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따라간 故 최종범 장례식

“당당히 가소서… 산 자들이 따르겠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동안 삼성전자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전태일 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라는 짧은 유서를 남기고 자결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최종범 씨의 장례가 24일 전국민주노동자장으로 치러졌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 55일 만이고 삼성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유가족과 금속노조가 서초 삼성 본관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인 지 22일 만이다.

지난 21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전자서비스 본사로부터 교섭을 위임받은 한국경영자총회와 협상을 벌여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노조활동 보장 등 6개 항에 합의한 후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 24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최종범 조합원의 장례식 노제가 열린 삼성 서초 본사 앞.   사진  = 남현정
▲ 24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최종범 조합원의 장례식 노제가 열린 삼성 서초 본사 앞.   사진  = 남현정

서울 서초 삼성 본관 앞에서 오후 1시 30분에 열린 노제에서 백기완 통일연구소 소장은 “최종범 열사가 삼성 본사의 복도를 가로질러 걸어가는 소리가 들리지요? ‘산 자여 따르라’고 하면서 걸어가는 소리 들리지요? 최종범 열사, 가슴을 펴고 눈을 똑바로 뜨고 앞으로 나아가세요. 우리 산 자들 뒤따라가겠습니다.”는 조사를 남겼다.

권영국 변호사는 조사에서 “삼성재벌을 굴복시키기는커녕 삼성의 민낯을 제대로 벗겨내지도 못했다. 사과도 공식화시키지 못했다”며 고인에게 사과하고 “하지만 열사의 짧은 유서로 인해 우리 사회는 초일류기업이라는 화려한 로고에 가려진 삼성 재벌의 노동과 인권 탄압의 실상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삼성 재벌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올바른 사회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 "종범이의 삼성을 향한 최초의 작은 승리가 최대 승리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인사하는 고인의 유족들.   사진 = 남현정
▲ "종범이의 삼성을 향한 최초의 작은 승리가 최대 승리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인사하는 고인의 유족들.   사진 = 남현정

고인의 유족은 “삼성을 향한 싸움에서 최초로 얻은 작은 승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초의 승리가 최대 승리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유족도 함께 노력하겠다”고 인사했다.

장례는 신승철 민주노총위원장과 권영국 변호사가 장례위원장을 맡고 김중남 공무원노조위원장과 금속노조 등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와 야당 등의 수백인이 장례위원을 맡아 치러졌다. 고인은 마석 모란공원 열사묘역에 안장된다.

한편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사측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생활 임금 보장 △2014년 3월 1일부터 업무 차량으로 리스 차량 제공과 유류비 실비 △건당 수수료 및 월급제에 관해 임단협에서 성실히 논의 △노조 측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으며 향후 불이익 금지 △유족 보상 등의 내용을 합의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합의안을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꿈이 된 최종범 열사의 꿈을 잇는 싸움의 서막"이라고 평가하고, 앞으로 삼성의 모든 노동자들이 무노조라는 장막을 거두고, 자신의 일터에서 민주노조의 깃발을 꽂을 때까지 앞장서서 힘차게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회의 열사정신계승 투쟁은 끝난 것이 아니며, ‘종범이의 꿈’을 잇는 싸움은 열사의 장례를 치루는 것과 동시에 다시 시작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 삼성 서초 본사 앞의 만장들.   사진 = 남현정
▲ 삼성 서초 본사 앞의 만장들.   사진 = 남현정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공무원U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주요기사
모바일버전