로지 전 정권과 야당 쪽으로만 향하고 있다. 반면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 뇌물 무죄 판결에 검찰의 부실 수사가 한몫했다는 건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작금의 검찰 수사는 최소한의 형평성조차 상실해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 검찰의 편파 수사와 기소권 남용은 아무리 비판해도 지나치지 않다. 심각한 불신의 대상인 검찰의 권력 남용을 개혁하고 통제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다음에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폐지를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은 권력의 시녀에서 권력의 몸통으로 등극했다. 검찰이 정치를 주도하고 좌우하는 모양새다. 검찰이 야당 대표를 수사하고 기소하면 여당은 검찰이 유포한 피의사실을 앵무새처럼 따라 한다. 검찰이 야당 의원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하면 여당 의원들은 군소리 없이 행동대원처럼 나선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검찰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일개 거수기로 전락한 꼴이다.

탄핵소추권과 불체포특권을 헌법에 명시한 까닭은 입법부로 하여금 행정부의 권력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국회의원이 행정부의 지시에 따라서 거수기 역할이나 할 것 같으면, 입법부를 행정부의 일개 부서로 설치하면 그만이지, 굳이 입법부가 따로 분립해야 할 이유가 없다. 행정부가 입법의 권한까지 갖게 되고 나아가 사법부까지 관할하게 된다면, 공화정이 무너지고 왕정이 복귀하며 대통령은 제왕으로 군림하게 될 것이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의 역사적 기원은 의회제도가 가장 먼저 발달한 영국이다. 1603년 엘리자베스1세가 숨을 거두고 제임스 국왕이 취임하였는데, 그는 마음에 들지 않은 의원들을 마구 체포하여 감옥에 가두었다. 그러자 의회가 국왕의 자의적인 사법권 행사를 견제하기 위하여 제정한 법이 바로 의회특권법’, 곧 국왕이 의원을 임의로 체포구금 할 수 없다는 법률이다.

각자의 정치적 소신과 입장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에 대하여 비판적 입장이고 이 대표를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대하여 찬성하고, 더 나아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부정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찬반 입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이 대표에 대한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와 정치 검찰에 대한 입장 문제이다.

국회의 탄핵소추권과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삼권분립의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헌법적(제도적) 장치다. 입법부의 권한을 함부로 침해하고 부정하는 것은 헌법을 무시하고 행정부의 독재 통치를 합리화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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