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부장이 갑니다 - 발로 뛰는 박상규 광주교육청지부장

“힘든 일 생기면 제일 먼저 노동조합 문을 두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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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학교 행정실 문을 두드리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어렵게 행정실 문을 열고 들어가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왔습니다’하고 인사를 해도 돌아보지 않고 일만 하는 분들도 계셨고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들어가서 인사하면 ‘지부장님 오셨다’면서 함께 인사해주시고 행정실 탁자에 다 모여 앉습니다.” 

겉보기와 달리 낯을 가리고 고민거리가 있으면 잠도 잘 자지 못할 정도로 예민(?)한 성품의 박상규 광주교육청지부장. 그랬던 그가 변했다. 이제는 스스럼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지부가 세운 사업성과를 당당히 홍보한다.   

박 지부장은 작년 6월부터 ‘조합원 만나기 100일 대장정’ 사업에 돌입해 광주 시내 지부 관할 전 기관을 순회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으로 한 동안 불가능했던 대면 활동을 재개하고 지난해 4월 25일 체결한 단체협약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조합원을 노동조합의 주인이라고 하는데 지부장이 주인을 만나러 가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 않습니까. 코로나가 그동안 발목을 잡아서 못 했는데 단체 협약 설명도 하고 조합원을 한 명이라도 더 가입시키기 위해 하게 됐죠.”

애초 그는 100일 정도면 순회를 마무리지을 수 있을 거라고 계산했다. 광주시내 유치원부터 초중고교 등 지부 관할 기관이 총 272개소다. 교육청지부 조합원이나 가입 대상자들이 그 272개소 기관에 2~3명, 많게는 5명 정도가 산재해 있다. 272개 기관을 방문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는 혼자서 순회를 하고 있다. 

“지부 운영위에서 순회를 할 때는 보통 5분 정도 얘기를 하고 나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한 학교에 가면 기본적으로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하고 나옵니다. 단협의 성과나 지부 사업 얘기하고요, 주로는 조합원들 얘기- 고충이나 요구사항 등을 듣고 옵니다”

그는 조합원의 이야기를 받아 적은 순회 노트를 보여주기도 했다. 순회 노트에 적힌 내용은 고스란히 지부의 과제가 될 것이다. 그렇게 순회를 하다 보니 애초 계획과 달리 6개월이 지난 지금 그는 절반 정도 순회를 진행한 상태다. 지난해 말 선거로 현재는 순회가 중단된 상황이다. 11기 광주교육청지부장으로 연임하게 된 그는 지부 운영위원과 대의원 구성을 마무리 짓는 대로 다시 순회에 나설 계획이다.

그가 ‘조합원 만나기’ 순회에 나선 이후 조합원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공로연수 확대 실시와 전산직 위험수당 신설, 안식년 휴가 등 단협과 지부 활동의 성과를 얘기하면 박수를 쳐주고 ‘수고하셨다’고 인사를 한다.

“조합원들이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한다. 뭐가 고맙냐고 하면 ‘조합원과 지부장이 소통한다는 것이 믿음이 가고 고맙다’고 말씀하신다. 그럴 때 힘을 얻고 보람을 느낀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순회가 ‘힘이 든다’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고 오히려 재미있고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순회 마지막에 항상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조합원이든 아니든 학교에서 갈등이 생기거나 업무로 힘들면 제일 먼저 노조에 알리라고 합니다. 지부가 가서 해결해보고 안 되면 다른 사람이나 기관도 소개해주겠다고.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니 스트레스 받고 우울증이 오는 거니 같이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고요.”

노동조합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지만 힘든 일이 있을 때 상의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 노동자에겐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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